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는 점점 쇠락하고 있는 도시다. 한때 전국 3대 도시라는 명성은 온데간데없다. 계속되는 불경기는 그 끝을 알 수 없다. 인구 감소율은 전국에서 가장 높아 지난해에만 9천260명이 순유출됐으며 이런 추세는 1995년 이후 21년째 이어지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순유출 인구의 연령 분포 중 20대가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동북지방통계청 '2016년 인구이동통계'에 따르면 연령별로는 20대 순유출이 4천813명으로 가장 많았다. 앞서 2015년 통계에서도 20대가 6천51명으로 가장 많았다.
대구시는 그동안 청년 인구의 유출 방지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 출범 후 대구시는 '청년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는 한편, 작년을 '청년 대구 건설 원년의 해'로 정하고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으나 일부 행사들은 탁상행정식 보여주기 정책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대구시가 내세운 '청년 정책' 중 납득하기 힘든 대표적인 행사가 바로 '청년 대구로 청춘힙합페스티벌'이다. 2015년부터 매년 계속되고 있는 이 행사는 2만원대의 저렴한 가격으로 수십 팀의 힙합 가수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어 전국 힙합 마니아들에게 인기가 높다. 이처럼 저렴한 가격이 가능한 것은 대구시비 3억5천만원이 지원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행사의 근본 취지인 '청년 대구로'라는 슬로건을 생각해보자. 과연 1년에 한 번 힙합 행사 여는 것으로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이 대구에 관심을 가지겠는가? 청년들이 정든 부모'형제를 두고 대구를 떠나는 이유가 힙합페스티벌(이하 힙페)이 없어서는 아닐 것이다. 힙페 한번 관람했다고 타 도시의 청년들이 대구에 관심을 갖고, 이곳에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 기획 취지를 의심케 하는 행사가 2년째 반복되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행사 진행마저 매끄럽지 못해 오히려 '대구'의 이름에 먹칠을 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대구시장 의전 문제로 공연자들과 운영진의 마찰이 불거진 것이다. 이날 권영진 대구시장과 주호영 바른정당 국회의원, 배지숙 대구시의원은 무대에 올라 "청년들을 응원한다"는 15초가량의 짧은 메시지를 전했는데 이 과정에서 일부 출연자들의 공연 분량이 축소됐다. 급기야 지난달 27일 힙합 레이블 VMC 수장으로 있는 래퍼 딥플로우는 "표정 관리가 안 될 정도로 기분 나쁘게 공연한 적이 평생 딱 두 번 있었는데 작년 여름 대구 힙페와 바로 오늘이었다"면서 앞으로 청춘힙페를 보이콧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행사에 참여했던 시민들도 "대구시장 보려고 티켓을 예매한 것이 아니다", "갑자기 정치인들이 무대에 오르면서 흥이 다 깨졌다"고 비판했다. 아무리 힙합식 스웨그(Swag'멋)로 치장해봤자 정치인과 청춘힙페는 어색하기 그지없는 조합이다. 더구나 논란이 불거진 이후 청춘힙페 운영진 측의 대응도 미숙해, 온라인 상에서 네티즌들과 댓글 난타전을 벌여 빈축을 샀다.
올해 대구에서 '청년정책'으로 배정된 예산은 고작 13억2천134만원이다. 이 중 '청춘힙페'와 '대구청년주간' 등 축제성 예산이 5억5천만원으로 41.6%를 차지한다. 예산이 넘쳐난다면 청춘들이 한바탕 뛰어놀 수 있는 이런 축제성 이벤트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한정된 예산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사용하느냐는 현실적인 한계를 갖고 있는 대구시가 이런 행사에 수억원의 예산을 사용하는 것은 재고해봐야 할 문제다. 지난 14일 대구경실련은 성명을 통해 대구시가 축제성 청년정책에서 벗어나 청년 교류'협력'정책연구 등 보다 실제적이고 효과적인 청년정책을 펼쳐 나갈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생색내기가 아닌 실효성 있는 청년정책에 대한 대구시의 심도있는 논의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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