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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색(色)의 위력

조향래 논설위원
조향래 논설위원

'명상록'을 남긴 로마의 철인(哲人)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영혼은 생각의 색으로 염색된다'는 말을 남겼다. 곳곳에 있으면서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고 알게 모르게 감정과 사고와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색(色)의 개념을 간파한 명언이다.

자연에서 비롯된 색은 19세기 인공합성 안료가 개발된 이래 다양하고 화려한 색채의 변주를 이어왔다. 모든 기업은 시장에 상품을 내놓을 때 어떤 색으로 포장해서 소비자의 눈길과 관심을 이끌어낼지에 대해 고민을 한다. 색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이른바 '컬러 마케팅'(Color Marketing)이다.

컬러 마케팅은 1920년대 미국에서 남성 위주였던 검은색 만년필에 빨간색을 입혀 여성층을 공략한 것이 그 출발이었다. 시원한 맛의 음료수를 파란색 병에 담고 새콤한 맛의 음료는 노란 용기에 담는 것도 컬러가 지닌 스토리를 제품의 특성과 결합시킨 것이다. 유통업계를 거쳐 전자통신업계를 석권한 컬러 마케팅은 이제 정치권으로도 확산되었다. 현대 정치에서는 각 정당도 저마다의 색깔이 있다. 그 속에 정치적 지향성과 지지자들과의 일치감이 내포되어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파란색이고 자유한국당은 빨간색이며 정의당은 노란색이다. 민주당이 노랑에서 파랑으로 바뀌고, 레드 콤플렉스가 있는 한국당이 파란색을 버리고 빨간색을 택한 것을 보면, 시대와 상황에 따라 색의 상징성도 변한다는 것을 실감한다. 색의 파워는 지구촌 곳곳에서 실증되고 있다. '흰 두건'을 쓴 아르헨티나의 어머니회, 태국의 '옐로 셔츠'와 '레드 셔츠' 시위대, 폴란드의 '검은 시위', 미국의 '핑크 모자 시위', 홍콩의 '노란 우산 시위' 등이 그랬다.

프랑스에서 '노란 조끼' 시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거침 없는 개혁 드라이브를 펼치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노란 조끼'에 결국 무릎을 꿇었다. 유류세 인상을 반대하는 노란색 물결에 서민과 중산층까지 동참하며 반정부 시위로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일방통행이 횡행하는 오늘 한반도에는 무슨 색깔이 빛을 잃었고 또 어떤 색깔이 득세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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