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로 이 칼럼을 시작한 지 만 5년이 지났다. 지난 5년을 돌아보면 매주 글을 쓰는 것이 힘든 일이기는 했지만 나태해지지 않고, 글을 쓰기 위해 계속 생각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공부를 해 올 수 있다는 점에서는 감사한 일이기도 하다. 특히 잎새에 이는 바람과 같은 댓글이나 반응 하나에도 괴로워하는 소심한 성격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독자들의 칭찬(稱讚)과 격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윗사람의 명령을 받고 일하는 한 명의 직장인으로서 시간을 내서 글을 쓰는 것이 참 힘들다 생각을 하다가도, 독자들께서 해 주시는 '공감한다.', '유익했다.' 이런 말 한마디를 들으면 언제 그렇게 힘들었냐는 듯 또 글을 쓰고 있었다.
칭찬하는 말이 좋은 것은 그 말 한마디가 사람 안에 있는 '신' 또는 '신명'이라는 것을 끌어내기 때문이다. 신 또는 신명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일에 흥미나 열성이 생겨 매우 좋아진 기분'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 사용하는 예나 '-나다'라는 말과 결합하는 것을 보아서는 '흥미, 열정, 즐거운 기분'이 융합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신을 '정신'(精神)의 '신'(神)에서 온 한자어로 보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신명'도 신의 명령을 뜻하는 '신명'(神命)이나 천지의 신을 뜻하는 '신명'(神明)에서 온 것으로 파악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신난다는 의미로 그런 한자어를 사용한 기록을 찾기 어려워서 어원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옛 기록에서 신나게 어떤 일을 한다는 의미를 기록할 때는 주로 미칠 '광'(狂) 자나 유쾌할 '쾌' (快) 자를 사용했다. '광' 자는 '독서광, 야구광'처럼 무엇인가에 미친 듯이 열정을 쏟는 사람을 지칭하는 접사로 사용되는데, '신'의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사람들이 저마다 자기 안에 있는 신을 내면, 그렇게 해서 신바람이 나면 그 사회는 유쾌하고, 좋은 성과도 이루어낼 수 있다. 그렇게 하려면 한 사회 내에 칭찬이 더 많아져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치의 영역을 보면 칭찬에 지나치게 인색한 것을 볼 수 있다. 오히려 상대방의 작은 잘못이 있으면 그것을 비난하는 데 신을 낸다. 지난 동계올림픽 때를 한번 기억해 보자. 야당에서는 정부에 반대하는 데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자기들이 유치하고 준비한 대회를 현 정부가 잘 마무리해서 고맙다고 칭찬했으면 어땠을까? 그런다고 자기 지지자들이 여당으로 가지는 않을뿐더러 올림픽 성공의 덕을 볼 수도 있었다. 그런 식으로 국민들의 마음을 얻으면 나중에 정권을 잡았을 때도 충분히 할 말이 있다. 치열한 경쟁의 상황에서 경쟁자를 칭찬하는 것은 경쟁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더 잘하기 위한 다짐과 채찍질이 될 수 있다. 우리 정치에는 누가 더 좋은 정책으로 신을 내는가 하는 경쟁이 필요하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