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정부의 경제정책 파탄 전조 아닌가

문재인 대통령이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해 사과한 것은 합당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다. 대통령의 사과는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해야 함에도, 오히려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통받는 소상공인·영세사업자의 분노를 자극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더욱이 문 대통령이 최저임금 인상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니 국민 생활보다 자신의 공약을 앞세우는 것 같아 씁쓸하기 짝이 없다.

문 대통령이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소상공인·영세사업자에 대한 일자리안정자금, 상가임대차보호 등 보완 대책 마련을 언급하기는 했다. 그렇지만, 이런 보완 대책은 이미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경제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 정책‘일 뿐이다. 지난해 최저임금 16.4%를 인상할 당시, 이번처럼 정부가 보완 대책을 시행했느니, 일부 성과가 있었느니 했지만, 이를 체감적으로 받아들이는 소상공인·영세사업자는 거의 없다.

문 대통령이 최저임금 인상 정책을 고수하는 것은 핵심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론 때문이다. 저임금노동자·가계의 임금과 소득을 올려 소비 확대, 일자리 증가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기대한 효과보다는 물가 상승, 고용 감소 같은 부작용만 드러나고 있다. 노동자 임금을 올리기 위해 소상공인·영세사업자를 빈곤층으로 떨어뜨리면 안 하느니 못한 정책이 되고 만다.

이런 상황이라면, 최저임금 인상을 바탕으로 하는 소득주도성장론은 상당 부분 파탄 상태를 맞은 것이나 다름없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공개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이 하반기 경제 운용에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했고, 여당 내부에서도 “부작용이 심각하다”고 인정했다. 청와대만 유독 흔들림이 없는 듯하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소신에만 연연하지 말고 국민 생활 전체를 보고 경제 운용에 나서야 한다. 소득주도성장론이 틀렸다면 진로를 변경하는 것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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