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필자는 '매일춘추'를 통해서 자발적 '퇴사'를 감행하고 오히려 행복해졌다는 일본 작가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어느 때보다 많은 피드백을 받았다. 역시 우리 시대 이슈였음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빼먹은 부분이 있다. 그 작가는 퇴사를 앞두고, 최대한 돈을 쓰지 않고 생활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단련시켰다는 점, 그리고 지금도 그렇게 검소하게 먹고, 입고, 지내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 '퇴사' 트렌드의 다른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최근 미국에서 뜨고 있는 '신(新) 자린고비족' 소식이다. '파이어(FIRE·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족'이라고도 부른다. 경제적 자립을 토대로 자발적 조기 은퇴를 추진하는 사람들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젊은 고학력·고소득 계층을 중심으로 확산됐으며, 40대 초반쯤 은퇴할 것을 목표로 회사생활을 하고 수입의 70% 이상을 저축해서 나중을 대비한다는 특징이 있다. 당연히 극단적으로 절약하는 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데, 예를 들면 이렇다. 현직 변호사로 일하는 30대 여성의 경우, 11평정도 되는 아파트에 살면서 한 달 식비로 75달러(8만5천원 정도)를 쓰되, 유통기한이 다 돼서 할인된 식품만 골라서 산다. 어떤 이는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먹을거리를 스스로 재배하기도 한다. 이들은 대개 걸어서 출퇴근하고, 허리띠를 졸라매는 데 익숙하다.
일본이든 미국이든, 또 우리나라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맥락의 사회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각 지역 젊은이들은 그들의 부모, 또는 조부모 세대보다 경제적으로 뒤처져있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사회안전망은 오히려 축소되는 현재를 살고 있다. 결국 각자도생(各自圖生)만이 방법이라면, 막연히 불안해하기보다는 조기은퇴든 절약이든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아보는 이들의 생활혁명이 현명해 보인다.
계절이 가을에서 겨울로 순식간에 이동했다. 어제까지 단풍을 즐겼는데, 오늘 다시 보니 잎사귀는 간데없고 나무의 골격만 남았다. 박수근의 그림 속 나목(裸木)들처럼 오롯이 있는 모습 그대로 당당하며, 꽃이나 잎이 없어도 충분히 아름답다. 언제까지 자산을 늘리고 풍요롭게 살 수 있는 게 아니라면 자연이 가르쳐주는 방식대로, 이제는 좀 덜어내는 방법을 배우고 싶다. 필요 이상으로 많이 가진 것을 덜어냄으로써 생활을 단출하게 하고, 스케줄이든 물건이든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만큼 줄임으로써 본연의 것에 더욱 집중하는 삶에 마음이 기운다. 세간에 화제로 떠오르기 시작하는 '미니멀 라이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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