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가 읽은 책]월든(헨리 데이빗 소로우/강승영 옮김/은행나무/개정3판 2011)/월든 호수가 들려주는 이야기

신복순 학이사 독서아카데미 회원

미국 산문 문학의 고전이 된 이 책은 소로우가 28세 되던 해에 월든 호숫가의 숲으로 들어가 2년 2개월을 홀로 산 체험을 기록한 책이다.

직접 통나무로 집을 짓고 밭을 갈아 농사를 지었으며, 자급자족의 삶을 실천했던 소박한 생활과 더불어 높은 정신적 삶을 추구하는 모습을 그렸다.

"내가 숲속으로 들어간 것은 인생을 의도적으로 살아보기 위해서였으며, 인생의 본질적인 사실들만을 직면해보려는 것이었으며, 인생이 가르치는 바를 내가 배울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했던 것이며, 그리하여 마침내 죽음을 맞이했을 때 내가 헛된 삶을 살았구나 하고 깨닫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삶이 아닌 것은 살지 않으려고 했으니, 삶은 그처럼 소중한 것이다. 그리고 정말 불가피하게 되지 않는 한 체념의 철학을 따르기는 원치 않았다."(139쪽)

19세기에 실험적인 생활을 했던 소로우의 모든 것이 21세기를 사는 지금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대자연을 대하는 태도나 인생을 생각하는 근본적인 부분은 충분한 감동을 준다. 또 명상에 대해서나 공자의 말을 인용한 구절에서는 새롭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였다.

신복순 작
신복순 작 '통나무 집'

대자연 속에 산다는 것이, 무엇을 보고 어떻게 느끼며 사는가에 따라 가치와 의미가 크게 달라진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소로우의 생각과 시선을 따라가는 일은 무척 흥미로웠다.

개미나 다람쥐, 다른 여러 동물과 식물들, 월든 호수의 계절에 따른 변화 등, 세밀한 관찰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얼음을 뚫고 호수의 깊이를 100군데 이상 조사해서 호수 지도를 만드는 모습이나, 언 땅이 녹을 때 변하는 모래의 움직임까지 관찰하는 대목에서는 진정 자연을 사랑하고 교감하며 산다는 것을 느꼈다. 또 눈 속에 갇혀 아무도 오지 않아도 풀밭의 생쥐처럼 포근하게 살았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은둔하지는 않았다. 방문자도 많았고 때때로 마을로 찾아가기도 했다. 특히 소로우는 순결, 정결, 절제를 강조했는데 육식과 커피, 차를 멀리하고 소박한 음식을 즐기고 맑고 높은 정신적인 삶을 원했다.

눈이 펑펑 내리는 긴 겨울밤에 멀리 시인이 방문하여 유쾌하고 진지한 대화를 나누었던 것이나, 또 굳은 신념을 가진 철학자와 장시간 인생에 대해 이야기했던 것도 진정한 기쁨을 주었을 것이다.

1847년 9월 6일 소로우는 월든 호수를 떠났다. 결론 부분에서 소로우는 독자에게 자기 자신을 탐험하고 마음속에 발견 못 하던 지역을 찾아 자기 자신이라는 우주학의 전문가가 되라고 조언한다. 이 책은 자연 묘사가 뛰어나고 월든 호수 및 숲의 모습, 그 속에 사는 동식물의 모습이 세밀하게 잘 그려져 있는데, 그것도 중요하지만 소로우가 진정 말하고 싶었던 것은 자연 속에서 살며 깨달은 참다운 인간의 길을 알려주고 싶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그 시절의 체험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책이다.

신복순 학이사 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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