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막을 올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2일 폐회식을 끝으로 16일 간의 대단원을 마무리했다. 태극전사들이 갈고 닦은 기량을 적도의 작열하는 태양 아래 남김없이 펼친 가운데 지역 선수들의 선전도 빛났다. 하지만 대회 조직위원회의 미숙한 운영과 일부 편파 판정은 오점으로 남았다.
◆한국, 24년 만에 일본에 밀리며 종합 3위
한국은 금 49개 은 58개 동 70개 종합 3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1998 방콕 대회 이후 6회 연속 종합 2위 수성을 목표로 내걸었던 한국은 끝내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당초 한국은 금메달 65개 이상을 내다봤지만 대회 초반 메달 레이스에 이상기류가 감지되며 목표치를 50개로 줄였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금메달 50개도 채우지 못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하계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이 일본에 2위 자리를 내준 건 1994 히로시마 대회 이후 24년 만이다. 금메달 50개를 채우지 못한 건 1982 뉴델리 대회 이후 36년 만이다. 한국의 부진과 일본의 선전이 맞물리면서 나타난 결과다.
한국이 '효자종목' 태권도, 양궁 등에서 금메달 목표치를 채우지 못한 건 사실이지만 일본과의 격차가 벌어진 원인은 기초종목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은 육상과 수영에 걸린 각각 48개, 41개의 금메달 중 하나씩만 가져오는 데 그쳤다. 반면 일본은 육상 6개, 수영 19개 등 금메달 25개를 휩쓸었다.
◆지역 선수 선전
지역 실업팀 소속이거나 지역 출신인 선수들의 선전은 단연 돋보였다. 나아름(28·상주시청)은 여자 개인도로, 도로독주, 단체추발, 매디슨 종목 금메달로 4관왕을 차지, 이번 대회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사이클 사상 최초의 아시안게임 4관왕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대구 오성고를 졸업한 구본길(29·국민체육진흥공단)은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개인전은 대회 3연패다.
구본길과 오상욱(22·대전대)의 브로맨스도 화제였다. 개인전 결승에서 병역 혜택이 절실한 오상욱을 꺾었던 구본길은 눈시울을 붉히며 단체전 금메달을 약속했고, 실제 이에 성공하며 '해피 엔딩'을 만들어 냈다.
'여자 박태환' 김서영(24·경북도청)은 수영 여자 개인혼영 200m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한국 여자 수영의 역사를 새로 썼다. 이 종목에서 금메달을 수확한 건 1982 뉴델리 대회 최윤희 이후 무려 36년 만이다. 김서영은 2년 뒤 도쿄올림픽 금메달 가능성도 밝혔다.
정유라(26·대구시청)는 여자 핸드볼대표팀에서 에이스로 활약하며 한국의 대회 2연패를 이끌었다. 특히 중국과의 결승전에선 팀 내 최다 득점(8점)을 올렸다. 정유라는 지난해 무릎 십자인대 파열로 수술을 받으며 선수 생활에 먹구름이 드리웠지만 다시 우뚝 일어서는 모습을 보여줬다.
◆남북 단일팀의 감동
이번 대회에서 남북은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대표팀에 이어 종합스포츠대회 사상 두 번째로 단일팀을 구성했다. 카누, 조정, 여자농구 3종목에서 다시 힘을 합친 남북은 첫 금메달 수확에 성공하며 '코리아'의 저력을 보여줬다.
카누 드래곤보트 단일팀은 여자 500m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종합스포츠대회 시상식에서 한반도기가 가장 높은 곳에 걸린 건 처음이었다. 아리랑이 울려퍼지자 남북 선수들은 모두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여자 농구 단일팀은 결승에서 중국에 아쉽게 패하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하나가 돼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북측 로숙영과 남측 박지수의 호흡은 찰떡궁합이었다.
하나된 남북은 경기장 안팎이 따로 없었다. 관중석에서도 남북이 어울려 단일팀에 열렬한 응원을 보냈다. 단일팀 출전 경기가 아닌 경기에서 한국 응원단이 북한 선수를, 북한 응원단이 남한 선수를 응원하는 모습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북한 선수들은 한국 취재진 질문에 살갑게 응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선수뿐만 아니라 감독, 코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역도에선 오강철이 금메달을 딴 뒤 북한 코치진이 한국 언론을 상대로 10여분 동안 브리핑을 하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허점투성이였던 대회
남자 축구에서 조 추첨을 무려 세 차례나 다시 하며 개막 전부터 촌극을 빚은 조직위는 대회가 본격 시작되자 더 큰 문제를 노출했다. 펜싱 경기 중에 정전이 되면서 경기가 중단되는 사태가 빚어졌고, 태권도 경기 중에는 전자호구 시스템에 이상이 생겨 경기 흐름이 끊겼다.
진종오는 공기권총 10m 결선에서 시험사격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경기에 들어가 노메달에 그쳤다. 연습사격 때 모니터에 탄착이 보이지 않는다고 항의했지만 심판은 단 한 발만 더 쏘고 경기를 하라고 했다.
선수촌 상황도 심각했다. 특히 침대는 키 180cm를 기준으로 비치한 탓에 키 큰 선수들은 침대 밖으로 발이 삐져 나온 채 잠을 잘 수밖에 없었다. 선수촌에서 수돗물을 이용한 일부 선수들은 장염에 걸리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겪었다.
납득할 수 없는 판정도 잇따랐다. 특히 유도가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한국 유도대표팀은 혼성 단체전 일본과 8강전에서 지도승을 한판승으로 해석한 심판위원회의 해석으로 무릎을 꿇었다. 남자 73kg급 안창림(24·남양주시청)도 심판의 석연치 않은 판정에 눈물의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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