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하면 떠오르는 대중가요가 있는가. 간신히 한 곡 떠오른다면, 국민가수 현인의 '비 내리는 고모령' 정도일 것이다. 다행히 최근 대구를 주제로 한 두 곡이 발표되었다. 가수 현정화의 '동대구역'과 가수 김경민의 '신천대로'가 그것이다. 물론, 이 외에도 대구를 주제로 한 대중가요는 더 있겠지만, '목포의 눈물' '대전 부르스' 등과 같이 고향을 추억하기 충분한 노래가 없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유명한 노래 한 곡은 지역 경제를 살리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가수 진성이 부른 '안동역에서'의 팬들은 추억 속 첫사랑을 기억하며 안동역을 찾아가고, 버스커버스커가 부른 '여수 밤바다'는 여수를 낭만의 거리로 재탄생시켰다.
2012년 한국의 문화를 세계에 알린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문화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문화 전문가들은 싸이의 이 한 곡이 가져온 경제 활성화 효과를 1조원에 달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 한국을 찾는 상당수 관광객들이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듣고 한국 여행을 결심했다고 할 정도다. 문화의 힘은 사람의 마음을 저절로 이끌어주는 효과를 창출한다.
여기에서 대구는 문화 마케팅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과거 중요한 관광지 하나를 개발하기 위해서 수많은 노력과 예산을 들였음에도 대구 대표 관광지는 '김광석 길'이라는 것을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공연문화도시를 표방하고 있는 대구는 다양한 공연 관련 축제를 추진하고 있다. 매년 야외 공연축제인 '컬러풀 페스티벌' '국제 오페라페스티벌' '국제 뮤지컬페스티벌' '포크페스티벌' '재즈페스티벌' 등이 그것이다. 이에 소요되는 대구시 예산은 매년 수십억원이지만, 과연 그 축제들이 지역 관광산업 활성화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단편적으로 지역 축제를 찾아오는 관광객과, 김광석 길을 찾아오는 관광객을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비교해 보아도 월등한 차이를 보일 것이다. 일정 기간 단발성으로 많은 예산을 들여 추진하는 축제가 과연 관광객 유치라는 측면에서 얼마나 효과성이 있는 것인지 다시 살펴보아야 할 시점이다.
이런 가운데, 지역을 소재로 한 두 가수의 노래가 발표되었다는 것은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해 볼 필요가 있다. 만약, 대중가요 한 곡이 대구의 긍정적인 이미지와 추억을 상기시킬 수 있다면, 서울역 앞 대형 전광판에 대구를 홍보하는 것보다 더 큰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 가수 김현철의 '춘천 가는 기차', 가수 최성원의 '제주도의 푸른밤' 등의 히트곡으로 오래도록 사랑받는 관광지가 된 사례가 있다. 하루 5만 명이 이용하는 대구역에서 대구역의 노래가 흐르고, 수성못에 가면 수성못의 노래가 흐르고, 서문시장에 가면 서문시장의 노래가 흐른다면, 관광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경제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싸이나 방탄소년단이 한국어로 노래한 것이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한국과 한글을 알리는 데 그 무엇보다도 효과적이란 것을 각종 언론 매체를 통해서 잘 알고 있다. 어쩌면 수많은 리더들이 대구를 긍정적으로 알린 것보다, 김광석이란 예술가 한 명이 알린 대구가 더 클지도 모른다. 이제 대구를 대표할 만한 대중가요 몇 곡쯤은 있어야 한다. 대구를 떠나 타향에 살면서도 고향을 추억하며 향수를 달랠 수 있는 대구만의 노래가 필요하다. 대구가 진정 인정받기 위해서는 대구 하면 모두가 떠올릴 음악 몇 곡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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