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혁(가명·37) 씨는 며칠 전 홀로 사시는 아버지(73)를 찾아 뵈었다가 깜짝 놀랐다. 등 전체가 벌겋게 달아올랐고 얼핏 물집까지 보이는 듯 했다. "대체 무슨 일이냐?"고 다그쳐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은 "친구들과 저녁에 한 잔 한 뒤 전기장판을 켜 놓고 푹 잤더니 아침에 등짝이 화끈화끈하더라"는 것이었다. "뭐, 가렵고 화끈거리는 느낌은 있지만 며칠 지나면 괜찮지 않겠느냐"면서 아들을 안심시키는 말씀도 빠트리지 않으셨다.
하지만 김 씨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5년째 홀로 사시는 아버지가 안타깝기도 했다. "뭐, 별일 있겠느냐?"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을 찾았다.
'표재성 2도 화상'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만약 '심재성 2도 화상'이었다면 수술 치료가 필요하고 흉터가 남을 수 있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김 씨의 아버지는 2주 간의 화상 치료에 들어갔다.
송인형 에스병원 병원장은 "화상의 범위는 신체면적의 몇% 인지로 나누고, 표피·진피·피하조직·건·뼈에 이르기까지 화상의 깊이에 따라 1도, 표재성 2도, 심재성 2도, 3도, 4도 화상으로 구분할 수 있다"면서 "화상의 피부손상이 다른 상처와 차이점은 범위가 넓을 수 있고 감염의 위험성이 높으며 가피(피부병을 앓아 생긴 부스럼 딱지)의 형성 등으로 인해 정상적인 상처회복이 방해받을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수술적 치료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고, 상처회복 후에도 흉터 등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옷이나 액세서리를 먼저 제거하라"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따뜻한 것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덩달아 뜨거운 물이나 불, 전열기 등으로 인해 크고 작은 화상을 입는 사례도 빈번해지고 있다. 화상을 입게 되면 피부의 겉면인 표피부터 손상을 입게 되며 피부안으로 들어온 열기를 방치하게 되면 점점 피부 깊숙이 들어와 피부를 손상시키게 된다.
그래서 화상을 입었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화상 부위의 옷이나 액세서리 등을 제거'하는 것이다. 제거 과정에서 더 큰 손상을 막기 위해 가위 등을 이용하여 잘라내는 것이 좋다. 만약 피부와 붙어서 제거가 쉽지 않다면 병원을 찾아 의료진이 제거하도록 해야 한다. 화상부위의 이물질을 제거한 뒤에는 흐르는 물이나 생리식염수 등으로 열기를 식혀주어야 한다.
물집(수포)이 생겼다면 물집이 터지지 않게 수압을 조절해야 한다. 얼음이나 아이스팩을 사용할 때도 직접 피부에 닿지 않도록 거즈·손수건 등으로 감싸서 사용해야 한다. 이와 같은 응급조치는 피부에 머금은 화기가 피부 안쪽으로 더 이상 침투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피부 손상을 최소화 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 화상물집 임의로 제거하면 안 돼요!
화상을 입었을 때, 흔히 소주·치약·감자·장류 등을 민간요법으로 이용한다. 그러나 이런 이물질을 화상 부위에 접촉하는 행위는 절대 금물이다. 어떤 반응을 일으켜 2차 감염을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화상을 입었을 때 발생하는 물집을 마음대로 제거해선 안 된다. 화상물집은 피부가 순간적으로 피부 보호를 위하여 생성한 것으로 물집 내에는 삼출액이 있다. 삼출액은 손상된 피부를 보호하고 2차 감염을 예방하여 화상흉터 및 후유증이 남지않도록 해주는 역할을 한다. 만약 물집이 터졌다면 깨끗한 거즈로 환부를 가려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모든 화상은 치유형태와 관계없이 지혈기(혈액의 응고) - 염증기(홍반·부종·열감·통증·삼출물 등의 혈관성 반응 및 출혈조절과 깨끗한 상처기저부 만드는 단계) - 상피화기(화상 주변부 피부와 조직이 서로 잡아 당겨져서 결손된 부위의 크기를 감소시키는 시기) - 증식기(화상 기저부를 재포장하는 단계) - 성숙기를 거친다.
송인형 병원장은 "화상 등으로 한 번 상처를 입은 피부 조직은 건강할 때의 피부와 완벽히 같을 수는 없지만, 가장 비슷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염증기에서 성숙기에 이르는 시간을 줄여주는 것이 흉터 최소화와 긴밀히 관련되어 있다"면서 "치료과정에서 사용되는 드레싱제부터 재생연고, 흉터 연고에 이르기까지 많은 제품들이 있는 만큼, 환자의 성별·나이·결혼유무·직업 등에 따라 경제적 시간적 비용을 합리적으로 고려해 치료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저온화상 얕보지 말아요!
겨울철에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전기장판, 난로, 핫팩 등에 의해 발생하기 쉬운 것이 저온화상이다. 체온보다 조금 높은 44~50도 사이의 온도에 장시간 피부가 노출되었을 때 발생한다. 일반 화상과 달리 피부가 뜨거운 느낌을 갖지 않을 정도의 열에 노출되기 때문에 자극 증상에 둔감할 수 있다.
대표적 증상이 열성 홍반이다. 피부에 그물 모양의 색소침착과 붉은 반점이 생기며 가렵거나 화끈거림을 느낄 수 있다. 응급처치 요령은 다른 화상과 마찬가지이다. 물이나 생리식염수로 열을 식혀주어야 하고, 물집이 터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감염 우려가 높은 민간요법의 사용 역시 자제할 필요가 있다.
저온화상의 경우도 손상의 깊이에 따라 1~3도로 구분한다. 1도 화상은 며칠 내 자연치유되지만, 표재성 2도 화상은 2주의 치료기간이, 심재성 2도 화상은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 피하층까지 훼손된 3도 화상은 햐얀물집이 형성되고, 통증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피부신경이 손상되어 대부분 수술이 요구된다.
송 병원장은 "전기 난로나 장판은 꼭 타이머를 켠 뒤 사용하고, 핫팩의 경우 직접 피부에 닿지 않게 손수건 등으로 감싸 사용하는 것이 저온화상을 예방하는 안전수칙"이라고 말했다.
도움말 송인형 에스병원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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