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국군기무사령부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기무사 개혁안을 놓고 치열하게 대립해온 양측의 갈등이 '계엄령 문건'을 계기로 폭발한 모양새가 됐다.
송 장관은 작년 3월 계엄령 문건을 작성한 기무사의 행위를 심각한 '정치개입'으로 판단하고 기무사를 송두리째 개혁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이에 기무사 측은 부대 특성상 윗선의 명령을 거역할 수 없어 충실히 따랐을 뿐이라는 논리를 앞세워 '방어'에 나선 모습이었다.
군 일각에서는 지난 2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송 장관과 기무사 간부들 간에 오고 간 낯뜨거운 수준의 진실공방은 그동안 쌓여온 갈등이 표면화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무사 수뇌부, 계엄령 문건 수사속 국방위에 총출동…그 이유는
24일 국회 국방위에는 이석구 기무사령관(중장), 소강원 참모장(소장), 기우진 5처장(준장), 민병삼 100기무대장 등 핵심 간부들이 총출동했다.
이날 국방위에서 이석구 사령관은 지난 3월 16일 계엄문건을 송 장관에게 최초 보고할 때 '위중함'을 알렸다고 주장하면서 송 장관과 각을 세웠다. 이 사령관은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해 20분간의 대면보고를 했다고 강조했다.
이 사령관의 이런 태도는 사안의 위중함을 충분하게 설명했는데도 송 장관이 4개월가량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항변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송 장관은 "5분 정도 보고를 받았다. 그 문건이 아니고 지휘 일반 보고를 받았고 이것(문건)은 두꺼워서 다 볼 수 없으니 놓고 가라고 했다"며 "그날 일정이 바빠서 다 끝난 다음에 퇴근하기 전에 봤다"고 밝혔다.
◇기무사 전면공세 배경 뭘까…송영무 장관 강공 까닭은
작년 3월 대통령 탄핵 정국 때 작성된 기무사 계엄령 문건과 대비계획 세부자료는 당시 조현천 기무사령관이 한민구 국방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고, 1년이 지난 올해 3월 이석구 기무사령관은 송영무 국방장관에게 보고했다.
이석구 사령관은 해당 문건을 직속상관인 송 장관에게 보고하는 절차를 밟음으로써 나름대로 적폐 청산 작업을 하려했다. 물론 그걸 통한 기무사 개혁을 예상하면서도 적어도 조직 보호의 방책을 찾으려 했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송 장관은 고강도의 기무사 개혁을 의도하고 있었던 듯하다. 실제 수개월여 송 장관 주도로 기무사 개혁 태스크포스(TF)가 운영됐다는 점에서 기무사로선 송 장관 '존재' 그 자체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송 장관이 3월 16일 이 사령관으로부터 보고를 받고도 청와대에 보고하지 않은 채 6월 28일에야 8페이지의 기무사 계엄령 문건을 제출했다는 점이다.
그 이후 상황이 급진전했다. 7월 5일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해당 문건을 폭로한 데 이어 문재인 대통령의 두 차례 특별지시로 국방부 특별수사단이 꾸려지고, 기무사는 물론 관련 부대 간에 오간 보고와 문서까지 집중하여 수거하는 상황이 초래됐다.
특히 특별수사단의 수사로 67페이지의 대비계획 세부자료의 존재가 확인된 후인 이달 19일에야 송 장관은 해당 자료를 청와대에 제출했다. 두 번째 중대한 실책을 범한 셈이다. 이로써 송 장관의 '월권'과 '책임회피' 문제가 전면 부상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전날 열린 국회 국방위에서 기무사의 민병삼 대령부터 이석구 사령관의 날 선 공격이 이뤄졌다.
◇ 개혁 '저항' 모양새 기무사, 책임회피 일관 송영무 정면 대결 양상
송 장관과 기무사의 정면충돌로, 차후 계엄령 문건 수사는 물론 기무사 개혁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가 관심을 끈다.
송 장관은 그동안 해온 대로 기무사 개혁의 고삐를 바짝 죌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리더십에 강한 타격을 입은 송 장관이 기무사를 송두리째 바꿀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군의 한 관계자는 25일 "송 장관과 기무세력의 한판 대결이 시작된 것 같다"면서 "70년 권세를 누려온 세력이 앉아서 그냥 당하겠느냐"고 말했다. 조직과 인력, 임무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에 직면한 기무사의 '저항'이 계속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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