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달해의 엔터인사이트] tvN vs JTBC, 지상파 약세 속에 드라마 강자 입지 굳혀

드라마 시장에서 tvN과 JTBC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tvN 드라마
드라마 시장에서 tvN과 JTBC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tvN 드라마 '남자친구'의 한 장면.

연말 안방극장 드라마 시장은 여전히 비지상파의 강세가 뚜렷하다. 특히 화제성 면에서는 월등하다. 그중 tvN이 드라마 강국의 이미지를 확고히 하고 있으며 여기에 JTBC가 맞불작전을 펼치며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이미 화제성 면에서 우위를 빼앗긴 지상파 중에서는 그나마 SBS가 몇 편의 드라마로 적당 수준의 시청률을 유지하며 체면치례를 하고 있다. 이종석을 내세운 SBS의 6부작 월화극 '사의 찬미'가 8%대에 육박하는 시청률과 꽤 높은 화제성을 보였으며, 동 채널 수목극 '황후의 품격'이 1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순항중이다. 그 외 KBS와 MBC의 드라마는 경쟁력을 잃어버리고 자주 최저점을 경신하고 있다. 하루 이틀 일이 아니지만 20%대를 넘어서야 성공이라 부르던 과거 지상파 미니시리즈 시간대는 비지상파 tvN과 JTBC의 공세 속에서 기운을 쓰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MBC가 '나쁜 형사'를 내세워 1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확보해 눈길을 끈다. 오랜 동안 쌓인 지상파에 대한 주목도가 상당해 좋은 콘텐트만 들어오면 부활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이야기다.

JTBC 드라마
JTBC 드라마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

#지상파 드라마, SBS만 체면 유지

지상파 드라마는 사실 과거에 비해 형편없는 성적이라고 봐야 한다. SBS의 경우에도 그나마 잘 되고 있다는 드라마의 시청률이 10%에 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무조건 방영하기만 하면 15%대를 넘나들던 과거에 비해 형편없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래도 SBS는 자체 드라마 경쟁력을 잃지 않으려 꾸준히 노력하며 재미와 완성도를 갖춘 작품을 기획해 tvN과 JTBC에 맞서고 있는 유일한 지상파 채널이다. 그에 비해 MBC와 KBS의 상황은 안타깝다. 중장년층을 공략하는 주말극 시간대와 저녁 일일극이 그나마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으며, 10%에 육박하거나 겨우 넘어서는 미니시리즈는 가뭄에 콩 나듯 종종 한 편씩 나오는 수준이다.

현재 MBC 드라마 중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작품은 저녁 시간대 일일극 '비밀과 거짓말', 그리고 주말극 '신과의 약속' '내 사랑 치유기'다. 트렌디한 미니시리즈가 아니라 긴 호흡으로 장기전을 펼치는 연속극이다. 과거 이 시간대의 히트작들이 보여준 성과에 비해 낮지만 그래도 세 편 모두 11%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그나마도 다행'이란 말을 듣고 있다. 하지만 요즘 방송계에서 중요한 데이터로 취급하는 화제성 부분은, 언급할 수 없을 정도로 수치가 낮다.

미니시리즈는 특히 문제가 되고 있다. 김선아가 캐스팅된 수목극 '붉은 달 푸른 해'는 4%대의 시청률에 머물고 있다. 화제성도 순위 10위권에 겨우 턱걸이한 상태다. 예능 드라마를 표방한 '대장금이 보고 있다'는 1%대의 시청률로 실패한 기획이란 평가를 듣고 있다. 신하균 주연의 월화극 '나쁜 형사'가 다행히도 10%에 육박하는 성적으로 MBC의 자존심을 세워주고 있다. 단, 이 성적 역시 과거에 비하면 아쉽다. 이미 MBC 미니시리즈 방송 시간대에 대한 인식이 과거 전성기 시절에 비해 초라한 수준이라, 수 년 단위의 강력한 라인업을 기획하고 철저한 관리를 통해 우수한 콘텐트를 차례로 내놓는 등의 노력이 있어야 반등이 가능할 듯 하다.

KBS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미니시리즈 시간대는 사실상 죽어버렸고 일일극과 주말극 만으로 지탱하고 있다. 가장 힘을 줘 채널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고 광고 판매에 있어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미니시리즈가 힘을 잃어버렸다는 건 드라마 시장에서 채널 경쟁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말과 같다. 현재 KBS의 수목 미니시리즈 '죽어도 좋아'는 3%대의 시청률에서 고전하고 있으며, 최근 종영한 월화극 '최고의 이혼'도 4%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차태현과 배두나 정도의 스타들이 나왔는데도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했다. 지금 KBS 드라마국의 자존심을 살려주고 있는 건 주말극 '하나뿐인 내 편'이다. 전통적으로 으레 시청률 30%대는 나온다던 KBS 주말극 라인업으로 현재 40%에 육박하는 성적으로 호응을 얻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화제성 수치 상으로는 10위 권 밖에서 상위로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일일극 '비켜라 운명아'도 18%대까지 시청률이 올랐다. 다만, 2049세대보다 더 높은 고연령대를 타깃으로 하는 만큼 광고시장에서 채널 경쟁력을 높이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JTBC
JTBC '스카이캐슬'

#tvN-JTBC, 현 드라마 시장 양대 산맥

반면, tvN과 JTBC는 현 드라마 시장에서 두 개의 큰 축을 형성하며 이 분야 강자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그중 현 상황에서 우위에 있는 채널은 tvN이다. 자사 계열 제작사 스튜디오 드래곤이 김은숙과 박지은 등 국내 톱 클래스에 속하는 작가와 연출자들을 싹쓸이해 계약을 맺어둔 상태로, 작품 경쟁력 면에서 어떤 방송사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탄탄한 진용을 꾸려 맹공을 펼치고 있다. 이미 '도깨비'를 거쳐 '비밀의 숲'까지 오는 동안 막강한 파워를 과시했고, 올 상반기에는 잠시 주춤하다가 '미스터 션샤인'을 위시해 '라이브' '아는 와이프' '백일의 낭군님' 등 히트작을 줄줄이 내놓고 우수한 성과를 거둬들이고 있다. 최근 송혜교와 박보검이 주연으로 출연하는 '남자친구'를 수목극으로, 박신혜-현빈을 내세운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주말에 편성해 또 한번 드라마 강국의 진가를 보여주고 있다.

그 중 '남자친구'는 첫 회 방송 내용을 두고 혹평이 나오기도 했다. 진부한 클리셰가 작렬하는데다 두 주연배우의 연기에 대해서도 시청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그런데도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첫 회부터 10%대를 넘어서는 시청률과 함께 놀라운 화제성을 과시했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역시 첫 방송부터 1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 드라마의 경우 완성도에 대해서도 호평이 쏟아졌다. 게임과 현실세계를 오가는 내러티브 구성으로 중장년층이 소화하기에는 다소 어려운 부분이 없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 층을 중심으로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키며 향후 상승세를 짐작케 했다. 'W'의 작가 송재정, 그리고 '비밀의 숲'을 연출한 안길호 PD의 조합으로 탄탄한 만듦새를 보여주며 방송 초반 시청층을 확보했다. 아무리 tvN이 '센 콘텐트'를 내놓는다고 해도 과거에는 '텐트폴'에 해당하는 경쟁력 강한 작품에 한해 초반부터 고공 시청률을 확보하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젠 tvN 드라마에 대한 신뢰가 커지면서 채널에 대한 시청자 충성도까지 높아져 일단 신작 방영을 시작하면 6~7% 이상의 성적 확보가 무난히 이뤄지고 있다. 지상파 드라마를 압도한 건 이미 오래 전 일이고 사실상 국내 드라마 시장에서 가장 압도적인 힘을 가진 채널로 성장했다고 말해도 무방하다.

지상파가 무너진 상황에서 그래도 tvN과 드라마 시장에서 힘 겨루기를 할 정도로 성장하고 있는 채널을 꼽으라면 JTBC 밖에 없다. JTBC는 올해 '미스티' '밥 잘 사주는 예쁜누나'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라이프' '뷰티 인사이드' 등의 작품을 차례로 히트시키며 드라마 시장에서 눈에 띄게 성장했다. 7~8%, 많게는 10%대의 시청률을 올린데다 무엇보다 화제성 면에서 우위를 차지하며 2049 타깃 시청층의 지지를 얻었다.

CJ E&M이 스튜디오 드래곤을 만들어 tvN과 OCN 등 자사 채널 드라마를 만들고 해외 수출을 통해 더욱 더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뤄내는 가운데 이미 SBS도 드라마 본부를 자사 계열사로 분사해 스튜디오 드래곤처럼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전략을 실행하고 있는 상태다. 다만, SBS의 경우 휘청거리고 있는 지상파의 카테고리에 묶여 참신하지는 않다는 이미지에 휩싸여 있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반면 JTBC는 한창 성장하는 채널의 이미지를 가지고 tvN과 스튜디오 드래곤에 대적할 수 있는 유일한 채널이란 인식을 주고 있다. 드라마 콘텐트 전문 제작을 위한 전략을 수립중이며 실제로 방송계를 중심으로 JTBC의 드라마 사업에 투자하겠다는 이들이 줄 서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새롭게 방영을 시작한 월화극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와 'SKY 캐슬'도 호응을 얻고 있는 중이다. 'SKY 캐슬'은 방송 4회 만에 8%대 시청률 벽을 넘어섰으며 최근 경쟁작인 tvN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까지 넘어서며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정달해(대중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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