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 칼럼] 지방 이슈 실종된 지방선거

법무법인(유) 율촌 고문, 숙명여대 겸임교수, 농협중앙회 비상임이사
법무법인(유) 율촌 고문, 숙명여대 겸임교수, 농협중앙회 비상임이사

6'13 地選 중앙정치의 대리전 양상

후보 선정 과정 주민의견 무시하기도

내가 사는 곳 환경 교통 편의시설 등

일상에 가장 가까이 영향 주는 선거

올해 6월에 치러지는 지방선거도 지역 주민의 삶과 관련된 이슈는 별로 주목을 받지 못할 것 같다. 지방선거에 대한 그간의 언론 보도도 누가 지역 발전이나 지역 현안 문제 해결에 적임자인지 여부보다는 중앙정치의 대리전이라는 관전 포인트에 쏠려 있다. 광역자치단체장 경우 여야 모두 후보군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지만, 후보 선정 과정에서 지역 주민의 의사를 수렴하는 절차를 무시하는 경우도 눈에 띈다. 현역 자치단체장이 후보로 나선 경우 지난 4년간의 업적이나 공과에 대한 검증이 소홀해 보인다. 이처럼 4년간 지역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가 지역 이슈나 지역 주민의 의견 수렴 절차가 무시된 채 중앙정치 중심으로 흘러가서는 지방자치의 취지가 무색해진다. 이러자고 4년마다 1조원에 육박하는 국민 혈세를 쓰면서 지방선거를 치르느냐는 무용론이 대두할 수밖에 없다.

지금 세계는 국가 간의 경쟁 시대를 넘어 도시 간 경쟁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세계적 여론조사기관인 입소스 모리(Ipsos Mori)가 지난해 7월 세계 26개국 60개 주요 도시에 대해 실시한 선호도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은 기업 하기 좋은 도시 30위, 살고 싶은 도시 31위, 가보고 싶은 도시 22위로 중하위권 성적을 기록했다. 아시아권에서도 도쿄, 베이징, 상하이, 방콕에 비해 순위가 크게 처져 있다. 지금처럼 도시 간 경쟁 시대에 일자리 창출을 위한 투자 유치나 외국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정책적 노력도 중요하지만 지방자치단체의 역량과 노력도 중요함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로 보인다.

이런 설문조사 결과가 아니더라도 세계적인 기업의 해외공장이나 지역연구(R&D)센터 유치 경쟁에 있어 해당 자치단체의 무관심과 무능한 대처로 다른 나라나 다른 도시에 뺏긴 사례를 종종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선 기초자치단체장까지 선거를 통해 뽑는 광범위한 지방자치제를 실시하고 있으나 내면을 들여다보면 자치단체장 선출 과정에서부터 중앙정치의 예속으로 인해 완전한 지방분권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또한, 오랜 역사에 걸쳐 형성된 중앙집권적인 발상과 관행,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제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소통과 수평적 협력 관계에 장애물로 작용해 왔다. 이로 인해 중앙정부가 수립한 각종 정책이 일선 지방 행정기관을 거쳐 집행되는 과정에서 정책이 헛돌거나 예산 누수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일자리 창출이나 외국인 관광객 유치, 서비스산업 육성, 복지 전달체계 개선과 같은 주요 정책의 수립이나 시행 단계에서 지방자치단체와의 소통과 협력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새로운 산업의 유치와 조선업과 같은 전통제조업의 침체로 해당 산업이 밀집된 지역(러스트 벨트)의 경제를 부활시키는 문제는 여야를 떠나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기초지방의회 의원 및 단체장과 광역의회 의원 및 단체장의 4대 선거를 동시에 실시한 진정한 지방선거는 1995년 6월에 시작되었다. 그 후 5차례나 지방선거를 치렀으나 여전히 중앙정치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지역 주민의 투표율 참여도 국회의원 선거에 비해 저조한 편이다. 특히, 지방의원 선거의 경우 후보자의 면면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투표 당일 정당을 보고 투표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하지만, 냉정히 따져보면 지방선거야말로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경제와 일자리, 환경, 교통, 주민 편의시설 등 지역 주민의 일상에 가장 가까이 영향을 미치는 사람을 선택하는 중요한 선거다. 잘못된 경영자(CEO)를 만나면 회사가 파산하듯이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을 잘못 선택하면 지역 경제가 어려워지고 지방 재정이 부실해져 주민의 삶이 더 힘들어질 수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지역 주민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자기 권익을 지키기 위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 주길 기대해 본다.

권혁세 단국대 경영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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