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현실과 동떨어진 문대통령의 낙관적 경기 인식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 현실 난독증이 위험수위에 이르고 있다. 20일 국무회의에서 "자동차는 생산이 다시 증가했고 조선 분야도 세계 1위를 탈환했다"며 우리 경제가 순항하고 있는 것처럼 말한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실제 우리 경제는 성장, 투자, 소비 모두 하락하는 총체적 불황에 봉착하고 있다.

지난달 국내 조선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44%로 세계 1위를 탈환했다지만 수주 실적은 224척으로 초라하기 짝이 없다. 조선 호황이던 2007년의 20%도 안 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조선산업 구조조정을 준비하던 2015년의 292척에도 못 미친다. 지난해 수주 실적이 워낙 형편없었던 데 따른 수치상의 호전일 뿐이라는 얘기다. 조선 불황은 내년에도 여전할 것이란 게 지배적인 전망이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8~10월 생산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6.4% 늘어나긴 했다. 그러나 이는 자동차산업 자체의 회복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길었던 지난해 추석 연휴와 파업 등으로 생산량이 대폭 줄어든 데 따른 '기저효과'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냉정한 평가다. 실제 상황은 현대자동차의 영업이익이 4분의 1로 줄어들고, 중소 부품업계는 생존의 기로에 내몰리고 있다.

문 대통령의 경제 현실 착각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세계가 우리 경제 성장에 대해 찬탄을 보낸다"고 했다. 도대체 어떤 정보를 바탕으로 이런 말이 나오는지 의심스럽다.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7%로 수정했다. 이는 세계 평균(3.7%)은 물론 주요 20개국(G20)의 평균치(3.3%)보다도 낮다. 내년 성장률 전망도 마찬가지다.

이러니 제대로 된 경제정책이 나올 리 없다.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정책실장을 바꿨지만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을 고수한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주재하면서 장관들에게 "현장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질책했다. 현장을 모르기는 문 대통령이 더하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