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재정안정보단 노후보장'…국민연금 개편안 입법 전망은

정부는 14일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합쳐 노후소득 보장을 강화할 4개 방안을 내놓았지만, 향후 입법 과정에 장애물이 남아 있다. 내는 보험료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기초연금을 올리거나, 더 내고 더 받게 하는 방식 등 4개 방안 중 하나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노후보장에 초점을 맞춘 개편안

정부는 국민연금 개편 논의가 있을 때마다 "기금이 고갈된다"는 식으로 국민연금 고유의 노후소득보장 기능을 약화했다. 이로 인해 '용돈연금'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기금고갈론은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과 불안을 키웠다. 이를 반영해 이번 방안에서는 제도 지속가능성 등의 재정안정론과는 거리를 뒀다.

그 대신 정부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상향과 사각지대 해소, 기초연금 강화, 퇴직연금과 주택연금 등까지 포괄하는 다층노후소득보장체계 구축을 통해 노후보장을 강화한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등의 조합으로 최소한 월 100만원 안팎의 실질 급여를 제공해 1인 노인 가구가 은퇴 후에 필요한 최소생활비(월 95만∼108만원)를 충당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최종안에서 보험료 인상 폭은 최소화하거나, 올리더라도 소득대체율을 상향 조정해 노후보장 수준을 높이는 방식으로 보험료 인상에 대한 국민의 거부감을 완화하는 데 집중했다.

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45∼50%로 올려서 노후보장을 강화하면 이를 재정적으로 뒷받침하는 범위에서 현행 보험료율(9%)을 12∼13%로 3∼4%포인트 정도 올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보험료 인상 불가피, 실 급여는 낮은 수준

정부는 재정 안정화에 초점을 둔 그동안의 목표에서 벗어났다. 노후 최저소득을 보장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보험료를 올리지 않고도 기초연금을 통해 소득보장률을 높인 것이다.

정부가 제시한 4개 개편안 중 2개 방안이 보험료율을 현행(9%)에 그대로 묶었다. 이는 그동안 재정안정화를 위해 보험료를 인상할 경우 국민 반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피해가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그동안 국민은 보험료 인상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이처럼 소득보장률이 저조한 상황에서 재정안정을 위해서 보험료 인상안을 내놓을 경우 정권의 지지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 11월 7일 보험료 인상 쪽에 무게를 실은 정부 초안을 보고받은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전면 재검토를 지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노후생활이 가능한 소득을 보장받으려면, 보험료 추가은 불가피하다. 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45∼50%로 올리면 보험료율도 현재 9%에서 12∼13%로 높여야 한다. 이 같은 안이 실현되면 국민연금 가입자가 느끼는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가령 월급 300만원을 받는 직장인은 지금은 보험료율(9%)에서 본인과 회사가 각각 절반씩 부담해 월 13만5천원을 내지만, 단계적 보험료율 인상안(12∼13%)이 채택하면 본인과 회사는 각각 월 18만∼19만5천원을 내야 한다.

문제는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45~50% 수준으로 높이더라도, 실질급여액은 91만7천~97만1천원에 그친다는 점이다. 이는 소득대체율(40%)이 더 낮은 2안의 101만7천원보다 적은 금액이다. 즉 소득대체율을 높이기 위해 보험료율을 올리더라도 기초연금(30만원)이 2안(40만원)보다 적어서, 보험료 부담은 커지고 급여는 다른 안보다 적은 상황이 발생한다.

◆공은 국회로, 입법화까진 난항 겪을 듯

정부는 앞으로 국민연금 개편 정부안을 국민연금심의위원회와 국무회의 심의, 의결을 거쳐서 12월 말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연금제도 개혁은 정부 개편안과는 별도로 사회적 논의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등에서 사회적 논의를 거쳐 나온 개편방안 등과 합쳐져 국회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 반드시 국민연금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제 연금개편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는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입법화 과정은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연금개혁은 아무도 반기지 않는 인기 없는 작업이다. 여론에 민감한 여야 정치권이 정치적 이해관계로 개혁방안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표류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크다.

특히 2020년 총선과 2022년 대선을 앞둔 정치일정을 고려할 때 정치권이 연금개혁에 주저하며 머뭇거리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 나오고 있다.

노후소득보장 강화와 재정안정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기성세대와 현 세대, 미래세대가 서로 고통 분담을 해야 하는데 이런 고차원 방정식을 푸는 게 여간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간 1997년 1차, 2008년 2차 등 연금개혁 때마다 누구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려고 하지 않아 연금개혁은 소득대체율을 낮추거나 수급연령을 뒤로 늦추는 식의 땜질 처방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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