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대구복합환승센터 인근 오피스텔 준공 전 강제경매 위기…분양자들 "180억 날릴 상황"

시행사측, 공정률 95% 공사 중단 “변호사 수임료도 내라” 요구

동대구복합환승센터 인근 오피스텔 분양자들이 27일 오후 해당 오피스텔에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동대구복합환승센터 인근 오피스텔 분양자들이 27일 오후 해당 오피스텔에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대구 동대구복합환승센터 인근에 건립 중인 고층 오피스텔이 준공 직전에 강제 경매에 넘어가 분양자들이 투자금을 모두 날릴 처지에 놓였다.

분양자들은 "명백한 분양 사기"라며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9일 대구 동구청에 따르면, 지난 2011년 초 K건설은 동구 신암동 663㎡ 부지에 지상 18층 규모의 오피스텔 건축 계획을 세우고 162실을 분양했다. 동대구역복합환승센터를 중심으로 역세권 개발 기대가 컸던 시기여서 1실당 1억여원에 분양이 완료됐다.

문제는 K건설이 내부사정으로 사업시행을 중단하고, 시행사가 L건설로 바뀌면서 불거졌다. 2012년 말쯤 준공 예정이었던 오피스텔은 착공조차 차일피일 미뤄지다 2015년 10월에야 공사가 시작됐고, 이마저도 시행사와 시공사의 자금난을 이유로 2년 만에 공사가 완전히 중단됐다. 이 과정에서 시공사는 도산했다.

이미 잔금까지 치렀던 분양자들은 지난해 10월 "원분양가의 20% 정도 추가 비용을 부담하면 준공까지 책임지겠다"는 시행사의 제안을 받고 추가금을 납부했다.

그러나 지난달 공정률이 95%까지 진행된 상태에서 시행사가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는 것이 분양자들의 주장이다. "다른 사업으로 빚이 많아 재산이 압류되는 등 어려운 상황이니 분양자들이 변호사 수임료 1천500만원을 대신 내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분양자들이 이 제안을 거절하자 시행사는 공사를 중단하고, 준공 절차도 밟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이달 들어서는 시행사에 돈을 빌려줬다는 채권자가 건물을 시행사 명의로 촉탁등기(등기는 당사자 신청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예외로 법률의 규정이 있는 경우 법원 및 관공서가 등기소에 촉탁해 등기할 수 있음)하고 부산지법 동부지원에 강제경매까지 신청했다. 만약 예정대로 경매가 진행되면 분양자들은 분양금과 추가비용 등 180억 원대에 달하는 투자금을 모두 날리게 된다.

오피스텔 분양자들이 27일 오후 동대구역 인근에 있는 해당 오피스텔을 둘러보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오피스텔 분양자들이 27일 오후 동대구역 인근에 있는 해당 오피스텔을 둘러보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분양자들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분양자 비대위 한 관계자는 "이해할 수 없는 태도로 일관한 시행사도 문제이지만, 이를 제대로 감독하지 않고 실공정률이 55%일 때 공사대금을 모두 지급해버린 부동산신탁사의 책임도 크다"며 "대출까지 받아 분양대금을 냈는데 건물 소유권은커녕 투자금만 모두 날리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일각에서는 의도적인 공사 중단과 준공 절차 미이행이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현 시행사가 건물을 통째로 빼앗기 위해 분양자들을 속였다는 주장이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시행사 실소유주의 아버지가 앞서 도산한 시공사 대표로 등록돼 있다. 아들이 시행사, 아버지가 시공사를 맡았던 셈이다. 그런데 시공사의 채권에 시행사가 연대보증을 섰고, 시공사가 도산하자 시행사가 막대한 부채를 떠안게 됐다는 얘기도 들린다. 상당히 의심스런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시행사인 L사 측은 분양자들에게 "자금난 때문에 방법이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취재진은 L사 측의 해명을 듣고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