서미란(가명'49) 씨는 좀처럼 기운을 차리지 못했다. 며칠 전 맏아들(23)과 서울의 병원에 다녀오느라 진을 뺀 탓이었다. 모자(母子)가 앓고 있는 병은 '멜라스 증후군'이다. 미토콘드리아 DNA에 돌연변이가 생겨 신체 여러 부위에 다양한 이상 증상을 일으키는 희귀 난치성 질환이다. 서 씨는 "서울역에서 갑자기 속이 메스꺼워져 쓰레기통을 붙들고 한참 동안 구역질을 했다"며 고개를 떨궜다.
서 씨보다 증상이 심각한 아들은 심장과 신장이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한다. 심장벽이 두꺼워지는 비후성 심근증으로 이따금 호흡곤란을 느끼고, 신장의 85%가 기능을 잃어 다음 달부터 신장투석을 해야 한다. 아들은 "아빠도 편찮으시다가 결국 돌아가셨잖아요. 저도 이러다가 죽을 것 같아요"라며 두려워한다. 서 씨는 신앙의 힘을 빌려 죽음의 공포를 느끼는 아들을 다독이고 있다. "이 병에 걸리면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대요. 그런데도 지금 이렇게 살아있으니 그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에요."
◆남편 세상 떠나고, 남은 가족들도 난치병 시름
간암으로 투병하던 남편은 지난 2009년 세상을 떠났다. 주위에 알리지 말라는 남편의 부탁에 병구완은 오롯이 서 씨의 몫이 됐다. 남편이 입원한 동안 두 아들은 기댈 곳 없이 지내야 했다. 서 씨는 "아이들이 한창 자랄 때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 게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첫째가 병에 걸린 것도 그때 제대로 돌봐주지 못한 탓인 것 같다"고 자책했다.
남편이 떠난 뒤 생계를 책임진 서 씨는 걸핏하면 머리가 심하게 아프고 구토 증세가 나타났다. 서 씨는 그저 10년 전부터 앓아온 당뇨가 원인일 것이라 여겼다. 그는 "평생 몸무게가 40㎏을 넘어본 적이 없다"면서 "왜소한 체격도 당뇨병 탓인 줄로만 알았다"고 했다. 병을 알게 된 건 지난해 6월 맏아들이 예비군 훈련 도중 쓰러지면서다. 아들은 심장벽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져 호흡곤란을 일으켰고, 신장마저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다는 진단을 받았다. 병의 원인도 찾기 힘들었다. 서 씨는 아들과 함께 대구와 서울의 병원을 드나들며 8개월 동안 수많은 검사를 받은 끝에야 '멜라스 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모계로 유전되는 이 병은 서 씨에게도 발견됐다. 서 씨는 "100만 명 중 1명꼴로 발생하는 병이 아들과 내게 찾아왔다는 것을 아직도 믿기 어렵다"고 했다.
◆"아들보다 하루만 더 살게 해주세요"
서 씨와 아들은 매달 한 차례씩 통원 치료를 하고 있다. 서 씨는 "치료만 잘 받으면 건강해질 수 있다"며 우울해하는 아들의 어깨를 두드린다. 아들은 가끔 찾아오는 호흡곤란과 떨어진 체력 탓에 외출이 힘든 상태다. 서 씨는 "나도 쉰 살이 다 되도록 아픈 걸 잘 모르고 살았다"면서 "아들도 잘 버틸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하지만 서 씨도 그리 건강한 상태는 아니다. 청력과 시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고, 머지않아 뇌와 근육에 이상이 생겨 거동 자체가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 "제 건강이 더 나빠질까 봐 걱정이에요. 아들보다 딱 하루만 더 살게 해달라는 기도를 하느님이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서 씨는 아픈 몸을 이끌고 매일 아르바이트를 나간다. 매달 50만~100만원의 병원비를 마련할 방법이 없어서다. 이미 병원비로 진 빚은 1천만원을 훌쩍 넘는다. 방위산업체에 근무하며 대체 복무 중인 둘째 아들은 "내년 6월에 전역하면 가장 노릇을 하겠다"고 가족들의 버팀목을 자처했다. 서 씨는 "내가 힘을 내야 한다"며 눈물을 닦으며 웃었다. "남편이 병에 걸렸을 때도 막막하고 힘들었지만 잘 버텼는걸요. 가혹한 운명에 절대 지지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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