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독재자와 한반도

마오쩌둥은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국부로 추앙받는다. 마오쩌둥은 중국 역사에서 유일하게 공산당 주석을 지낸 인물이기도 하다.(중국에서는 국가 주석보다 공산당 주석이 더 높다.) 하지만 마오쩌둥이 희대의 독재자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의 폭정과 무지막지함이 불러온 인명 희생과 폐해는 세계사에 유례가 드물 정도다.

마오쩌둥 사후 정권을 물려받은 덩샤오핑은 제2의 마오쩌둥 출현을 막기 위해 '격대지정'(隔代指定)이라는 원칙을 세웠다. 현재의 최고 권력자가 차기 후계자를 지정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이다. 이 원칙에 따라 중국의 최고 권력자는 차차기 후계자를 지명할 수 있을 뿐이다. 덩샤오핑은 장쩌민에게 권좌를 물려주면서 후진타오를 후계자로 지명했고, 장쩌민도 퇴임하면서 차차기로 시진핑을 낙점함으로써 지금까지 격대지정 원칙은 잘 지켜져 왔다.

덩샤오핑의 유훈대로라면 5년 뒤 시진핑은 전임자인 후진타오가 지명하는 이에게 권좌를 물려줘야 한다. 그런데 시진핑이 이 원칙을 깨버렸다. 최근 열린 제19차 중국 공산당대회에서 시진핑은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았다. 후계자 풀(Pool)이라 할 수 있는 정치국 상임위원회에 50대를 진입시키지 않는 방법으로 집단 지도 체제를 사실상 무너뜨렸다. 그는 5년 뒤에도 권좌에서 물러날 뜻이 전혀 없어 보인다.

이제 중국은 마오쩌둥 이후 가장 강력한 권력자를 맞았다. 집단 지도 체제가 무너지고 강력한 독재자가 등장한 중국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는 예단키 어렵다. 당 지도부의 견제와 균형이 무너진 중국이 다시 큰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전임 최고 권력자인 장쩌민과 후진타오의 반발이 어떤 국면으로 불거질지도 큰 변수다.

공교롭게도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 지도자들의 면면을 보니 호락호락한 인물이 한 명도 없다. '스트롱맨'을 자처하는 트럼프, '차르'를 꿈꾸는 푸틴, 전쟁 가능한 일본을 만들겠다는 아베, 장기 독재에 시동 건 시진핑 등 죄다 철권통치를 꿈꾸는 인사들이다. 자국의 이익과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약소국쯤은 능히 제물로 만들 수 있는 인물들이 아닌가. 구한말이 이랬을까. 게다가 핵개발에 미친 북한 김정은 때문에 한반도 운명은 풍전등화 격이다. 참으로 걱정되는 정세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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