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동영의 자전거로 떠나는 일본 여행] ②세토나이카이 해상국립공원

히로시마, 대구경북과 교류…두 도시 이을 두 바퀴 길

아키나다토비시마 해도에서 바라본 세토우치 해안의 섬들.
아키나다토비시마 해도에서 바라본 세토우치 해안의 섬들.
히로시마현 관광과 직원들이 대구-히로시마 간 상호교류를 다짐하며 매일신문을 들고 있다. 왼쪽부터 이노하라상, 김동영 대표, 히로시마현 한국 담당자이다.
30단 MTB자전거를 연신부러워하던 일본어린이.
히로시마현 관광과 직원들이 대구-히로시마 간 상호교류를 다짐하며 매일신문을 들고 있다. 왼쪽부터 이노하라상, 김동영 대표, 히로시마현 한국 담당자이다.
30단 MTB자전거를 연신부러워하던 일본어린이.

첫 목적지로 일본 자전차의 성지로 불리는 '세토나이카이'(瀨戶內海)를 간다. 1934년 지정된 일본 최초의 해상국립공원이다. 약 690㎞에 이른다. 우리의 남해 한려해상공원과 꼭 닮았다.

야마구치(山口)를 시작으로 히로시마(廣島), 쿠레(吳), 오노미치(尾道), 후쿠야마(福山), 이마바리(今治)에 이르는 방대한 지역으로 규슈, 혼슈, 시코쿠에 걸쳐진 아름다운 해상공원이다. 태풍이 잦은 일본이지만 큰 섬들이 바람길을 막아주어 일 년 내내 잔잔한 바다와 풍광이 압권이다. 귤 재배 및 각종 해산물 특히 굴 양식이 유명하고 곳곳에 조선철강제철소가 자리 잡았다. 혼슈와 시코쿠를 잇는 해변도로는 일본 자전거족들에게는 죽기 전에 한번은 달려 봐야 하는 코스로 알려져 있다. 특히, 6개 섬을 이어 달리는 혼슈의 오노미치에서 시코쿠의 이마바리에 이르는 세토우치 시마나미카이도(しまなみ海道) 75㎞ 구간은 매년 자전거 대회가 줄을 잇는다.

십수 년 전, 부산서 오사카로 향하는 팬스타에서 시마나미카이도 대교를 먼발치서 바라본 기억이 생생하다. 바다 위에 건설된 세계 최장다리로 길이만 4.2㎞이다. 언젠가 저 다리 위를 달려봐야지 라는 막연한 꿈을 꾸었다. 오늘 그 위를 달린다는 감흥에 들떠 있다.

◆대구의 자매도시 히로시마-자전거의 성지

히로시마는 대구와 자매결연도시다. 정작 인연을 맺었지만 딱히 빈번하게 교류가 있는 것은 아니다. 매년 5월 대구시 방문단이 공연단을 앞세우고 한 차례씩 가는 것이 고작이다.

히로시마는 대구경북 사람들에게는 섬과 같은 도시이다. 접근이 쉽지 않다. 후쿠오카에서 약 280㎞, 오사카에서도 320㎞ 어느 쪽이건 수월치 않다. 히로시마에 대한 선입견 또한 녹록지 않다. 원폭 피해를 강조하며 평화의 도시를 외치지만 가해자가 피해자인 양 이중적으로 보여서 싫은 것이다. 2만 한국인 원폭희생자에 대한 배려도 적다. 이래저래 히로시마는 우리에게는 외딴 섬처럼 생뚱맞은 도시였다.

히로시마로 가는 길은 멀다. 부산서 시모노세키(下關)를 오가는 부관페리로 밤새워 간다. 시모노세키에서 히로시마는 JR로 200㎞ 가야 한다. 보통JR로는 4천엔, 신칸센은 8천엔이다.

보통JR로는 3시간 40분 걸린다. 두 번이나 갈아타야 한다. 자전거를 들고 역마다 바꿔 타는 것도 고역이다. 첫 라이딩 때는 경비를 아끼려 보통열차를 탔지만 두 번째는 신칸센을 이용하였다. 신시모노세키(新下關)역이나 고쿠라(小倉)역에서 환승해야 한다.

정작 자전거로 돌아본 히로시마는 전혀 딴판이었다. 원폭 돔을 중심으로 평화공원박물관은 풍요롭게 조성되어 있다. 시내를 가로질러 바다로 이어지는 물줄기와 어우러져 목가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히로시마성 역시 볼만하다. 자전거로 슬렁슬렁 다니면 약 3시간 정도면 충분히 볼 수 있다. 시간이 나면 동성로와 닮은 혼도리도 재미있다. 그러나 히로시마는 무엇보다도 '이쓰쿠시마(嚴島)미야지마(宮島)'가 제일이다. 일본 3대 절경이라고 손꼽힌다. 히로시마 시내서 약 28㎞ 정도 떨어져 있다. 시내 트램을 이용하면 약 30분 정도 걸린다. 자전거로 가면 약 50분 정도 걸린다. 자전거를 배에 싣고서 미야지마로 갈 수 있다. 사람들이 많아서 상당 부분 끌고 다닐 각오를 해야 한다.

◆일본 3대 경치, 미야지마(宮島) 이쓰쿠시마 신사(嚴島神社)

미야지마역에 도착하면 약 300m 떨어진 미야지마항으로 간다. 페리로 미야지마까지는 약 10분이다. 항구에 도착하면 맨 먼저 사슴이 반긴다. 사람을 도무지 무서워하지 않는다. 배낭을 메고 있으면 어슬렁어슬렁 다가와 가방을 뒤진다. 미야지마의 이쓰쿠시마 신사는 바닷속 오오토리이(大鳥居)로 이름이 높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이다. 크기와 아름다움도 특이하거니와 썰물이 되면 바닷속을 걸어서 손닿는 곳까지 가 볼 수 있다.

미야지마는 굴이 유명하다. 미야지마 앞 '카키시마 카이도'(かきしま海道)라는 74㎞ 해변 자전거길이 있다. '카키'라는 말은 '굴'(Oyister)을 의미한다. 20㎝도 넘는 굴들이 길러진다. 미야지마는 매년 초봄 굴 축제가 열린다. 이쓰쿠시마 신사 길옆 수십 개의 굴을 파는 가게에서 내뿜는 굴 향기가 발을 멈추게 한다. 꼭 먹어보고 와야 한다. 인내심을 가지고 줄을 서야 한다.

히로시마 시내 자전거투어 약 40㎞를 마치면 이제는 본격적으로 해상국립공원 길로 나선다.

'세토나이카이' 국립공원을 따라서 바다 자전거 길은 여러 갈래 만들어져 있다. 우선 ▷히로시마를 출발하여 쿠레를 거쳐 오노미치까지 이어지는 '사자나미 카이도' 82㎞ ▷쿠레에서 출발하는 굴을 의미하는 다섯 개의 '카키시마 카이도' 74㎞ ▷쿠레에서 시작하여 오오미시마까지 이어지는 31㎞의 '토비시마 카이도' ▷오노미치에서 이마바리까지 환상적인 자전거의 성지 '세토우치 시마나미 카이도' 76㎞ ▷에히메현의 중심도시 도고온천을 품고 있는 마쓰야마에서 이마바리까지 이어지는 45㎞의 '하마카제 카이도'로 나뉘어져 있다.

이름도 헷갈리는 여러 갈래의 사이클 코스를 만들어 두었다. 이뿐만 아니라 각 섬들을 한 바퀴 도는 일주도로도 만들어져 있어 며칠을 투자해도 다 돌기는 무리다.

◆카이도(海道), 바다도로 Express way

각종 '카이도' 길을 달리면서 혼란스러운 것은 카이도라는 말 때문이다. 분명 한자로는 바다에 접한 도로라는 뜻의 '해도'(海道)인데 영어로는 Express way라고 쓴다. 우리의 뜻으로는 고속도로라는 말이어서 항상 카이도라는 표지판을 만나면 가야 할지 돌아가야 할지 헷갈렸다.

히로시마를 첫 자전거여행 목적지로 정한 또 하나의 이유는 대구경북과 히로시마현 간의 상호교류 물꼬를 트고 싶은 욕심 때문이기도 하다. 히로시마현은 바다 앞길의 멋진 자전거 길을 마케팅하고자 별도의 사이클 부서와 담당자도 있다. 난데없이 대구서 자전거를 가지고 방문하니 놀람 반 환대 반이다. 두 번의 만남을 통한 여러 논의 끝에 올해부터 자전거를 매개로 활발한 교류가 이어지기를 희망하였다. 올해 3월 대구경북을 방문하고 싶단다.

지역의 유력 일간지 매일신문을 보여주면서 일본 자전차 길을 소개한다고 하니 연신 웃으면서 잘 부탁한다고 한다. 사실 일본 자전거 길을 소개하는 경우도 드물거니와 외딴섬 같은 히로시마가 소개되는 경우는 더욱 힘들다.

◆대구경북과 히로시마의 자전거 교류

대구경북은 우리나라 자전거의 중심지이다. 안동을 기점으로 상주, 구미, 현풍을 거쳐 을숙도에 이르는 398㎞ 낙동강 길의 중심지이다. 백두대간의 허리에 해당하는 문경새재길 100㎞도 경북에 위치한다. 동해안 자전거 길 중 울진, 영덕, 포항, 감포에 이르는 바닷길은 동해안 자전거 길의 백미다. 히로시마현 '세토나이카이' 자전거 길이 섬과 바다와 바람과 다리를 잇는다면, 대구경북의 자전거 길은 도전과 변화의 길이다. 이러한 특징을 가진 두 지역이 꾸준한 교류를 이어간다면 또 다른 장을 만들 수 있다.

히로시마현의 사이클 담당자인 이노하라상(猪原さん)은 히로시마현뿐만 아니라, '세토나이카이'에 닿아 있는 에히메현(愛媛縣), 아이치현(愛知縣) 등 3개 현 담당자와 공동으로 대구경북과 협력하기를 희망하였다. 민간인 한 사람의 일본 자전거 길 도전이 한일 간 좋은 성과로 이어지기를 소망한다.

이제 도시를 벗어나 본격적으로 '세토나이카이'의 속살로 들어가 본다.

◆사자나미카이도(さざなみ海道) 100㎞-히로시마에서 오노미치

쿠레시(吳市)에서 오노미치시(尾道市)까지 이르는 국도 35번 도로는 바다를 이어서 난 82㎞ 도로이다. 히로시마에서 중간도시 쿠레까지는 도심지를 달려야 한다. 약 28㎞ 남짓이다. 전날 이노하라상은 히로시마에서 쿠레까지는 도로가 좁고 위험하니 전철로 이동하는 것이 어떠냐 하였다. 그래도 대한민국 사나이인데 이어서 100㎞를 타기로 하고 길을 나섰다. 정상적이라면 1시간 반이면 충분히 도착하여야 할 쿠레시인데 도무지 길을 찾지 못하겠다. 한참을 가다 보니 난데없이 녹색 표지판에 Express way라고 적혀 있고 쿠레까지 15㎞ 남았다고 알려준다. 느낌이 이상하였지만 냅다 달렸다. 얼마 가지 않아 경적을 울리며 경찰차가 3대나 다가왔다. 고속도로였던 것이다. "쓰미마셍" "와카리마셍"을 외치며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어이가 없었던지 소위 '사건경과 보고서'라는 것을 작성하고 훈방(?)조치되었다. 일본 경찰의 호송을 받으며 인근 국도로 빠져나왔다. 경찰이 손을 흔들며 조심하라고 연신 웃는다. 식은땀이 흥건하였다.

쿠레시에서 오노미치시에 이르는 82㎞ '사자나미카이도'는 그다지 유쾌한 코스는 못된다. 도로가 좁고 교통량이 많아서 친절한 일본 차들이었지만 함께 달리기엔 부담스러웠다. 특히 서너 명 이상이라면 더욱 피해야 할 길이다. 히로시마 고속도로에서 홍역을 치른 탓에 두 시간 이상 늦어져 오후 6시가 넘어 오노미치시에 도착하였다. 2만7천원 하는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룻밤 신세를 진다. 피곤하고 힘든 하루였다.

[Tip]

※대구-일본 항공편=대구 후쿠오카 TW BX 매일, 대구 오사카 TW BX 매일, 대구 도쿄 TW BX 매일, 대구 삿포로 TW 주 4회,

대구 오키나와 TW 주 3회

※부산 일본행 선박=부산 하카다(후쿠오카) 카멜리아 매일, 부산 시모노세키 부관페리 매일, 부산 간사이(오사카) 주 4회, 부산 대마도 매일

※세토나이카이 도시 간 페리=히로시마/ 쿠레/ 오노미치/ 이마바리/ 마쓰야마 구간은 페리가 움직인다. 승객운임 외 자전거 운반비도 별도로 받는데 구간에 따라 110엔~420엔까지 받는다. 자전거는 별도로 분해나 포장 없이 실을 수 있다.

※항공기 JR 버스 탑승 시 자전거 운반

항공기=15㎏ 미만은 별도 비용 없이 수하물로 실어준다. 단, 하드케이스 포장박스 소프트박스 등 별도로 자전거 분해 후 포장해야 한다.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하다.

JR 신칸센 버스=앞바퀴 뒷바퀴를 빼서 별도 천 커버로 덮은 후 탑승하면 된다. 처음에는 앞뒤바퀴 둘 다 빼서 포장하다 시간도 걸리고 힘들어 앞바퀴만 분리해서 대형 천 커버로 꽁꽁 묶었는데 대부분 다 통과되었다. 별도 비용은 없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