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초등 미래형 교실 공간 설계, 지역 18개교 공모 통해 선정

최근 초등학교가 학생들이 마음껏 놀 수 있는 공간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대구 남덕초등학교는 기존 계단이 있었던 공간을 학생들의 의견 수합을 통해 미끄럼틀, 밧줄을 설치한 놀이공간으로 바꿨다. 허현정 기자
최근 초등학교가 학생들이 마음껏 놀 수 있는 공간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대구 남덕초등학교는 기존 계단이 있었던 공간을 학생들의 의견 수합을 통해 미끄럼틀, 밧줄을 설치한 놀이공간으로 바꿨다. 허현정 기자

지난 수십 년간 우리나라의 교과서, 교육과정, 교사의 수업방식은 꾸준히 새로운 방식으로 변화돼왔다. 학생들의 가치관이나 생활태도에도 그간 큰 변화가 있었지만 학교의 구조와 모습은 그대로였다. 칠판을 향해 있는 책상, 외부 및 복도와 단절된 교실은 사람들이 '학교'를 떠올리면 생각하는 흔한 이미지다. 그러다 최근에는 교실이 즐겁게 놀고, 상상력을 키우며 창의적인 사고력을 키우기 위한 공간으로서의 가치가 커지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이 지역 18개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미래형 교실 공간'의 추진 과정을 살펴봤다.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입힌 교실

지난 20일 대구시교육청 여민실에서 '초등 미래교육 리노베이션 교실 설계안 1차 발표회'가 열렸다.

이날은 지역 18개 초등학교와 매칭된 건축사 15명, 관련 교수 등이 참석해 리노베이션 대상이 된 초등학교들의 요구 사항과 건축사들의 아이디어가 반영된 교실 설계안이 처음으로 공유된 자리였다.

건축사들이 돌아가며 발표한 설계안에는 기존 교실에 대한 선입견을 깬 다양한 아이디어가 들어 있었다.

교실 앞쪽에는 칠판, 뒤쪽에는 게시판이 있어야 한다는 인식을 깨고 학생들이 머물고 노는 공간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입힌 설계안이 논의됐다.

지금까지 시도했던 학교 건축 방식과는 달리 학생들의 책걸상, 칠판 위치는 물론 외부와 교실의 경계를 허문 설계안도 볼 수 있었다.

남덕초의 경우 학교 측에서 교실 어느 방향에서든 수업이 가능하고 책걸상을 없애 수업을 할 수 있는 공간 활용 방안을 요청했다. 이에 설계안에는 교실 한편에 다락을 만들어 독서 공간을 만들고, 다른 한 편에는 이동식 화이트보드와 게시 공간, 모둠 활동 공간을 만드는 내용이 담겼다.

팔달초에서는 건축사와 학교 구성원들이 4차례 협의한 끝에 1차 설계안을 정했다. 건축사는 설계 전 학부모, 교사 등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거쳤고, 놀이·독서·수납·무대공간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또 학생들이 교실에서 뛰어놀아도 먼지 걱정이 없는 바닥재 설치를 계획했고, 교실 뒤편 게시판에는 낙서 공간을 만들어 학생들이 교실에서 자유롭게 상상력을 펼치도록 한다. 이 밖에 교실 뒤편에는 무대공간을 조성해 교실에서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 마련도 고민하고 있다.

태암초는 교실이 아이들에게 친숙한 '집'과 같은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콘셉트로 교실을 꾸밀 계획이다. 교실 앞 뒷문 사이에는 독서를 할 수 있는 계단식 놀이공간이 설치되며, 창문 쪽에는 학생들의 수납공간이, 교실 바닥에는 흠집 걱정 없는 자재를 설치할 계획이다.

영선초 설계안에는 교실에 쿠션 및 벙커형태의 놀이공간을 조성하는 방안이 담겼다. 바닥은 부드러운 재질로 설계해 학생들이 안전을 고려했고, 교실 전면에는 화이트보드, 청칠판, 매립형 텔레비전을 설치할 계획이다.

이 밖에 다른 학교에서는 복도에 아이들의 키에 맞는 벤치와 독서공간을 설치하거나, 교실 어느 방향으로든 수업이 가능하도록 한 설계 방안이 추진 중이다.

◆창의력을 높이는 미래형 교실공간

초등 미래교육 리노베이션 사업은 획일화된 사각형 구조의 기존 교실을 창의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교실로 탈바꿈시켜 학생들이 상상력과 창의성을 마음껏 펼치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지난 9월 지역 초등학교 18개교를 공모를 통해 선정했고 현재까지 학생, 교사, 학부모 등의 의견을 수합해 개별 학교 특성에 맞는 교실 공간으로 설계 중이다.

이 사업은 '학생 참여형 교육과정과 교수 및 학습 방법의 많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교실 모습은 왜 변화가 없는지', 그리고 '놀 시간이 없고 놀 줄 몰라 삶의 만족도가 낮은 아이들에게 학교가 무엇을 해줄 수 있을지'라는 질문에서 시작됐다.

학교들은 전문 건축가의 도움을 받게 되며, 모든 학교 구성원이 머리를 맞대 교실 공간을 디자인해 나갈 계획이다.

교육청은 교실 공간의 새로운 디자인과 설계를 위해 대구시건축사협회, 한국건축가협회 대구·경북건축가회 등과 지난달 업무협약을 체결해 학교 사업 추진 과정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대구가 이번 사업을 벤치마킹한 서울시교육청에서는 지난해 서울 20개 초등학교 1, 2학년 교실을 리모델링하는 사업 '꿈을 담은 교실'을 완료했다.

이들 학교의 경우 복도와 교실 사이에는 놀이공간, 독서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는가 하면, 책상과 의자는 학생들에게 부담이 없도록 가벼운 가구로 교체했다. ▷소파가 있는 독서공간 ▷발표 수업에 활용하기 좋은 무대공간 ▷미끄럼틀과 미로가 있는 공간 등 교실마다 색다른 콘셉트로 꾸민 학교도 있었다.

이상근 대구시교육청 초등교육과장은 "건축 전문가들과 학교 구성원의 협업으로 만들어지는 미래형 교실 공간에 대해 대구교육가족 모두가 기대하고 있다"며 "학교마다 특색 있는 미래 지향적 교실 공간을 통해 학생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존중하는 초등 미래교육이 실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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