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의자로 앉아있다/ 박방희 지음, 허구 그림/ 도토리숲 펴냄
현재 대구문인협회장을 맡고 있는 박방희(사진) 시인이 쓴 동시조집이다. 30년 넘게 고정 관념을 깨는 상상력과 실험정신, 형식 파괴로 재미를 더해 주는 동시와 시조를 발표해 온 저자의 두번째 동시조 모음 책이다.


이 동시조집은 우리가 날마다 만나는 자연과 사물에 담긴 이야기들을 우리 고유 시조 운율에 맞춰, 실험정신과 감성이 풍부한 시어로 담아낸다. 동시조 56편은 시조 정형율을 지키면서 행을 내려 형식에서 변형을 주고, 상상력으로 동시조(시조)의 새로운 재미를 더해 주고 있다.
저자는 시인의 말을 통해 세가지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1. 우리 집 앵두나무에 까치 한 마리가 날아와 앉았습니다. 이리 기웃, 저리 기웃하던 까치가 앵두를 날름날름 따먹습니다. 그리곤 검은 부리로 붉은 앵두를 따 입에 물고 어디론가 날아갔다가 금방 다시 날아와 앵두를 또 따가는 거였죠. 아마 어린 새끼나 가족들과 나눠 먹지 않을까 싶습니다.

#2. 해질 무렵 초승달을 자세히 본 적이 있나요? 마치 하늘가 외딴집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으셨나요. 저녁마다 환하게 불 켜지는 달을 보며, 저 집에 사는 아이가 혼자 집 보고 있다가 일 나간 엄마 아빠를 기다려 불을 켠다는 생각은요?
#3. 어느 날 마당에 나온 도마뱀 한 마리를 보았습니다. 바둑이가 그걸 보고는 주둥이를 갖다 대며 킁킁거립니다. 위험을 느낀 도마뱀이 꽁지를 떼 놓고 잽싸게 달아납니다. 피 묻은 꽁지가 맹렬하게 팔딱팔딱 뜁니다. 마치 혼자 달아난 머리를 보고 항희라도 하듯 말이지요. 바둑이가 팔딱팔딱 뛰는 꼬리에 정신이 팔린 사이 도마뱀은 안전하게 도망칩니다.
이 책에는 이런 이야기들이 줄을 섰다. 더불어 그 각각의 동시조마다 허구 화가가 그린 어울리는 재밌는 그림이 있어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책 목차는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앵두 따는 까치(애호박 동무들, 저녁놀, 기차놀이, 살벌한 호박꽃, 장승박이, 옥수수 아빠, 도마뱀, 앵두 따는 까치, 호박, 초승달 오두막, 언덕에 올라, 중랑천 오리, 기러기)
2부 겨울나무(첫눈, 겨울나무, 저녁연기, 징검돌, 백로, 풍경, 굴뚝, 아낌없이 주는 나무, 겨울새, 눈사람 생일, 첫눈2, 물방울의 말, 옛날 옛적)
3부 산토끼의 꾀(연못, 봄산, 봄날 목련, 꽃의 말, 아기와 길, 봄, 지렁이, 야영, 가을 들녘, 이삭줍기, 얼음 낚시, 겨울나무, 벼들의 합창, 가을)
4부 담쟁이의 꿈(조약돌, 담쟁이의 꿈, 답, 제비, 거미줄 바둑, 붉은 감, 청개구리, 3·1절, 운부암 나무의자, 개밥바라기, 집 없는 고양이, 슬픈 공룡, 살림꾼 개미)
저자는 동시조를 쓰고 있지만 동심의 아이들 뿐 아니라 오히려 어른들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더 크다. 아이들에게는 아이들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의 관찰력과 의미있는 자연과 동물의 신비로움과 깨우침을 던져주지만, 어른들에게는 자연의 이치나 동물의 마음을 통해 인간의 과욕이나 어리석음에 대한 반성과 그를 통해 얻는 지혜를 일깨워준다.
이 책 36p 한 작품을 소개한다. 제목 '겨울나무'. [나무도 겨울이면 동안거에 들어간다/ 하나 둘 지운 잎으로 그늘 진 밑을 닦고/ 저마다 하늘 우러러 빈 손 높이 쳐든다] 이 동시조의 의미는 겨울나무가 겨우내 더 바쁘게 봄을 맞이하려는 준비를 하는 것이다. 103쪽,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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