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구에서 이렇게 공천해 놓고 '보수 재건'을 말할 수 있나

자유한국당 대구시당 공천관리위원회는 대구 기초단체장 8곳 가운데 6곳의 후보를 전략공천했다. 달서'수성구 2곳은 9'10일 경선을 벌인다. 지금까지의 전략공천 결과를 보면 '사천'(私薦)이나 다를 바 없어 실망스럽다. 이렇게 공천을 해놓고, '보수 재건'이니 '보수 야당 복원'이니 하는 말을 입 밖에 꺼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전략공천한 6곳의 기초단체장 후보 면면을 살펴보면 서구 류한국, 북구 배광식 등 단수 신청자 2명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전'현직 시의원 출신이다. 그동안 가물에 콩 나듯 기초단체장을 배출해온 시의회가 이번에는 현재 4명, 수성구 경선 결과에 따라 최대 5명의 후보가 나오게 됐다. 시의원 출신이라고 역량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아니지만, 경력과 학력, 나이 등을 단순 비교하면 지금까지의 기초단체장 가운데 최약체다.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국회의원 개인의 이익에 맞춰 공천권을 남용했기 때문이다. 일부 친박 의원들이 차기 총선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기 사람 심기'와 '경쟁자 배제'에 열중하다 보니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빚어졌다. 공천 과정에서 '주민을 위한 봉사자'로서 적합한 후보인지를 따지지 않고, 국회의원 개인에게 충성스러운 후보인지를 가장 중요하게 따진 것으로 보여 어이가 없다.

몇몇 의원들이 개인적인 욕심을 부리다가 풀뿌리 민주주의의 대의를 훼손했고, 나아가 한국당에 큰 부담을 안겨줬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주민에 대한 봉사나 서비스'는 안중에도 없고 총선에서 자기 사람을 심어 이기겠다는 얄팍한 심보를 보이니 그런 '약발'이 오래갈 리 만무하다.

문제는 이번 공천 실패가 향후에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하는 점이다. 박근혜 정권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도 2년 전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 공천을 둘러싼 말썽 때문이다. 대구경북은 보수의 텃밭이다. 한국당은 그 텃밭에 기반을 두고 있다. 한국당이 텃밭인 대구경북의 공천 관리를 엉터리로 하면서 지지를 보내달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소리다. 이런 수준과 의식으로는 보수를 재건하거나 보수 야당의 정체성을 세울 수 없음은 너무나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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