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사드, 최대한 신속히 배치해야 한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6월 9일 청와대 출입기자 간담회를 자청,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관련하여 "정부는 한미동맹 차원에서 약속한 내용을 근본적으로 바꿀 의도가 없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 외교'안보 관계 핵심 인사들과 긴급회의를 갖고 사드 관련 논의를 했다는 내용이 알려진 직후의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 주재 회의가 끝난 후,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참석자들의 면면을 일일이 밝히며 "이 자리에서는 사드 배치 문제가 의제로 거론됐다"고 이례적으로 회의 내용까지 공개했다. 노어트 대변인은 "사드가 미국 정부에 엄청나게 중요"하며 "이 문제가 최고위층에서 다루어졌음"을 강조했다.

정 실장의 발언은 워싱턴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음을 감지하고 부랴부랴 이를 진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사드 발사대 추가 반입 보고가 누락되었다며 철저한 진상 조사를 지시한 데 이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환경영향평가를 생략할 만큼 다급한 것이 아니라며 원칙에 맞게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할 것을 지시했다. 더구나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사드 배치 여부는 차기 정권이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외쳤을 뿐만 아니라 여권을 중심으로 국회 비준 동의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우리 새 정부가 취한 일련의 조치에 미국이 의구심을 갖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사드 배치와 관련, 우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①합의대로 신속히 사드 배치를 진행하거나 ②환경영향평가나 국회 비준 동의 결과를 이유로 들어 미국과의 합의를 파기하고 사드 배치를 철회하는 방안 ③환경영향평가 및 국회 동의 등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한 후 합의대로 사드 배치를 추진하는 방안 ④앞의 국내 조치 등을 이유로 시간을 끌며, 미중과의 협상을 통해 미중 양측이 수용할 수 있는 적절한 수준을 모색하는 방안 등을 상정해 볼 수 있다.

그간 문 대통령이나 정 실장의 발언에 비추어 볼 때, 사드 철회 결정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이지만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철회할 경우 한미동맹에 치명적 상처를 입힐 수밖에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 경우 중국은 당장은 제재를 풀고 문재인정부에 최대의 호의를 베풀겠지만, 압박을 통한 한국 통제에 성공한 중국은 향후 한국을 거의 속국 비슷하게 다루려 들 것이다.

다음으로 절차적 정당성 운운하며 시간을 끌거나 미중 양측의 눈치를 보며 어정쩡한 태도를 유지할 경우 중국의 기대감만 높여 줄 것이며, 그 과정에서 중국은 제재의 강도를 조절하며 강'온 양면 정책을 계속 구사할 것이다. 중국의 이 같은 태도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제재 수위를 조정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던 중국이 최근 롯데마트 일부 매장에 네 번째 영업정지 연장을 통보하였다는 데서도 잘 나타난다. 사드 배치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 없이 시간을 계속 지연시킬 경우, 한미동맹 또한 심각한 타격을 입지 않을 수 없으며, 열흘 남짓 앞으로 다가온 한미정상회담의 원만한 진행도 담보할 수 없을지 모른다.

이렇게 시간을 끈 후 합의대로 배치를 한다면 결국 속된 말로 '해줄 것 다 해주고 좋은 소리 못 듣는' 결과를 초래할 것인 만큼 사드는 최대한 신속히 배치를 완료하여 기정사실화하는 것이 한미동맹 유지'강화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중국도 불필요한 기대를 갖지 않도록 함으로써 제재 정국을 정상화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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