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기강 해이에 현실 파악도 제대로 못 하는 청와대 참모진

문재인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서 보좌하는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심야에 청와대 인근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김종천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면허 취소 수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12% 상태로 의전비서관실 관용차를 몰았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 회의에서 "음주운전은 실수가 아니라 살인 행위"라며 처벌 강화를 지시한 지 40여 일 만에 의전비서관이 음주운전을 한 것이다. 실망을 넘어 개탄스럽다.

의전비서관 음주운전을 비롯해 청와대 직원들의 근무 기강 해이가 도를 넘었다. 얼마 전 청와대 경호처 5급 공무원은 술집에서 만취 상태로 손님을 폭행하고 경찰서에서 난동을 부렸다. 청와대 일자리수석실 행정관은 지방 공공기관 직원과 통화 중 고압적인 언사로 '갑질 논란'을 빚어 대기발령 조치되기도 했다. 청와대 기강이 '만취 상태'인지 의심스럽다는 말까지 나오는 지경이다.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하기는커녕 왜곡된 시각을 고집하는 청와대 참모진의 행태는 더 큰 문제다. 경기 침체가 심해지는 가운데 청와대 일부 참모들은 "경제 위기가 아니다"라고 강변하고 있다. 경제 위기론에 대해 정부에 대한 불신을 조장한다거나 정책 흔들기라는 식으로 얼토당토않게 받아들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1년 6개월이 지난 이 시점에서 청와대 참모진의 역할에 대해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문 대통령이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을 할 때마다 청와대 참모진이 도대체 뭘 하는지 궁금할 정도다. 청와대 직원들의 근무 기강부터 다잡아야 한다. 나아가 문 대통령이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시의적절한 정책을 결정할 수 있도록 청와대 참모진이 제 역할을 하는지도 이참에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면 국가적으로 재앙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숱하게 지켜봤다. 청와대 참모진이 문 대통령에게 가공되지 않은 통계와 정보, 민심을 제대로 전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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