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박계 핵심 서청원·최경환 의원의 당적을 정리하겠다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결기가 큰 벽을 마주하고 있다.
혁신위원회와 윤리위원회의 뜻을 받들어(?) 이들의 제명 안건을 최고위원회에 올려 이를 확정 지을 복안이나, 돌아가는 기류가 심상치 않다. 친박계의 반발로 '가결'을 자신하기가 쉽지 않은 분위기다.
당 대표가 명운을 걸고 추진한 친박청산이 지도부의 결정으로 가로막히면 홍 대표의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하다. 친박계는 홍 대표의 사퇴를 주장, 홍 대표의 계산이 어긋날 시 되레 친박 부활의 빌미가 되는 역설적 장면이 펼쳐질지 모를 상황이다. 친박청산은 탄핵정국으로 무너진 보수진영을 다시 세우는 제1원칙으로 여겨지다시피 했다.
이를 모를 리 없는 홍 대표가 본격적으로 소매를 걷었으나, 난관에 봉착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엿보인다.
그중 하나가 홍 대표가 보여준 '갈지(之)'자 행태다.
대선 가도가 무르익기 전, 당시 대선 후보였던 홍 전 경남도지사는 "춘향인 줄 알고 뽑았더니 향단이었다"며 박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 "탄핵 당해도 싸다"라고도 했다. 지난 3월이다.
그런데 선거일이 가까워지면서 대선이 '촛불 대 태극기'의 구도로 흐르자, 태도를 180도 달리했다. "정치적 사체가 된 박 전 대통령을 다시 등 뒤에서 칼을 꽂는 것은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 "박 전 대통령이 딱 받은 것은 최순실이한테 받은 옷 몇 벌밖에 없다"고 했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서는 특별지시라며 지난 1월 당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윤리위가 친박 3인방(서청원·최경환·윤상현)에게 내린 당원권 정지 징계를 해제했다.
하지만 홍 대표는 대선이 끝나자 방향을 또 한 번 틀었다. "책임을 안 진다면 무책임한 정치가 된다"며 박 전 대통령의 출당 문제를 본격 논의할 것임을 천명했다.
바른정당과의 통합 논의가 부상하자, 통합의 매개로 친박과의 결별 카드를 꺼내 든 것인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바른정당을 '기생정당' '구명정' '배신자' 등으로 비난했고 "첩이 아무리 본처라고 우겨 본들 첩은 첩일 뿐"이라고 깎아내리기까지 한 장본인이 그였다.
대선에선 표를 얻는 수단으로 활용했다가 이제 다시 정치적 이익을 위해 박 전 대통령을 지우겠다는 홍 대표. 박 전 대통령 출당 성사 여부에 자신의 정치적 '명운'을 걸어야 할 처지가 됐으니 아이러니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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