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보이지 않는 손)과 정부(보이는 손) 중에서 누가 더 똑똑하고 효율적인가는 경제학 역사에 있어서 영원한 과제다. 시장이 효율적이라는 것은 경제학의 아버지인 아담 스미스로부터 출발한다. 그는 시장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잘 작동하기 때문에 정부는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1929년 미국 대공황은 이런 믿음을 송두리째 뒤엎었다. 자유방임이 결국 대공황을 불러온 것이다. 이때 나타난 케인즈는 완전 고용을 위해서는 정부가 능동적으로 시장에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면서 결국 정부의 역할을 강조한 '큰 정부'를 주장했다.
흔히 정부가 시장 개입 필요성을 강조하고 싶을 때 자주 쓰는 말이 '시장 실패'(market failure)다. 그러나 때로는 정부가 민간보다 유능하다는 생각에서 규제를 만들고, 재화와 용역의 가격을 결정하면서 시장질서를 왜곡시켜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이를 '정부 실패'(government failure)라 부른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한마디로 큰 정부론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시장에 역행하는 과도한 시장 간섭이 정부 실패를 불러일으켜 우려를 낳고 있다. 문 정부 '정부 실패'의 몇 가지를 들어보자.
우선 6·19대책, 8·2대책, 신DTI(총부채상환비율) 도입 등 여섯 차례 굵직한 부동산 대책이다. 그 핵심은 강력한 수요 억제를 통해 투기 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부동산 과열을 막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에도 불구하고 서울 강남을 비롯한 집값은 오히려 더 상승하고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꿈은 멀어져 가고 있다. 시장을 규제로만 통제하겠다는 발상은 매우 위험할 뿐만 아니라 실효성도 없다. 부동산 과열의 진원지로 꼽히는 서울의 경우 만성적인 주택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강남을 향한 수요는 커지는데 공급은 재건축 규제 강화 등으로 막혀 있으니 집값은 오를 수밖에 없다. 결국 정부의 공급을 무시한 일방적인 수요 억제나 규제책이 시장에서 역풍을 맞고 있는 셈이고, 이런 정부 실패의 고통은 집 없는 서민에게 더 돌아간다.
작년 7월 올해 최저임금을 전년보다 16.4% 오른 시간당 7천530원으로 올리기로 결정한 최저임금 인상의 역풍도 마찬가지다. 그 후폭풍으로 올 들어 식당, 편의점, 중소업체들이 불어난 인건비 부담에 문을 닫게 생겼다고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또한 경비원·청소부 등 고용 취약층의 해고가 잇따르고 있다. 매출이 갑자기 늘거나 영업이익이 올라간 것도 아닌데 인건비만 급격하게 올라간다면 고용주는 당연히 근로자를 줄이든지 아니면 무인점포로 운영하는 방식으로 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 그것도 안 되면 편법을 쓸 수밖에 없다. 고용주는 법에 저촉되는 줄 알면서도 최저임금보다 싼 근로자를 찾고, 일자리가 아쉬운 근로자는 이를 묵인하는 이른바 '노동 암시장'이 생긴다. 저임금 근로자 보호 정책이 오히려 노동자의 일자리를 잃게 만들고 노동시장만 왜곡하고 있는 셈이다.
아무리 선의로 출발했던 정책이어도 시장에서 역풍을 맞고 정부 실패가 감지되었다면 이제라도 문제 인식의 틀을 바꾸어야 한다. 시장과 정부 어느 쪽이든 절대적으로 옳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시장의 힘을 무시한 채 정부가 무분별하게 개입하거나 불합리한 규제를 가하면 오히려 상황은 더 나쁘게 흘러간다. 정부 실패는 사회적'경제적 비용이 엄청날 뿐만 아니라, 그 정책이 선의를 두었던 계층에 피해가 더 크게 돌아간다는 점을 알 필요가 있다. 지금이라도 시장이 제 기능을 다하도록 정부가 도와주는 것이 옳은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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