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구미 농협 사기' 22년 전 사건과 유사

구미 한국은행 사기와 방법 비슷…경찰, 범인 검거·경위 파악 총력

구미지역 S농협의 50억원 상당의 사기사건(본지 4월 30일 자 11면 보도)은 22년 전 한국은행 구미지점 현금 9억원 사기인출 사건과 유사해 지역 금융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두 사건 모두 은행 측이 발행한 당좌수표(은행에 당좌예금을 가진 자가 은행을 지급인으로 하여 일정한 금액의 지급을 위탁하는 지급위탁 증권)와 자기앞수표(은행이 자기를 지급인으로 정해 발행한 수표로, 발행한 은행이 도산하기 전에는 지급이 보장되므로 보증수표이다)를 이용해 현금을 인출한 사건이다.

1996년 2월 17일 대동은행 구미지점 직원을 가장한 남자 2명이 한국은행 구미지점에서 전화를 걸어 "은행 지불준비금이 부족해 곧 인출하러 간다"고 한 뒤 한국은행이 발행한 은행 간 내부거래용 당좌수표를 제시하고, 현금 9억원을 빼돌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당시 범인들은 대동은행 구미지점 금고에서 훔친 당좌수표 1장에 구미지점의 가짜 고무인과 지점장 도장을 찍은 후 현금 9억원을 인출해 마대 3개에 담아 달아났다.

이 사건에 대한 책임은 원칙적으로 수표를 분실한 대동은행에 있으나, 외환위기 때 이 은행이 없어짐에 따라 한국은행에서 그 손해를 떠안게 됐다.

당시 경찰은 현'전직 은행원이 낀 범행으로 보고 400여 명을 대상으로 수사했으나, 사건의 단서를 찾지 못한 채 지금까지 범인을 잡지 못하고 있다. 9억원 사기 인출 사건은 2006년 공소시효가 만료됐지만, 사건을 해결하지 못한 구미경찰서나 한국은행 모두 수치스럽기는 마찬가지인 셈이다.

특히 지난 2004년 4월에는 이 사건을 모델로 보안이 철통 같은 한국은행을 턴다는 내용의 영화 '범죄의 재구성'이 개봉돼 관심을 끌기도 했다.

영화 속에서 사기꾼들에게 50억원이 털리는 것으로 나오자 한국은행은 영화 개봉을 앞두고 모방범죄가 일어날 가능성에 대비해, 본점과 16개 지역본부의 경비 태세를 강화하는 한편 실탄이 장전된 기관단총을 갖고 있는 무장 경비원 수를 50% 늘이는 해프닝을 빚었다.

S농협 역시 J지점장과 감사 등이 사건에 연루됐으며, 돈을 인출해 간 범인을 검거하지 않는 이상 50억원 상당의 사기사건 경위는 알기 쉽지 않다. 경찰은 S농협 등을 상대로 자금 인출의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한국은행 9억원 사기 대출사건은 당시 CCTV와 보안 등이 취약했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최첨단 장비들이 곳곳에 있어 사건 해결에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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