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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송기의 우리말 이야기]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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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의 소설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에 나오는 주인공 '나'는 어릴 때부터 유난히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아이였다. 그런데 6'25전쟁 때 가족의 생계를 위해 몸을 팔라고 강요했던 어머니, 두 번의 결혼에서 만난 남편들로 인해 부끄러움의 감정은 완전히 잊어버리게 된다. 첫 번째 결혼에서는 무식하면서도 교만한 남편을 만난다. 말이 안 통하는 꽉 막힌 사람인데다 아이를 낳지 못한다고 구박을 하고 나중에는 바람을 피우다 들킨다. 남편과 시댁 식구들은 애 못 낳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지, 바람피우는 게 큰일이냐며 도리어 큰소리를 친다. 두 번째 남편은 대학교 시간강사로 있었던 사람인데, '나'가 실물을 보기 전에 신문에서 그의 칼럼을 읽고 반했던 인물이다. 그런데 막상 결혼해 보니 그는 돈과 명예에 굶주려 있고,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이었다. 게으르고 자신도 없으면서 불평불만만 많은 비비 꼬인 남자였다.

'나'가 세 번째 결혼을 해서 서울에 왔을 때 동창들에게서 연락이 온다. '나'는 역시 부끄러움을 많이 탔지만 지금은 고관집 안주인이 된 '경희'를 만나게 된다. 경희가 없을 때 경희의 험담을 하던 동창들도 경희를 만나자 굽실거린다. 경희는 '나'가 세 번 결혼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예전처럼 부끄러운 듯 입을 가리고 웃지만, '나'는 그 모습에서 부끄러움의 껍데기만 남은 모습을 본다. 친구 중에 고관집 부인이 있다는 이야기에 징그럽게 좋아하며 경희를 따라 일본어를 배우러 가라는 남편을 보면서 '나'는 또 이혼을 생각한다. '나'는 일본어를 배우러 가던 중 한국인 가이드가 일본인 관광객들에게 "이 구역에서는 소매치기를 조심하십시오."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잊고 있었던 부끄러움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나'가 자신들과 맞지 않다는 것, 세 번 결혼했다는 것을 부끄러워해야 할 일로 생각한다. 그러나 진짜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나'를 둘러싼 사람들이 가진 속물적인 근성이라고 할 수 있다. 부끄러움을 느낀다는 것은 자기가 한 것이나 본 것이 옳지 못한 것이라는 것을 아는 것이다. 맹자가 '의'(義)를 실현할 수 있는 단서는 사람의 선한 본성 중 하나인 부끄러워할 줄 아는 마음, 즉 '수오지심'(羞惡之心)에 있다고 본 것은 부끄러움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남들과 비슷한 속에 숨어 있으면 부끄러워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모르게 된다. 새치기하는 아이에게 왜 새치기하느냐고 물으면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쟤도 했는데요."라고 대답한다. 다른 애가 했다는 것이 자신의 행위를 합리화할 수 있는 근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당당하다. 하지만 세상을 둘러보면 부끄러워하고 자숙해야 할 사람들이 큰소리를 치고 있으니 아이들에게만 뭐라고 하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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