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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빈의 시와 함께] 모든 열매는 둥글다 박지영(19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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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빈 시인·문학의 집
장하빈 시인·문학의 집 '다락헌' 상주작가

그는 하늘 한 번 쳐다보지 못하고

밤하늘 별 한 번 세어보지 못하고

네모 방에서 일어나 네모 빵을 먹고 네모 대문을 열고 네모 엘리베이터를 타고 네모 버스를 타고 네모 지하철을 갈아타고 네모 회사건물에 들어가 네모 책상에 앉아 회의를 하고 네모 컴퓨터를 보고 네모 스마트폰을 들고 네모 책을 보며 허공에 네모를 쌓아 올리다가 해가 지면 네모를 타고 네모 집에 돌아와 네모 침대에서 네모 꿈을 꾸며 서서히 네모가 되어간다

이 시대는 포스트모더니즘 시대

포스트모더니즘은 사각사각 각을 세운다

그러나 모든 열매는 둥글다

―선집 『詩, 희망을 노래하다』 (대구시인협회,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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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원지방'(天圓地方)이란 말이 있다. 중국 진(秦)나라 때의 《여씨춘추전》(呂氏春秋傳)에 나오는데, '하늘은 둥글고 땅은 모나다'의 뜻이다. 다시 말해, 하늘의 덕성은 원만하고 땅의 덕성은 방정하다는 의미이다.

네모 방, 네모 빵, 네모 대문, 네모 엘리베이터, 네모 버스, 네모 지하철, 네모 회사건물, 네모 책상, 네모 컴퓨터, 네모 스마트폰, 네모 책, 네모 상상, 네모 차, 네모 집, 네모 침대, 네모 꿈, 네모 인간형…. 온 지상이 모난 세계다. 땅의 덕성인 방정함을 한참 지나쳤다. 현대인은 "하늘 한 번 쳐다보지 못하고" 각박하게 살아간다. 각을 세운 포스트모더니즘이란 무엇인가? 이성과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난 현대사회의 모난 얼굴이다.

"모든 열매는 둥글다"는 것은 지상에 뿌리를 내리고 있되 천상에 열매를 매달기 때문인가? 둥근 열매는 하늘의 원만한 덕성을 고스란히 지녔다. 천상의 열매가 담기는 접시나 소반도 둥글다. 둥근 보름달 아래 둥근 얼굴로 둥근 밥상에 둘러앉아 둥근 고봉밥 먹으며 둥근 미소 지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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