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포항 구룡포 과메기 덕장에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찾아와 바쁘게 일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다문화 이주민들의 가족으로 과메기를 손질하는 일꾼으로 와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피붙이와 만나고 같이 지내면서 돈도 번다. 다문화 이주민들은 포항과 경주 등에 많이 몰려 사는데 과메기 생산자들에겐 이들과 계절 노동자로 찾아오는 노동자들의 가족은 고맙고 요긴한 존재들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다문화 인구동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다문화 결혼은 전체 결혼의 8.3%였고 다문화 가정 출생자 비중은 5.2%였다. 결혼 지속 기간이 늘고 이혼율이 줄었다는 긍정적 흐름도 이 통계에서 읽을 수 있다. 다문화 가정이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자리 잡고 튼튼히 뿌리 내릴 수 있도록 국가적, 사회적 관심이 더 커져야 한다.
그러나 다문화 가정의 현실이 녹록지만은 않다. 때로는 비극적 사건도 일어난다. 최근에는 다문화 한부모 가정의 중학생이 동급생들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고층 아파트에서 떨어져 숨지는 사건도 일어났다. 참담하고 가슴 아픈 일이다. 이러한 비극은 다문화 가정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에서 벌어지는 슬픈 양상들이긴 하나 다문화 가정에 이러한 불행들이 닥칠 때 사회적으로 취약한 이들의 현실을 되짚게 된다.
다문화 가정에 대해 우리 사회는 친절과 차별의 이중적인 모습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도 이방인에 대한 이중적 자세가 일반적이며 최근 들어서는 인종 차별과 이민자에 대한 혐오 등이 노골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세계 어느 곳이든 양극화가 심해지고 삶이 더 팍팍해지는 현실에서 비롯된 것일 테지만 씁쓸한 심정으로 인간 심성의 보편적, 부정적 측면이라고 느끼게 된다.
우리 사회는 정도가 더 심하게 느껴진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회적 강자와 약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갑질'과 '왕따' '집단 괴롭힘' 등이 허다하게 일어난다. '남혐', '여혐' 등의 위험한 정서가 일각에서나마 존재하고 갖가지 혐오의 정서가 스멀스멀 스며든다. 사회 구성원들의 정서가 갈수록 건강하지 않게 흘러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우리 사회는 좀 더 포용적이고 관용적으로 바뀌어나가야 한다. 다문화 가정을 비롯해 나와 다른 남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앞으로 사회 구성이 더 이질적이고 복잡하게 변하게 될 것이며 그럴수록 사회를 건전하게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포용과 관용의 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역사적으로도 로마제국과 프랑스, 미국 등 이방인에 대해 개방적이고 관용적인 사회는 융성했고 안정을 이뤘다.
그에 앞서 차별에 대한 법적인 제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학교에서, 직장에서, 사회 곳곳에서 차별을 금지하는 차별금지법의 제정이 요구된다. 얼마 전 차별금지법 도입을 둘러싸고 동성애자 등 성 소수자에 대한 적용 여부로 논란이 크게 일었다. 이 부분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만큼 제외하고라도 인종, 장애, 나이 등을 차별하면 처벌하는 법안을 고려해봄 직하다. 엄격한 처벌을 통해 차별이 잘못된 행위라는 인식을 심은 후 포용과 관용의 분위기가 흐르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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