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학 등록금 신용카드 납부가 어찌 이리 어려운가

정부가 대학생 등록금을 신용카드로 받을 수 있게 관련 법까지 마련했으나 정작 대학 당국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 카드 등록금을 받으면 물어야 할 수수료로 학교 수입이 줄 수 있다는 얄팍한 계산에서다. 전국 대학마다 같은 현상으로, 대학 당국의 학생 배려가 헛구호임을 웅변하는 증거가 되기에 충분하다. 이는 특히 대구경북의 대학에서 더욱 심해 지역 대학을 택한 부모와 학생들의 부담을 되레 가중시키는 꼴이 되고 있다.

현재 대학정보 공시 공간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지난해 416개 대학 중 등록금을 카드로 받지 않는 곳은 220곳(52.9%)이다. 사립대는 358곳 중 208군데, 국공립대는 58곳 중 12군데가 그랬다. 그런데 대구경북 4년제 대학은 20곳 중 12군데가 카드 등록금을 받지 않아 비율이 60%에 이른다. 전국 평균보다 높고 카드 등록금 기피가 더욱 두드러졌다. 그만큼 학교 수익에 매몰돼 학생과 학부모에 대한 배려가 낮다는 방증인 셈이다.

대학 당국의 이런 모습은 실망스럽다. 카드 등록금 수납에 따른 학생과 학부모들의 부담 완화는 대학의 마땅한 책무이다. 정부가 굳이 관련 법규까지 갖춰 이런 제도를 도입한 까닭도 그런 배경이었음을 모르지 않을 터이다. 그런데도 법 규정이 강제 이행의 의무가 아닌 데다, 카드 수수료 부담에 대학 당국이 얻을 수입이 준다는 속셈만으로 이를 외면함은 대학의 추구 가치와도 어울리지 않고 사실상 횡포나 다름없다.

특히 전국 평균을 밑도는 카드 등록금 납부 비율인 대구경북 대학들의 현상은 더욱 우려스럽다. 대학의 등록금 정책 불만과 배려 실종에 대한 실망감이 자칫 지역대학 외면과 같은 부정적 요소가 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대학 당국은 먼저 카드 등록금 납부를 넓히고, 카드 수수료율을 낮추려는 노력 또한 절실하다. 지역 대학을 택한 학생과 학부모는 물론, 가뜩이나 나쁜 경제 형편과 삶에 힘겨운 대구경북의 사정을 살피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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