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조교 월급 떼어내 쓴 포스텍 교수, 일벌백계로 재발 막아야

포스텍 교수가 수년 동안 조교 월급의 일부를 받아 사적인 일에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대학 당국이 감사 중이다. 100만원 남짓한 조교 월급에서 20만원 정도를 학과 운영비 명목으로 내놓게 하고 이를 교수 맘대로 썼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내놓은 여러 조교의 돈이 2015년까지만 모두 5천만원으로 추정되는 모양이다. 여러 조교가 함께 장기간에 걸쳐 사실상 뜯긴 것이나 다름없다. 세계 속의 대학을 꿈꾸는 포스텍에서 일어난 일이라니 믿기지 않는다.

언젠가부터 대학사회에서 교수와 제자 사이의 갑질 논란이 일상사처럼 되고 있다. 스승과 제자 간에 가르침과 배움으로 맺어진 신뢰의 관계가 무너지고 기업의 상거래 세계의 갑을 관계가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학위를 받는 일에서부터 민간이나 국가로부터의 공동과제를 함께 수행하는 일에 이르기까지 교수와 조교, 스승과 제자의 협업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로 인한 다양한 결실의 공유는 마땅하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흔히 사람 냄새인 인향(人香)이 꽃 내음의 화향(花香)보다 진하고 멀리 퍼진다고 비유함은 그래서이다.

이번 포스텍 교수의 조교에 대한 짓은 상습적인 범죄나 다름없는 악취 나는 행위이다. 훨씬 많은 고액의 돈을 받아 챙기면서도 저임의 조교 돈에까지 눈독을 들인 저질스러운 악행은 용납하기 어렵다. 여러 조교의 오랜 세월 고통을 그냥 넘겨서는 안 된다. 방치하면 대학사회의 건강성은 담보할 수 없다. 이번 일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올해 1월 대구 검찰에 적발된 대구의 국립대학 교수 등 3명이 공동 연구원의 인건비를 비롯해 4억원이나 떼먹은 사건과 지난해 또 다른 경북의 국립대학 교수들이 제자 인건비 등 6억5천만원을 가로챈 범죄를 보면 더욱 그렇다.

당당하게 맞설 수 없는 제자나 조교에게 우월적인 지위를 남용하고 악용하는 교수의 갑질을 막아야 한다. 학문과 능력이 뛰어날지라도 제자와 아랫사람을 희생양으로 삼는 일을 이제는 멈추도록 해야 한다. 피해자에 대한 조속한 원상회복과 일벌백계의 처벌이 필요한 까닭이다. 이를 원천적으로 막기 위한 대학 당국의 제도 마련도 절실하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