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 11월 29일. 지난 40년간 음악회 뿐아니라 정당행사장, 동요발표회장, 우뢰맨 등을 상영하는 영화관으로 활용됐던 시민회관이 보무도 당당하게 재개관했다.
모두의 추억을 담은 곳이 새롭게 단장한다는 소식에 시민들의 반응은 뜨거웠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클래식 공연만 하는 곳이라고? 다소 실망하는 눈치였다.
더구나 클래식 전용홀은 전국의 120여개 공연장을 합해도 서울경기에 2군데를 빼고 나면 지방에선 처음 있는 일이라 모두가 격려보단 걱정의 시선을 보냈고 아무도 공연장의 성공을 기대하지 않았다.
기대가 없다는 건 도전 가능성을 열어줬다.
개막공연으로 일본, 대만, 중국 등 아시아3개국 오케스트라와 한국 6개 오케스트라를 초청했고 싸늘한 시선을 보내던 사람들은 뜻밖의 찬사와 호평을 보냈다.
응원에 힘입어 다음 해, 감히 만나리라 상상도 못한 공연도 기획했다.
영국 BBC 오케스트라, 안네 소피무터, 힐러리 한 등 대구가 아니라 우리나라에 와주기만 해도 대박이다 했을 연주자들을 대구로 초청하는 것이었다.
예상대로 순탄할 리가 없었다. "대구가 어딘데?" "거기에 공연장이 있어?" 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고 BBC 오케스트라는 대구공연 합의를 끝내고도 끝내 단원들의 투표로 공연을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기획자로서 좌절감은 말할 수 없었지만, 그럴수록 오기가 생겼다. 후일담으로는 아시아, 그 중 한국은 서울 밖에 모른다고 했었고, 네임드가 있는 연주자들은 아무 무대에 서지 않는다는 자존심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더욱 자극이 됐다. 연주자들이 공연으로 아는 도시를 만들자. 콘서트하우스를 그런 공연장으로 알리자는 마음으로 한 걸음씩 발을 내디뎠다.
드레스덴필, 라이프치히게반트하우스, 쾰른방송 등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와 힐러리한, 미샤마이스키, 길샤함, 백건우, 조수미, 정경화 등 세계 최고의 아티스트를 초청하는데 성공했고 국비사업인 월드오케스트라심포니시리즈 까지 매년 150회 이상의 기획공연을 시도했다.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대다수 공연이 매진사례를 기록하는 동안 세계적으로 작은 도시 대구는 대구연주자들은 물론이고 세계 굴지의 연주자들이 찾아오는 공연장으로 입지를 굳혔고, 이젠 클래식하면 대구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한 해, 1천명이 넘는 연주자들이 대구를 찾는다. 대구 관객과 만나고 대구를 알아간다.
이런 변화, 그저 클래식 공연장이 생겼기 때문일까?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공연장 때문이 아니라 대구라는 도시에 클래식의 뿌리가 있었기 때문이고 그 문화를 받쳐줄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올 하반기에도 기가 막힌, 들으면 입이 쩍 벌어지는 오케스트라와 아티스트가 대구를 찾을 것이다. 시민들도 클래식은 어렵다는 편견 대신 우리도 클래식 한번 볼까? 라는 마음으로 다가선다면, 올 해 모두에게 행복한 한 해가 될 거라 감히 장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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