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윤창호법

서종철 논설위원
서종철 논설위원

지난 2006년 일본 법원은 우체국 직원을 치어 식물인간으로 만든 음주 운전자에게 징역 2년 4개월을 선고했다. 함께 진행된 민사소송에서는 3억엔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지금 환율로 30억원에 이르는 액수다. 당시 일본 내 교통사고 소송에서 이례적인 고액 판결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세간의 관심이 쏠렸다.

2006년은 '음주운전과의 전쟁' 평가가 나올 정도로 일본에서 음주운전이 큰 이슈가 된 해다. 이듬해 일본 국회는 도로교통법 등을 개정해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을 한층 강화했다. 음주운전 적발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엔 이하의 벌금으로 바꿨다. 또 음주운전을 방조한 동승자는 물론 음주운전을 할 우려가 있는 사람에게 차량 또는 주류를 제공한 사람도 처벌하도록 법을 개정했다.

지난해 한국에서 음주운전 사고로 모두 439명이 숨졌다. 하루 1.2명꼴이다. 2013년 727명, 2014년 592명과 비교하면 감소하는 추세다. 하지만 지난해 상반기 음주운전으로 재판에 넘겨진 2천164명 중 173명만 실형 판결이 났다. 음주운전 사고와 후속 과정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는 소리다.

최근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관련 법이 국회를 통과한 것도 이런 사회적 우려 때문이다. 이른바 '윤창호법'으로 불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냈을 경우 법정형을 현행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서 3년 이상의 징역 혹은 무기징역으로 형량을 늘렸다. 함께 개정된 도로교통법의 운전면허 정지 및 취소 기준도 훨씬 엄격해졌다.

음주운전이나 보복운전 등 사회 안정을 위협하는 범죄를 보는 일본 사회의 시선은 냉혹하리만큼 단호하다. 한 사람의 일탈로 피해를 입은 사람과 그 가족의 고통을 먼저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가해자 보호법'으로 불릴 정도로 무르기만 했던 우리의 관련 법규가 이제 개정된 만큼 법 적용 관행도 달라져야 한다. 엄한 처벌만이 음주운전을 줄인다고 통계는 이미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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