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칼럼] 신남북시대와 대구경북

이호준 경북부장
이호준 경북부장

2018년 한 해, 크고 작은 이슈가 많았지만 그중 주요 뉴스 하나만 꼽으라면 남북 관계 개선을 선택할 것 같다.

지난 4월 남북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나 손을 맞잡더니 9월 문재인 대통령의 북한 국빈 방문이 이뤄졌다. 이후 판문점 JSA 초소·병력·화기가 철거되고 남북철도 연결 사업도 시작됐다. 60여 년간 굳게 잠겨 있던 비무장지대 빗장까지 열려 각종 개발이 추진되는 등 올 한 해 남북 관계 개선과 화해 무드가 숨 가쁘게 진행됐다.

지방자치단체들의 남북 교류 준비도 경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북한과 인접한 지자체들은 일찍이 남북 화해와 교류를 예의주시하며 호시탐탐 출발선을 치고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경기도와 강원도, 서울시, 인천시 등 북한과 가까운 지자체들의 대응이 단연 눈에 띈다. 이들은 일찌감치 추진단이나 담당관 등 국, 과 단위의 전담조직을 만들어 남북 교류 준비에 뛰어들었다.

경기도의 경우 평화부지사와 평화협력국까지 두는 등 경쟁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 평화협력국엔 관련 부서와 직원이 3개 과 10개 팀 50명이나 된다. 강원도 역시 평화지역발전본부 아래 5개 과 73명을 두고 남북 교류 준비와 통일에 대비하고 있다.

서울시도 남북협력추진단에 2개 과 25명을 뒀고, 인천시는 남북교류협력담당관을 만들고 3개 부서에 9명을 배치했다.

이들 지자체보다 아래쪽에 위치한 부산시, 광주시, 충남도, 전남도, 경남도 등도 3, 4명의 직원으로 구성된 남북 협력이나 교류 등 전담팀을 두고 있다. 그런데 남북 교류가 활발해질수록 큰 타격을 입을 지역으로 꼽히는 대구시와 경북도의 남북 교류 준비는 오히려 이들 지자체에 비해 뒤처진 상태다.

대구시의 경우 남북 교류 관련 업무를 보는 직원이 자치행정과 주민생활지원팀에 한 명뿐이다.

경북도도 미래전략기획단에 남북 교류 업무를 보는 직원 한 명만 뒀다가 3명이 근무하는 남북교류팀을 만들었다. 올 9월엔 동해안정책과에 2명의 직원을 둔 남북경협팀을 신설했다.

상대적으로 대비가 늦은 만큼 시간은 부족하고 해야 할 일은 많다. 각계각층의 분야별 전문가들을 찾아내 남북 교류 협력 리딩그룹을 만들어 대구경북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부터 선별, 교류와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대구경북에 상대적으로 많이 정착한 새터민들의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해 정보와 대안 등을 축적하고 대비해야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눈길을 끄는 이벤트나 행사로 대구시와 경북도의 늦은 출발을 만회하고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대구의 경우 때마침 남북 교류의 시작을 떠들썩하게 알릴 좋은 기회가 생겼다. 대구시민구단인 대구FC의 창단 후 첫 우승과 축구전용구장인 포레스트 아레나(가칭)의 그랜드오픈을 기회로 북한 축구팀을 초청, 남북 친선 축구로 남북 교류를 붐업하는 것이다.

경북 역시 경북의 자랑이자 최대 무기인 새마을운동을 앞세워 북한을 공략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낙후된 북한의 농촌을 타깃으로 맞춤형 새마을운동 시스템과 매뉴얼을 마련해 제공한다면 그 어느 사업보다 강력한 무기가 될 수도 있다.

늦은 감은 있지만 대구경북의 강점과 기회를 잘 살리고 특화시켜 위기가 아닌, 대구경북에 희망이 되는 신남북시대를 열어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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