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구강건조증

입안 자꾸 마르고 텁텁…먹는 약 부작용 아닐까

# 주부 최모(68) 씨는 평소 입안이 깔끄럽고 불편한 증상에 시달렸다. 음식 맛도 잘 느끼지 못했고 음식물을 삼키기도 힘들었다. 입안과 목이 너무 말라 자다가 깨는 일도 잦았다. 입 냄새가 심해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거의 하지 않았고, 혓바늘이 서거나 잇몸에 염증이 생기는 날도 많았다. 최 씨는 충치 치료를 하러 병원을 찾았다가 '구강건조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소화액인 침은 음식물을 녹여 소화를 돕고 맛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입안의 음식물을 부드럽게 만들어 쉽게 삼킬 수 있도록 하고, 정확하게 말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충치를 예방하고 외부의 감염물질이 입으로 들어오지 않도록 막는 역할도 한다. 따라서 입안에 침이 줄어드는 '구강건조증'이 생기면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받게 된다. 당장 음식을 맛보거나 먹는 데 큰 불편을 느낀다. 혀에 백태가 심하게 끼거나 주름이 생기고 입술과 잇몸, 치아는 잦은 염증으로 몸살을 앓는다. 다른 사람들과 대화도 어렵게 해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각종 약물이나 전신질환이 원인

구강건조증을 일으키는 가장 주된 원인은 각종 약물이다. 구강건조증을 유발하는 약물은 무려 400여 종이 넘는다. 특히 정신신경계에 작용하는 약물이나 항히스타민 제제, 일부 고혈압약 등이 대표적인 유발 요인으로 꼽힌다. 항히스타민 제제인 콧물 감기약을 먹으면 콧물뿐만 아니라 입안 전체가 바짝 마르는 증상을 경험하는 이유다. 나이가 들면서 침샘의 기능이 떨어지는 노년형 구강건조증도 만성적인 약물 복용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평소 입안이 마르다고 느낀다면 복용하고 있는 약의 종류를 주의 깊게 확인해야 한다.

각종 전신질환도 구강건조증의 원인으로 꼽힌다. 항암치료를 위해 두경부(뇌 아래에서 가슴 윗부분 사이)에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 침샘 기능이 떨어져 입안이 바짝 마르게 된다. 만성 자가면역질환인 쇼그렌 증후군도 침샘의 기능을 파괴해 구강건조증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침샘이 막히는 타석증이 생기거나 침샘이 세균,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침의 분비량이 크게 줄어든다.

◆가습기나 보습제품도 증상 완화에 도움

구강건조증은 환자의 증상과 병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설문조사로 환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판단하는 게 먼저다. 이 밖에 타액분비율 검사와 점막건조도 검사, 타액선 스캔 및 조영술, CT 및 MRI 검사, 자가면역 혈액검사, 심리검사 등도 진단에 활용된다. 구강건조증은 보조요법과 약물 투여로 증상을 개선한다.

잘 때 가습기를 틀고 자고, 입술이나 입안에 보습제품을 자주 바르면 완화에 도움이 된다. 자일리톨 성분이 풍부한 껌을 씹거나 시큼한 음식으로 침샘을 자극해도 증상이 개선될 수 있다. 다만 술과 담배는 구강건조증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삼가야 한다.

증상의 정도에 따라 약물치료도 이뤄진다. 인공타액을 수시로 입안에 뿌려주면 건조감을 줄일 수 있다. 침이 지나치게 줄어든 환자는 침샘을 자극하는 자율신경계 조절 약물을 장기간 사용하면 도움이 된다. 갑작스러운 충치나 잇몸질환, 구강점막 감염 등에 대비해 개인위생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다만 시중에 판매되는 구강소독제는 알코올 성분이 건조감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전문의와 상담하는 게 좋다. 변진석 경북대치과병원 구강내과 교수는 "평소와 다르게 입안이 마르고 불편한 느낌이 1주일 이상 지속된다면 치과의사와 상담하고 적극적인 치료와 관리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움말 변진석 경북대치과병원 구강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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