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에도 아침저녁 선선한 바람이 불어주니 너무 좋습니다."
서울에서 아들 셋과 함께 한옥마을에 이사온 정유진(44)·고은순(43) 씨. 한옥 생활 자랑이 끊이질 않는다. 정 씨 부부는 고향 서울을 떠나 이 한옥마을에 오고자 78대 1이란 엄청난 경쟁률을 뚫었다.
정 씨는 문화재 보수·실측설계 기술자이자 건축사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문화재가 가장 많은 경상북도의 매력에 끌려 지난 2005년 봉화에 유진건축사사무소를 차렸다. 이후 서울과 경북 일대를 오가며 일하던 그는 무뚝뚝하면서도 정 많은 경북 사람들이 좋았다. 그들과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도청신도시 한옥마을 필지를 분양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경쟁률은 78대 1. '안 되겠지' 하고 포기하는 마음으로 지원했으나 결과는 당첨. 정 씨는 "한옥에 살고 싶다는 맹목적인 애정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며 "제가 설계하니 설계비는 절약하겠지만(웃음) 솔직히 한옥 건축비가 3.3㎡당 1천만원 넘게 들어 가성비가 좋은 건 아니어서 분양받고도 실제 이사는 망설였다"고 했다.
그 망설임을 결단으로 이끈 건 세 아들 때문이었다. 정 씨는 "아파트에서 마음껏 뛰어놀지도 못하고, 반려견을 키우고 싶어도 키울 수 없는 아이들의 바람을 이뤄주고 싶었다"면서 "신도시 초·중·고교를 다니는 아이들이 학교생활에 만족하고 있고,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신도시의 삶도 막상 살아보니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주말이면 찾아오는 방문객들이 조금 부담스럽다.
한옥마을 필지 분양을 받고도 건축을 망설이고 있거나 호기심에 이끌려 한옥마을을 찾은 방문객들이 허허벌판에 우뚝 선 정 씨 가족의 집을 찾아와 이것저것 물어보기 때문이다.

정 씨는 "다들 평수와 건축비를 가장 궁금해한다. 조금 귀찮을 수 있지만, 그럴 때마다 친절히 설명해주고 있다"며 "마을의 다른 두 곳 한옥도 제가 설계해서 해줄 얘기는 많다"고 했다. 비공식적인 홍보대사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정 씨 가족은 경북도청 신도시 이전의 주역인 김관용 전 경북도지사와도 남다른 인연이 있다. 김 전 지사의 도움으로 안채에 걸어둔 현판을 완성할 수 있어서다.
정 씨는 "평소 잘 아는 건축사 선배로부터 만화당(滿和堂·화목이 가득한 집)이란 택호를 받고, 김 전 도지사를 찾아가 글을 부탁했었다"면서 "지사님이 본인은 한글만 쓸 수 있다고 웃으시며 저명한 서예가를 소개해 주셨고, 그분을 통해 글을 받아 현판을 완성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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