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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 한 달, 中企 고육책] 기업 月 1400억 부담, 일자리안정자금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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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임금체제 개편-업체별 법 기준 맞췄지만 정작 근로자 임금 똑같아 인상 정책 취지 무색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하거나 상여금 등을 기본급에 포함시키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6일 오후 대구 제3산업단지의 한 제조업체.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하거나 상여금 등을 기본급에 포함시키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6일 오후 대구 제3산업단지의 한 제조업체.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최저임금이 인상된 지 한 달이 지났다. 지역 업체들은 인건비 부담을 호소하면서 인상에 맞춰 임금을 올렸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임금이 올라 직원 만족이 커진 곳도 있지만, 직원 수를 줄이거나 근로시간을 조정하는 등 고육지책을 내놓는 곳도 속출하고 있다. 대구의 제조업계는 영세한 중소업체가 많아 임금 상승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다. 경기가 어려운 자동차부품'섬유 업종 위주여서 특히 타격이 크다. 이에 지역'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차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건비 상승에 업체들 고육지책

대구 북구 제3산업단지의 A업체는 이달 중으로 생산직 직원 33명 중 8명을 내보낼 예정이다. 고용을 유지하기보다 인원을 줄여 최저임금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웃돈을 주더라도 소수의 숙련공을 고용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또 최근 40만원의 정부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유연근무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A업체 대표는 "오른 최저임금대로 월급을 줘보니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월 수백만원을 추가 지출했다"며 "사회에 공헌한다는 생각으로 장애인이나 어린 직원들을 고용해왔는데 더 이상은 어려울 것 같다. 인건비가 늘어난 만큼 생산성이 높은 인력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서구 B섬유업체는 매년 200%씩 지급되던 상여금을 12개월로 나눠 기본급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결국 인상된 최저임금에는 맞출 수 있지만 직원들이 손에 쥐는 임금은 늘지 않아 정책의 취지가 무색해지게 됐다. 업체 대표는 "최저임금을 올리면 상위 직급까지 줄줄이 인상해야 해 전체 인건비가 10% 이상 늘어나는 상황"이라며 "일부에선 '조삼모사'나 다름없다는 반발이 있었지만 양해를 구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동구의 한 섬유가공품 수출업체는 채산성 악화에 따른 수출경쟁력 약화가 심각한 문제라고 걱정했다. 직원 수 150여 명의 이 업체는 생산제품 대부분을 해외에 수출하며 주목받는 강소기업이다. 이 업체 대표는 명목상의 최저임금 인상률은 16.4%이지만 실질 인상률은 19~20%에 달하는 것 같다고 했다. 최저임금에 해당하는 근로자 임금을 올리면서 어느 정도 격차 유지를 위해 기존 근로자 임금도 올려줘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비닐, 원사, 염색 등 원료와 가공비용이 오르는 상황에서 인건비까지 올랐다. 그렇다고 바이어들이 이런 사정을 알아주지 않는다"면서 "올 설날 상여금은 예년보다 줄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창출에 역행한다는 목소리도 많았다. 한 설비업체 대표는 "연간 11% 인건비가 오를 것으로 본다. 이런 식이라면 군 특례병이나 외국인 근로자도 쓰기가 힘들 것 같다"고 했다.

◆정부 대책 요구 목소리

대구 기업들은 최저임금 부담으로 인해 여러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 대구경영자총협회가 최근 지역 135개 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66.3% 업체가 인건비 부담에 따른 고육책을 내놓았다. 최저임금 인상에 맞춰 임금체계 개편했다는 업체가 22.1%로 가장 많았다. 이어 근로시간을 조정한 곳이 16.2%였고, 신규 채용을 축소했다는 업체도 14.7%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감원(7.4%)과 무인화'자동화 설비 도입(5.9%) 등도 고려됐다.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올해 대구지역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향을 받는 근로자 수는 전체 근로자의 24.9%인 18만~22만7천 명으로 추정된다. 예상되는 추가부담액은 매달 1천400여억원대에 이른다. 지난 2015년과 비교하면 부담액은 1천100여억원이나 늘었다. 이로 인해 기업을 축소운영하겠다는 업체가 절반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최저임금 산입 범위와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지역 제조업계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현재 최저임금에는 기본급과 직무수당'직책수당 등 매달 1회 이상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임금만 산입된다. 분기별로 지급되는 상여금이나 명절 휴가비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지역 중소기업의 경우 임금에서 각종 수당 비중이 많아 기본급만 최저임금에 포함하는 것은 다소 적합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일자리안정자금의 대상이나 금액을 확대하는 것도 영세업체 입장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도 개선 분위기도 엿보인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6일 "최저임금 산입 범위는 개선이 필요하다. 최저임금위원회 태스크포스(TF)에서 논의 중"이라고 언급했다. 김 부총리의 발언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사업주 반발을 최소화하고, 경제 전반에 미치게 될 충격파를 완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역 한 중견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나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기업 현장의 애로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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