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광호 기자 kozm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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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 홀로 교통사고' 많은 농촌…도시보다 위험도도 더 높다

    '나 홀로 교통사고' 많은 농촌…도시보다 위험도도 더 높다

    경북은 농촌인 군 지역의 차량 단독사고 비중이 유난히 높다. 운전자가 주행 중 도로 바깥으로 추락하거나, 각종 구조물에 부딪힌다. 또 혼자서 차량이 뒤집히는 등 열악한 도로 상황으로 인한 사고가 많은 편이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경북에서 발생한 차량 단독사고 711건 중 군 지역이 36.0%를 차지했다. '차 대 차', '차 대 사람' 등 다른 사고유형의 경우 군 지역 비중은 각각 19.6%, 16.4%에 그쳤다. 매일신문 기획탐사팀은 경북의 차량 단독 사고지점 중 사망자가 나온 현장들을 방문해 도로 상황과 주민들의 증언을 살폈다. ◆급커브 못 버티고 '쾅'…군의 차량 단독사고 비중, 시의 '두 배' 경북 군 지역의 교통사고 건수가 두드러진 것은 차량 단독사고가 유독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경북 군 지역에서 발생한 전체 사고 중 차량 단독사고 비중은 11.9%로 시 지역 5.3%보다 두 배 이상 컸다. 특히 군 지역 단독사고 중 각종 구조물과 부딪힌 경우가 가장 많았다. 지난해 단독사고 256건 중 44.5%인 114건이 공작물과 충돌하면서 일어났다. 사고 조사 결과 충돌로 기록되지만 높은 굴곡도를 버티지 못하고 도로에서 이탈하거나 울퉁불퉁한 노면 탓에 중심을 잃으면서 사고로 이어진 경우도 적지 않았다. 지난달 경북 예천군 지보면의 한 농촌 마을을 찾았다. 이곳은 2022년 10월 15일 오전 11시쯤 오토바이 운전자 A씨가 도로 가장자리에 놓인 공작물에 들이받아 목숨을 잃은 곳이다. 사고지점은 마을 앞 주요 도로에 농로가 곁가지처럼 나 있는 곳이었다. 가드레일이 없어 무심코 운전하다가는 논으로 떨어지기 쉬운 도로 구조였다. 실제로 사고 당시 A씨는 도로 가장자리를 벗어나 흙길로 빠지던 중 갑작스레 솟은 농로에 충돌했다. 지난해 2월 17일 경북 영덕군 영덕읍의 한 해안가 마을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다. 해수욕장을 끼고 식당과 민박집이 밀집한 이 마을에서 한 승용차가 급커브 구간을 버티지 못하고 길가 낚시 가게에 충돌하면서 운전자와 동승자가 숨졌다. 당시 사고 차량은 커브가 끝나는 지점에서 도로 가장자리 턱에 부딪혀 근처 가게로 튕겨 나갔다. 사고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지만 가게 옆 벽에 덕지덕지 발린 시멘트가 당시 참담했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다. 주민들은 사고 직후 마을을 지나는 차가 또 덮칠까 싶어 가게 앞을 지나다니지 못했다고 했다. 가게 주인은 "한창 자고 있던 새벽 5시쯤 쿵 소리를 듣고 나가보니 가게가 엉망이 돼 있고 사고가 나 있었다. 가게 옆 돌벽이 무너졌고 가게 앞 물건과 수족관이 다 깨졌다"며 "아직도 쿵 소리만 들으면 잠이 깨고 식은땀이 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진현 영덕경찰서 교통조사계 조사관은 "군도의 경우 워낙 꼬불꼬불하다 보니 사고가 많다"며 "군 지역 도로가 국도보다 낙후된 곳이 많은 편이다. 애초에 국도보다 폭이 좁고 단독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잦다"고 말했다. ◆도로 이탈에 전도·전복까지…아슬아슬 시골길 군 지역의 차량 단독사고의 경우 '전도‧전복'과 '도로 외 이탈' 비중이 높은 편이다. 지난해 경북 군 지역 단독사고 256건 중 전도‧전복 비율은 20.7%에 달한다. 이는 경북 평균(15.4%)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또 도로 외 이탈 비율도 16.8%로, 경북 평균(12.0%)을 웃돈다. 전도‧전복과 도로 외 이탈 사고를 보면, 좁은 도로와 높은 굴곡도, 가드레일 등 안전시설 미비 등 열악한 도로 상황이 화를 키운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도로 외 이탈과 전도‧전복 유형의 경우 차량 추락으로 이어질 위험성이 높아 인명 피해 가능성이 큰 편이다. 지난달 청도군 청도읍 평양1리의 한 왕복 2차선 도로에 가봤다. 이곳은 2022년 9월 29일 73세 여성 B씨가 늦은 밤 오토바이를 운전하다 도로 밖 개울로 추락해 숨진 지점이다. 이곳 주민들은 사고가 난 지 2년이 다 돼가는 지금까지도 당시 일을 또렷이 기억했다. 주민들은 "B씨가 저녁에 마을 친구 집에 방문했다가 오후 11시쯤 집으로 오는 길에 화를 당했다"고 말했다. 당시 차가 없던 B씨는 집에 있던 아들의 오토바이를 타던 것으로 알려졌다. B씨가 몰던 오토바이가 도로에 진입하지 못하고 개울 아래로 떨어졌고, 사고가 난 지 한참 시간이 흐른 다음 날 오전 3시쯤에야 발견됐다. 당시 모친을 찾아 나선 아들이 B씨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을 거뒀다. 마을 주민 C씨는 "몇 년 전에도 소형 화물차가 급커브 구간에서 도로 밖으로 떨어진 적이 있는데 다행히 도로 밖 비닐하우스 위로 추락하면서 사망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며 "차량 교행이 아슬아슬할 정도로 길이 좁은데 급커브 구간이 있어 차들이 위험하다. 자전거나 오토바이, 원동기가 다니면 딱 맞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승용차 대신 이륜차·원동기…고령 운전자 사고도 多 도로를 벗어나고 차량이 뒤집히는 등 군 지역 교통사고는 열악한 도로 상황과 더불어 높은 연령대와 이륜차‧원동기 등 농촌 특징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해 경북의 지방도와 군도의 차량 단독사고에서 가해 차량이 승용차인 경우가 43.3%로, 경북 전체 승용차 비율(64.2%)보다 한참 낮았다. 대신 지방도‧군도의 이륜차와 원동기 비율은 각각 20.2%, 5.8%로, 경북 전체의 이륜차(7.2%), 원동기(1.1%)보다 훨씬 높았다. 또한 농기계와 사륜오토바이의 사고 비율도 지방도‧군도가 경북 평균보다 두 배 이상 컸다. 고령의 운전자의 단독사고가 지방도‧군도에서 특히 많았다. 지난해 지방도‧군도의 단독사고 208건 중 운전자가 60대가 28.4%, 70대 이상이 25.0%를 각각 기록했다. 경북 전체 사고에서 60대(24.7%)와 70대 이상(14.0%)이 차지한 비율보다 높았다. 사고 발생 시각도 농촌의 생활양식이 고스란히 드러낸다. 경북 지방도‧군도의 단독사고 중 오후 2~4시에 발생한 경우가 전체의 15.9%로 가장 많았다. 특히 농촌 일을 시작하는 오전 4~6시에 발생한 사고 비율이 3.8%로 경북 평균보다 2배 이상 높았다. 반면, 도심 퇴근 시간 때인 오후 6~8시(경북 평균 13.2%)의 경우 지방도‧군도는 6.7%에 그쳤다. 임근환 경북경찰청 교통관리계 경사는 "경북은 대부분 산악지형이다. 특히 군 지역은 도로 여건이 열악한 데다 험한 지형까지 더해져 단독사고가 빈번하고 피해 규모도 큰 편"이라며 "또 운전자 연령대가 높다 보니 인지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오토바이나 자전거, 전동휠체어 등의 이용도 많은 점도 위험 요인"이라고 말했다. 기획탐사팀

    2024-07-21 18:59:50

  • 좁고 굴곡 심한 '아찔한 시골 도로'…

    좁고 굴곡 심한 '아찔한 시골 도로'…"열악한 환경·고령 운전자" 영향

    경북 안동시 와룡면의 한 농촌 마을. 험준한 산속의 이곳에선 지난해 5월 전동휠체어를 타던 80세 할머니가 전복사고로 숨졌다. 폭 4m 남짓한 작은 도로에서 발생한 사고였다. 좁은 탓에 중앙선이 없고 차량 교행도 어렵다. 그나마 마을에선 유일하게 포장된 도로다. 지난달 방문한 이 도로는 곳곳이 갈라지고 폭 꺼져 있었다. 도로와 민가 사이에 1.5m 깊이의 개울이 있었다. 차가 추락하면 인명 사고로 번질 수 있는 구조였다. 도로에서 개울로 떨어지는 것을 막을 시설물은 없었다. 이곳 주민 장희문(86) 씨는 "작년 목숨을 잃은 할머니는 밭일 하다가 집에 물 뜨러 간 사이 사고가 났다. 도로에서 다리로 꺾어 들어가는 틈새에 빠진 것"이라며 "길이 워낙 좁아 이 동네에 차를 운전해 드나드는 사람이 별로 없을 정도다. 조금 큰 차는 아예 지나다니지 못한다"고 말했다. 경북 농촌 지역의 도로가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특히 경상북도와 각 지자체가 관리하는 도로에서 교통사고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폭이 좁고 굴곡이 심한 구간을 비롯해 도로 안전시설이 허술한 지점에서 인명 사고가 일어났다. 21일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경북(군위군 제외)의 지방도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1천174건으로 전년 914건보다 28.4% 늘었다. 군도의 경우 지난해 1천218건으로, 2021년 1천160건에서 2022년 1천269건으로 늘어난 뒤 소폭 줄어드는 데 그쳤다. 지방도는 도로법에 따라 광역자치단체가, 군도는 군이 각각 관리와 운영을 맡은 도로다. 반면 경북의 전체 교통사고는 2021~2023년 사이 1만1천981→1만944→1만728건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이로 인해 지방도와 군도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 2021~2023년 연도별 비중을 보면 지방도는 8.1→8.4→10.9%, 군도는 9.7→11.6→11.4% 등으로 높아졌다. 열악한 농촌 도로 환경과 고령자가 많은 인구 특성이 지방도와 군도의 사고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승용차 대신 이륜차‧원동기‧농기계 이용이 많다는 점도 화를 키운 요인으로 지목된다. 김사민 도로교통공단 경북지부 안전시설부 차장은 "농촌 지역은 계획도로가 아니다 보니 도로의 굴곡이 심하고 가로등이 없는 경우가 많다. 교통량이 많지 않아 차량 속도가 빨라 사고 규모가 커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망사고가 특정 지점에 반복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사고가 난 뒤 조치하는 것보다는 사고 위험이 큰 지점을 사전에 파악해 안전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농촌 도로가 정부가 관리하는 국도에 비해 도로 상태가 열악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등으로 지자체의 재정자립도가 낮아 통행량이 적은 도로에 예산을 투입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해 경북 군도의 포장률은 81.8%로, 국도(100%)와 지방도(96.6%)에 못 미쳤다. 경북경찰청 교통관리계 관계자는 "군도 유지관리 상태가 국도와 비교하면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투입되는 예산 규모 차이가 워낙 크다"며 "군도 대부분이 주요 도로가 아니고 폭이 좁다. 구조적으로 휘어짐이 심하고 낙후된 도로가 많다"고 말했다. 기획탐사팀

    2024-07-21 18:59:42

  • [침수(沈水)] 여기 번쩍, 저기 번쩍 도깨비 장마

    [침수(沈水)] 여기 번쩍, 저기 번쩍 도깨비 장마 "공간 유형별 대비 강화해야"

    "도깨비 장마, 야행성 장마, 스텔스 장마" 기후변화로 갑작스러운 폭우가 잦아지며 장마의 유형도 다양해지고 있다. 예측이 쉽지 않은 만큼 호우 피해 예방 역시 점점 어려워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17일 대구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남부 지역에서 장마가 시작된 6월 22일부터 지난 14일까지 대구경북에 내린 강수량은 339.7㎜로, 평년(200.5㎜)을 크게 웃돌았다. 이는 평년값 산출 가능한 11개 지점 평균을 비교한 수치다. 올해는 경북 북부 지역과 대구에 강수가 집중됐다. 이 기간 봉화에 내린 비가 452.7㎜에 달하며, 11개 지점 가운데 가장 많은 강수량을 기록했다. 이어 안동(424.9㎜), 대구(404.9㎜), 문경(401.3㎜), 영주(390.2㎜) 순이었다. 새벽·밤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쏟아졌다. 봉화군의 경우 7일 하루 강수량이 94.3㎜에 달했다. 이중 28.1%(26.5㎜)가 오전 4~6시 사이, 38.9%(36.7㎜)가 오후 9~10시 사이에 내렸다. 대구는 9일 하루 강수량이 191.2㎜에 달했는데, 70.9%(135.5㎜)가 오전 2~7시 사이에 몰렸다. 올해 장마는 불규칙한 저기압 발달로 예측이 어려운 '게릴라성', '야행성' 폭우가 몰아쳐 대응에 어려움이 컸다. 17일 대구·경북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이달 1~16일(오후 2시까지) 사이 비 피해와 관련한 출동은 모두 1천90건(대구 300건, 경북 790건)에 달한다. 하천 수위가 갑자기 상승하면서 침수 피해가 발생하는 등 대응에 한계도 드러났다. 지난 10일 금호강 안심교 수위는 오전 11시 20분과 오후 1시 20분 사이 홍수 단계 중 '심각'까지 갔다. 이는 ▷관심 ▷주의 ▷경계 ▷심각 등 홍수 위험 4단계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안심교는 주의 단계에 진입한 오전 9시 30분(수위 4.09m)에서 심각 단계까지 올라간 오전 11시 20분(6.21m)까지 불과 2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안심교 인근의 동구 금강동 주민들을 대피시키려 소방에서 구조 출동한 시간은 이날 오전 10시 48분쯤이다. 이때는 수위(5.74m)는 이미 경계 단계였다. 이처럼 호우 예측과 대비가 어려워진 가운데 침수 위험이 큰 지하차도, 반지하주택, 지하주차장 등 지하 시설 안전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남광현 대구정책연구원 환경안전연구실 선임연구원은 "집중호우 등 기후 문제로 인한 재난은 다양하고 복잡해지고 있다"며 "정확한 예측을 위해선 지금보다 더 촘촘하게 관측하고, 침수에 취약한 공간 유형별로 대책을 더 구체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 많은 인력과 기술 투자가 선행돼야 하고, 기후 이슈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높아야 하는데, 여름이 지나면 다시 관심 밖으로 사라지는 문제도 있다"고 덧붙였다. 기획탐사팀

    2024-07-17 18:56:00

  • [침수(沈水)] 비만 오면 무서운 지하공간들…매년 강해지는 호우에 불안 커져

    [침수(沈水)] 비만 오면 무서운 지하공간들…매년 강해지는 호우에 불안 커져

    하천 인근 아파트 지하주차장과 저지대 지역, 하천 근처가 아니더라도 지형적·구조적 조건에 따라 내부로 물이 유입될 수 있는 반지하주택 등도 집중호우 시 위험한 공간들이다. 대표적으로 지난 2022년 9월 태풍 힌남노로 형산강 지류인 냉천이 범람해 인근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침수되면서 주민 7명이 목숨을 잃은 사고가 포항에서 발생했다. 앞서 같은 해 8월 집중호우로 서울 신림동 반지하주택에 살던 일가족 3명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올해 여름 역시 비슷한 유형의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6일 집중호우로 전남 완도읍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흙탕물이 밀려와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차량 10여 대가 침수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물 폭탄 맞은 대구, 저지대 초토화 강하게 발달한 장마 전선의 영향으로 대구에선 지난 9일 하루 강수량이 191.3㎜에 달할 정도로 많은 비가 내렸다. 이는 역대 7월 대구 하루 강수량 가운데 203.2㎜를 기록한 1948년 7월 30일 다음으로 많은 기록이다. 폭우 여파로 다음 날인 10일 오전부터 금호강 물이 빠르게 불어나면서 주변 저지대 시설과 상가에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지난 12일 오전 10시 30분쯤 찾은 수성구 고모동에 있는 수성파크골프장은 수마가 할퀴고 간 흔적으로 가득했다. 골프장에 설치된 펜스들이 모두 쓰러져있고, 공원 관리 직원들이 열심히 가꾼 댑싸리(높이 68~150cm 자라는 1년초)도 물살이 들이닥친 방향으로 누운 모습이었다. 수성파크골프장에선 지난 10일 오전 10시 반부터 폭우로 금호강 수위가 높아지면서 수성구청 소속 골프장 관리 담당 기간제 직원들이 관리소 등으로 활용하는 컨테이너에 고립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오전 11시 13분쯤 신고를 받은 소방당국이 헬기까지 투입해 1시간 50분 만에 구조에 성공하며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자칫 아찔한 상황으로 번질 수 있었다. 당시 상황을 목격한 수성구청 소속 직원은 "사고 당일 오전에 봤을 땐 그 전날보다 수위가 더 낮아서 이런 사고가 일어날 줄은 정말 몰랐다"며 "여기가 강 옆이다 보니 지난해 여름에도 3번 정도 침수가 있긴 했는데, 넘칠 듯 말 듯 찰랑찰랑한 수준이었지, 이렇게 피해가 크진 않았다"고 말했다. 금호강 물이 급속도로 늘어나며 대구 동구 효목동 동촌유원지 일대에서도 지난 10일 건물 12개가 강물에 잠기는 등 침수 피해가 잇따랐다. 재난문자가 이미 침수가 상당 부분 진행된 뒤에 도착해 피해 방지에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불만도 제기됐다. 동촌유원지에서 7년째 식당을 운영해 온 A씨는 "저녁부터 장사를 시작하기 때문에 사고 당일 오전엔 집에 있었다. 그러다 오전 11시쯤 가게에 도착한 식자재 배달 기사로부터 '가게가 물에 잠겼다'는 연락을 받아 피해 사실을 알게 됐고, 그전까진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다"며 "안전 안내 문자는 당일 11시 42분에 왔는데, 그땐 이미 침수가 상당 부분 진행돼 대처를 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동구청 안전총괄과 관계자는 "현장에 설치된 폐쇄회로TV를 통해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그날은 전례가 없을 정도로 워낙 급하게 물이 불어났던 상황이었고, 이를 인지했을 때 문자를 바로 송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구 반지하주택 108곳, 물막이판 설치 안 돼 16일 오전 찾은 대구 남구 봉덕동에 있는 한 반지하 다가구주택. 이곳에서 3년째 사는 기초생활수급자 정모(54) 씨는 오는 18일부터 다시 장마가 시작될 전망이라는 말에 한숨을 쉬었다. 정 씨는 "반지하는 하수구 냄새가 심해서 평소엔 현관문과 창문을 열어 놓고 지내는데 장마가 시작되면 그럴 수 없어 굉장히 답답하다"며 "지난 9일부터 10일 이틀간은 빗물이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너무 크고 무서워서 잠도 제대로 못 잤다. 비가 많이 오면서 창문 옆 배관에서 물이 터져 나오기도 해 걱정이 컸다"고 말했다. 지난 2022년 발생한 신림동 반지하주택 참사를 계기로 대구시도 같은 해 시내 반지하주택 9천125곳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주거 용도로 사용되는 1천112곳의 1천241가구 중 침수가 우려되는 178곳의 203가구를 확정했다. 침수 우려 반지하 가구는 서구와 남구가 각각 51가구로 가장 많았고, 이어 ▷동구 37가구 ▷달서구 31가구 ▷수성구 21가구 ▷달성군 10가구 ▷중구·북구 각각 1가구 순이었으며 군위군엔 없었다. 대구시는 침수 우려 반지하주택 178곳을 대상으로 침수방지시설(물막이 차수판)을 설치할 계획이었으나, 건물 소유주의 동의를 얻지 못해 39.3%에 불과한 70곳에 대해서만 설치를 완료했다. 구‧군별로 보면 ▷서구 25곳 ▷남구 14곳 ▷동구 13곳 ▷달성군 9곳 ▷달서구 6곳 ▷수성구 3곳에 물막이 차수판을 설치했고, 중구와 북구에는 설치된 곳이 없다. 대구시 건축과 관계자는 "침수방지시설을 설치하려면 집 소유주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침수를 겪은 적이 별로 없어 필요성을 못 느끼거나, 임대를 놓는 데 지장이 생긴다고 생각해 동의하지 않는 소유주들이 많다. 강제로 설치할 수 없다"며 "창문에 차수막을 설치하면 창문을 잘 열지 못해 답답할 것 같아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남광현 대구정책연구원 환경안전연구실 선임연구원은 "침수 등 자연재해에 대비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사유재산권과 충돌하면서 대비가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며 "기후 문제가 점점 심각해짐에 따라 집중호우 등으로 발생하는 참사들이 어쩌다 발생한 불운의 사고가 아니고 언제 어디서나 당할 수 있는 일이라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확산돼야 한다"고 했다. 한편, 지하주차장의 경우 대구시에서 지난 6월 말까지 하천 인근 또는 하천 최고 수위보다 낮은 지대에 있는 등 침수 위험이 있는 공동주택(아파트) 내 지하주차장 22곳에 대해 물막이판을 설치했다. 지난 10일 금호강이 범람하면서 대구 동구 동촌유원지에 있는 지하주차장이 침수됐던 것처럼, 공동주택이 아닌 상가 지하주차장 역시 침수 위험이 있지만 이에 대한 현황 파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구시 자연재난과 관계자는 "하천 인근 지하주차장에 대해 현황 조사를 진행한 적은 없다. 현황을 파악하면 좋겠지만 피해 복구에 투입할 행정력조차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기획탐사팀

    2024-07-17 18:05:00

  • [침수(沈水)] 폭우에 잠길까 두려운 지하차도…자동진입차단시설 설치 하세월

    [침수(沈水)] 폭우에 잠길까 두려운 지하차도…자동진입차단시설 설치 하세월

    지난 10일 경북 경주시에는 하루 강수량 90.8㎜의 많은 비가 쏟아졌다. 그 바람에 형산강과 10m남짓 떨어진 유림지하차도가 침수됐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왕복 2차로의 통행이 제한됐고, 오후 1시 18분까지 진입이 전면 통제됐다. 지하차도 옆 하천 둔치 산책로는 오후 3시가 넘도록 물에 잠겨 있었다. 박종화 경주시 황성동 37통장은 "인근 논으로 일하러 갈 때 유림지하차도를 지나는데 여름마다 침수로 인해 진입 통제를 겪는다"며 "경주 시내를 오가는 주민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들까지 많이 이용하는 곳이라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장마철도 기록적인 폭우가 이어지는 가운데, 과거 다수의 인명피해를 낳은 지하차도 침수 사고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특정 지역에 짧은 시간 동안 많은 비가 내리면서 하천 인근의 지하 공간이 침수되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데, 대표적인 곳이 바로 '지하차도'다. 지난해 7월 집중호우로 청주시 인근 미호강의 수위가 급격히 불어나면서 강물이 임시 제방을 무너뜨리고 인근 궁평2지하차도로 흘러 들어가면서 14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2020년 7월에는 부산의 초량제1지하차도도 갑작스러운 폭우에 침수돼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커지는 우려와 달리 비가 많이 내려 지하차도 내 수위가 높아지면 자동으로 차량의 진입을 막는 '자동진입차단시설'의 설치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대구 지하차도 中 자동진입차단시설 설치 '0' 올해 역시 기록적인 폭우가 대구경북을 휩쓸며 지역의 지하차도 곳곳의 통행이 제한됐다. 17일 대구경찰청과 경북경찰청에 따르면, 경북에선 이달 1일부터 16일 오후 5시까지 지하차도 21개가 침수 우려로 통제됐다. 대구에서도 지난 10일 상동교 아래 지하차도 일부 구간(50m)이 통제됐다. 전날인 9일 수성구 가천지하차도와 안심교 하부 지하차도 역시 운행이 중지됐다. 각 시도에서 한병도 의원실에 제출한 지하차도 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지난 6월 10일 기준 지자체가 관리하는 지하차도는 전국에 모두 1천18개가 있다. 이 가운데 49.6%(505개)가 500m 이내에 하천이 존재한다. 67.6%(688개)는 침수 피해 우려가 특히 큰 U자형(진‧출입구보다 터널구간이 낮은 형태) 지하차도였다. 대구는 하천 근처에 있는 지하차도 비율이 높고, 경북은 U자형 지하차도의 비율이 높았다. 대구시가 관리하는 지하차도는 모두 48개로, 북구 11개, 서구·동구 각각 8개, 수성구 5개 등의 순으로 많았다. 이 중 62.5%(30개)가 하천 500m 이내에 있고, U자형 지하차도는 64.6%(31개)였다. 하천 500m 이내며 U자형은 절반(24개)에 달했다. 경북도가 관리하는 지하차도는 69개에 달하는데, 경주가 14개로 가장 많고 이어 ▷경산 11개 ▷김천 10개 ▷칠곡 8개 순이었다. 이 가운데 42.0%(29개)가 500m 이내에 하천이 있고, 58.0%(40개)는 U자형이다. 하천 500m 이내며 U자형은 24.6%(17개)였다. 대구경북의 지하차도 절반 이상이 하천 가까이 있어 침수 위험이 있지만, 자동진입차단시설 설치는 아직 지지부진하다. 지하차도 수위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아질 경우 자동으로 진입을 막는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 경북의 경우 69개 중 10.1%(7개)에 자동진입차단시설이 설치됐고, 대구엔 아직 설치가 완료된 곳이 하나도 없다. 대구시 도로과 관계자는 "하천 500m 이내에 있으면서도 자연적으로 배수가 안 되는 지하차도 24개를 선정했고, 이 가운데 지난해 12월 예산을 받아 서변지하차도에 우선적으로 자동진입차단시설을 설치해 이달 말쯤 완공할 예정이다. 지난달 6월 특별교부세를 확보해 2개 지하차도에 추가로 설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단도 중요하지만, 내부 고립에도 대비해야 전문가들은 자동진입차단시설 설치만큼이나 지하차도 안에서 고립되는 상황에 대비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내부에 고립됐을 경우를 대비해 만든 비상시설(비상사다리 등)은 대구경북 지하차도에 전무한 실정이다. 경북도 도로철도과 관계자는 "현재 경북도에서 관리 중인 69개 지하차도 가운데 사다리 등 피난 대피 시설물이 설치돼 있는 곳은 없다"며 "다만, 경산시에서 피난 대피 시설물 설치를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 또한 같은 상황으로, 지난 2월 '지하차도 배수시설 적정성 검토 및 개선 용역'에 착수해 현재 비상사다리를 포함해 어떤 시설을 설치할지 검토하는 단계다. 다른 지역 사례로는, 지난 6월 전북도가 전주 시내 3개 지하차도에 침수 발생 시 지하차도 밖으로 나갈 수 있는 'U자형 사다리', 물살에 떠밀리지 않고 탈출하도록 돕는 '핸드레일' 등을 설치했다. 전북도는 향후 순차적으로 다른 지하차도에도 시설을 확대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정영훈 경북대 건설방재공학부 교수는 "신천대로처럼 바로 옆에 하천을 끼고 있는 지하차도는 자동진입차단시설 등을 설치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고 중요하지만, 침수 시 지하차도 안에 있는 차들을 구할 방법도 함께 생각해야 한다"며 "내부에서 탈출할 수 있는 대피로 같은 시설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는 없는 상황이다. 하다못해 침수 발생 시 잡고 버틸 수 있는 손잡이나 사다리 같은 시설이라도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획탐사팀

    2024-07-17 17:26:00

  • [침수(沈水)] 폭우 속 운전자 행동대피요령은?

    [침수(沈水)] 폭우 속 운전자 행동대피요령은?

    차량 운전 중 갑작스럽게 집중호우가 발생할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행정안전부 침수대비 국민행동요령에 따르면, 시간당 100㎜ 이상 비가 내리면 100m 이상 떨어진 곳에 있는 표지판을 알아보기 힘들다. 차량을 계속 운행하면 사고 위험이 있어 비가 약해질 때까지 안전한 곳에 차를 세워 놓고 대기하는 게 바람직하다. 또한, 타이어의 3분의 2가 물에 잠기기 전엔 차량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키고, 침수된 경우 운전석 목 받침 철재봉을 활용해 유리창을 깨고 대피해야 한다. 이때 유리창을 깨지 못했다면 차량 내부와 외부의 물 높이 차이가 30㎝ 이하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차량 문이 열리는 순간 빠르게 대피해야 한다. 갑작스러운 폭우로 지하차도 안으로 진입했는데 침수로 물이 차오르고 있는 상황 역시 발생할 수 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차량 바퀴의 절반 정도 물이 차오른 정도면 물이 들어오는 반대 방향으로 빠르게 움직여 탈출하는 것이 좋고, 바퀴 절반 이상이 물에 잠겼을 땐 차량을 버려야 한다. 물이 흘러드는 반대 방향으로 신속하게 대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달리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물이 들어올 경우 지하차도 내에서 구조물을 잡고 버텨야 하는데, 이때 구조물은 수평으로 된 것보단 수직으로 이뤄져 물이 더 차올랐을 때 위로 올라가면서 버틸 수 있는 구조물이 좋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공 교수는 "이러한 수직 구조물로는 피난 사다리가 있을 수 있는데, 근래 지하차도 침수 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피난 사다리가 설치되고 있지만 아직 설치된 곳은 소수라 설치를 더 늘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획탐사팀

    2024-07-17 16:28:13

  • 전국서 가장 긴 경북 도로, 줄지 않는 국도 교통사고 위험

    전국서 가장 긴 경북 도로, 줄지 않는 국도 교통사고 위험

    지난 6월 25일 오전 11시쯤. 경북 칠곡군 제2왜관교에서 대구 북구 팔달교로 이어지는 4번 국도 구간은 차들이 빼곡했다. 평일 오전 시간대임에도 대형 화물차와 덤프트럭이 1, 2차로를 메웠다. 일부 승용차들이 속도를 높여 화물차 사이를 곡예 운전으로 빠져나갔다. 이에 화물차들이 "빵빵" 경적을 연방 울렸다. 이 구간은 지난해에만 2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차량이 서로 출동하고, 공작물과 부딪히는 사고였다. 4번 국도를 타고 같은 날 오후 2시쯤 경북 경산과 영천으로 향했다. 영천 금호읍의 교대사거리에서 경주로 향하는 구간에는 대형차량이 몰렸다. 경산의 산업단지에서 출발해 경주로 향하는 화물차들이 줄을 이으면서 곳곳에서 정체가 빚어졌다. '교통사고 잦은 구간', '사망사고 발생 구간' 등 경고판이 도로 옆으로 즐비했지만, 대부분 차량은 아랑곳하지 않고 제한 속도를 넘겼다. 지난해 7월과 12월 이 구간에선 차량이 보행자를 치어 사망케 한 사고가 2건이 발생했다. 지역을 관통하는 도로가 교통사고의 공포로 얼룩지고 있다. 전체 교통사고는 줄어드는 추세지만, 특히 일반국도는 오히려 사고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이로 인해 도로에서 죽거나 다친 사람도 늘어나면서 도로 교통안전에 비상등이 켜졌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경북의 일반국도 교통사고는 2021년 1천190건에서 2022년 1천94건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1천202건으로 전년보다 9.9% 증가했다. 교통 사망사고도 63→48→52건으로 다시 많아졌다. 이는 같은 기간 경북의 고속국도(고속도로) 사고가 332→346→290건으로, 최근 눈에 띄게 감소한 것과 상반된 추세다. 사고 수도 일반국도가 고속국도보다 3~4배 더 많았다. 일반국도는 고속국도와 마찬가지로 화물차들의 운행이 많고, 또 과속과 전방주시 태만 등 안전 의무 불이행에 따른 사고가 잦다. 실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경북의 일반국도 18개 중 화물차 비율이 전국 평균(21.2%)보다 높은 경우가 11개나 된다. 또한 운행속도도 높아 시‧군도 등 지역의 다른 중소형 도로보다 사고 중 사망 비중도 상대적으로 큰 편이다. 특히 경북의 일반국도 길이는 2천260㎞로 특별‧광역시도 가운데 가장 길다. 전국의 전체 일반국도(1만4천125㎞) 가운데 16%를 차지한다. 뒤를 이은 전남(2천39㎞)과 강원(1천910㎞), 경기(1천631㎞) 등보다 훨씬 길다. 덩달아 통행량이 많아 사고위험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일반국도의 교통사고가 늘고 있지만, 개선사업은 사고가 발생한 지점들을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격이 되고 있다. 권오훈 계명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지역 도로는 도시와 산악 지형 등의 특성으로 사고가 잦을 수 있다"며 "차량별 통행 특성과 도로별 구조 분석을 통해 사고 위험성이 높은 지점들을 사전에 파악한 뒤 적극적인 예방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기획탐사팀

    2024-07-16 18:11:00

  • '아차'하는 순간 쾅, 사망사고 끊이지 않는 경북 국도

    '아차'하는 순간 쾅, 사망사고 끊이지 않는 경북 국도

    경북을 지나는 일반국도는 전국 52개 가운데 18개다. 이 중 15개 국도에선 지난 3년간 해마다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중·남부 지역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4번, 동해안을 남북으로 잇는 7번 국도의 사망사고 건수가 가장 많았다. 일반국도는 차량이 서로 부딪치는 것뿐만 아니라 보행자가 죽거나 다치는 등 다양한 유형의 사고가 일어나고, 사망과 중상 사고의 위험도 크다. ◆악명 높은 '7번 국도'…해마다 사망사고 빈번 "국도지만 다들 고속도로처럼 달려요. 제한 속도 넘겨서 '칼 치기' 하는 차도 많습니다. 단속 카메라 앞에서만 급감속합니다. 언제 사고가 나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국도를 이용해 대구와 경북, 경남으로 섬유 원단을 운송하는 김종한(38) 씨는 늘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김 씨는 "경주와 포항, 울산 등으로 자재를 납품하는데 7번 국도를 자주 이용한다. 각 지역 시내로 바로 진입할 수 있고 안 막히면 고속도로보다 더 빠르게 도착할 수 있어서다"며 "통행료도 아끼려 국도를 이용하는 데, 과속을 하거나 갑자기 추월해 끼어드는 차량 때문에 사고 날 뻔한 적이 많다. 직접 추돌 사고를 목격한 이후에는 늘 긴장하면서 운전한다"고 말했다. 7번 국도는 동해안을 남북으로 잇는 도로, '등뼈' 국도로 불린다. 부산 중구에서 시작해 강원도 고성군 군사분계선까지 이어진다. 1979년 강원도 삼척에서 포항까지 구간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개통이 이뤄졌다. 총 길이가 484.3㎞에 이르며 이중 경북 구간(경주~포항~영덕~울진)은 절반에 가까운 약 200㎞다. 포항제철소와 울산 자동차 생산공장, 부산 항만까지 이어지는 도로인 만큼 통행량이 많고 교통사고도 빈번하다. 과속, 신호 위반, 차로 침범 등 안전 운전 의무 불이행에 따른 교통사고가 곳곳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4일 오전 10시 30분쯤 7번 국도 신경주역에서 출발해 화곡2교와 외동교차로를 거쳐 울산 초입까지 직접 운행했다. 화곡2교까지 구간은 지난해 4월 20대 남성이 공작물 충돌로 사망한 사고가 발생한 곳이다. 도로가 직선형이고, 통행량이 적은 탓에 제한 속도인 시속 80㎞를 넘긴 차량이 보였다. 2차로에서 시속 80㎞로 주행하는 취재 차량을 승용차가 추월해 앞질렀다. 과속단속카메라에 다다르자 차들은 급하게 속도를 줄였고, 이 과정에서 차량 간 간격이 순식간에 좁아지면서 아찔한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경주 내남면 명계교차로 구간에 들어서자 화물차가 많아졌다. 이곳은 울산과 포항 등으로 이어지는 가장 빠른 도로여서 화물차 통행 비율이 높은 편이다. 1t 화물차와 대형 트레일러, 덤프트럭 등이 2개 차로를 나란히 달리는 바람에 시야 확보가 어려웠다. 앞지르기도 쉽지 않고, 도로 앞 상황도 보이지 않아 통행 흐름을 읽기가 어려웠다. 이곳에서도 지난해 10월 50대 운전자가 차량 추돌로 사망했다. 현재도 도로에는 스키드마크(급제동으로 도로 표면에 새겨진 바퀴 흔적)가 곳곳에 있었고, 부서진 범퍼와 차량 잔해들이 도로 가장자리에 어지럽게 치워져 있었다. 가장 악명이 높은 외동교차로로 향했다. 도로는 교차로 인근에 다다르자 좌회전과 우회전 양길로 나뉘었다. 많은 차량이 진입로를 착각해 갑자기 차로를 옮기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곳 교차로에선 지난 2021년 5월과 9월 각각 승용차 운전자와 화물차 운전자가 단독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2월에는 우회전하던 4.5t 화물차가 맞은편 차로로 넘어가 정차 중이던 차량 5대를 연이어 들이받기도 했다. 전국화물차공제조합 대구·경북지부 관계자는 "경주에서 울산 방향으로 가는 7번 국도는 화물차 운전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악명이 높다. 외동교차로 쪽은 순간 방심하면 마을로 추락할 수 있는 도로여서 특히 위험천만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도로에는 안전장치가 제대로 없다. 해마다 사고가 나지만 크게 개선된 점도 찾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사고 나면 '중상 이상'…보행자 위협하는 사고도 증가 일반국도는 지역을 잇는 간선도로 역할을 한다. 경북의 도시, 마을과 인접해 다양한 유형의 사고가 발생한다. 차량끼리 사고뿐만 아니라 횡단하는 보행자를 치는 사고도 일어난다. 특히 운행속도가 지역의 작은 도로보다 높은 탓에 중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경북의 일반국도 사고 건수는 지난해 1천202건으로 전년보다 9.9% 증가했다. 사고가 늘면서 피해자도 10.8% 더 많아졌다. 고속도로에 버금갈 만큼 속도를 낼 수 있다 보니 대형 사고로 이어졌다. 중상 사고는 지난해 383건으로 전년보다 11.7% 늘었다. 중상자 역시 같은 기간 425명에서 492명으로 15.8% 증가했다. 사망자와 중상자의 비중은 전체 피해자의 28%에 달할 정도다. 4번과 7번 국도 이외에도 5번(군위~의성~안동~영주)과 28번 국도(예천~의성~영천~경주)의 최근 3년간 사망사고는 각각 16건, 17건이다. 또 25번, 31번, 33번 국도 등도 같은 기간 10건 안팎의 사망사고가 났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차 대 사람' 사고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2022~2023년 차 대 사람 사고는 73건에서 97건으로 32.9% 증가했다. 법규위반을 보면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이 12건에서 23건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나는 등 보행자 안전이 특히 위협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함께 주목할 점은 저연령과 고령 운전자로 인한 사고가 급증했다는 것이다. 나이가 60대 이상인 가해 운전자 사고는 2022~2023년 사이 13%(422→477건) 늘었다. 특히 70대 이상이 16.7%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또한 10대와 20대 가해 운전자 사고도 각각 72.7%, 33.0% 급증했다. 이에 대해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엔데믹(감염병 풍토화) 이후 통행량이 많아진 가운데 오토바이와 전동킥보드 등 개인용 이동장치(PM)를 이용하는 10~20대 운전자들이 늘었다. 도로 사정에 따른 운전 미숙 등 다양한 가능성을 두고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고가 빈번한 4번과 7번 국도를 담당하는 경주경찰서 경비교통과 관계자는 "국도의 사고 원인은 다양하다. 현장에 나가보면 새벽 시간대에 신호 위반을 하거나 과속을 하기도 한다"며 "속도를 줄이지 않고 빗길 곡선 구간에서 미끄러지며 단독사고가 나고, 또 차량 관리 미흡으로 타이어가 터져서 사고가 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교통사고 사망사고에선 대부분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보며 운전하는 등 전방 주시 태만에 의한 경우도 많다"며 "경찰 차원에서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지점 등에 대해 데이터를 분석해 필요한 곳에 예방과 단속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기획탐사팀

    2024-07-16 17:29:00

  • '안전속도 5030' 정책, 탄력적 적용 나선다

    '안전속도 5030' 정책, 탄력적 적용 나선다

    경찰이 보행자 교통 안전 확보를 위해 도입한 '안전속도 5030' 정책을 올해도 탄력적으로 적용할 방침이다. 기본정책은 유지하되 상시 모니터링을 통해 지역 도로별 상황에 맞춰 제한 속도를 완화하는 등 제도 조정에 나선다. 16일 경찰청에 따르면 '안전속도 5030' 정책은 도시지역 간선도로는 시속 50㎞ 이내, 주택가 및 어린이보호구역 등 이면도로는 시속 30㎞ 이내로 각각 속도를 제한하는 내용으로 2021년 4월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됐다. 정책 시행 후 전국적으로 교통 사망사고가 감소하면서 보행자 안전 확보 효과가 입증됐다.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가 2022년 발표한 '안전속도 5030 종합 효과분석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제도 시행 후 6개월간 제한 속도 적용지역 내 보행 사망자는 전년 대비 12.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속도 제한 도로의 교통사고가 제도 도입 6개월 만에 16.4~17.3% 감소하는 효과도 확인했다. 하지만 보행자 통행이 불가능한 도로 등 도로 사정을 살피지 않고 획일적인 적용으로 오히려 교통 체증을 유발하고 통행 흐름에 방해가 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기도 했다. 정책의 실효성을 두고 지난 2022년 4월 윤석열 대통령 당선 직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안전속도 5030 정책 완화 및 제한 속도 상향 공약 시행을 발표하면서 다시 논란이 불거졌다. 경찰청은 지난해 6~11월까지 진행한 '안전속도 5030 제도보완을 위한 개선방안' 연구 용역을 통해 제한 속도 시속 60㎞ 상향 구간들의 경우 보행자 안전이 확보되고 사고 증가가 없었다는 결론을 내기도 했다. 정책 완화 기조에 따라 지난해 대구는 성서공단로, 국가산단서로 등 보행자 접근이 어려운 5개 도로 12.6㎞ 구간의 제한 속도를 시속 60㎞ 높였다. 경북 역시 김천 20곳과 구미 9곳 등의 속도 제한을 시속 30㎞에서 50㎞로 완화했다. 올해는 구미 인동 4.5㎞ 구간에 대해 제한 속도를 시속 50㎞에서 60㎞로 상향하기로 했으며, 연말까지 구미의 어린이보호구역 내 속도 제한도 탄력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경북경찰청 관계자는 "지역 경찰서들이 속도 제한이 불합리하거나 과속 단속 카메라, 중앙분리대 등 안전시설이 확보된 도로 등을 상황을 살펴 상시로 조정해나가고 있다"며 "정책 취지에 맞춰 보행자 사고위험이 낮은 구간에 대해선 탄력적으로 정책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획탐사팀

    2024-07-16 15:50:46

  • [청라언덕] 호환(虎患) 마마(媽媽)보다 더 무서운 재난

    [청라언덕] 호환(虎患) 마마(媽媽)보다 더 무서운 재난

    "안동과 영천에서 산이 무너져 사람들이 압사(壓死)했다." 성종실록 1476년 7월 21일 자의 기록이다. 약 200년 후인 1669년 "대구에서 3월 7일 산허리가 터져 벌어졌는데 길이가 182보(218m)였고 너비가 15보(18m)였으며, 깊이는 3~4장(9~12m)이었다. 산이 터질 때 잠시 비가 내리고 천둥이 있었다"라고 현종실록은 적고 있다. 그로부터 43년이 흐른 해에 많은 사람이 죽고 집들이 쓸려 가는 대규모 피해가 발생했다. 숙종실록 1712년 9월 6일 자는 "경상남도 합천의 도굴산 북쪽 등성이 산허리 이하가 모두 갈라져 하나의 구덩이가 됐다. 산 밑의 인가는 50보(60m) 밖으로 스스로 옮겨 갔다. 울타리와 채소밭, 과일나무도 무더기로 밀려갔다. 하동 등지에서는 매몰돼 죽은 사람이 200여 명이고, 떠내려간 집이 1천500여 채가 된다"라고 전한다. 예로부터 경상도는 산사태 위험 지역이었다. 이 같은 사실은 연구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이창우 국립산림과학원 박사의 '역사 기록서 고찰을 통한 조선시대 산사태 특성 분석'을 보자. 이에 따르면 조선시대 산사태의 원인은 비로 인한 경우가 81%였다. 시기는 7~9월에 72%가 발생했다. 지역별로 보면 강원과 서울, 경기, 경북, 경남 등의 순으로 잦았다. 공교롭게, 산림청의 지난해 산사태 위험 지도에서 강원도와 경상북도의 면적이 가장 넓다. 장마와 태풍 등 비가 집중되는 여름철, 예나 지금이나 강원도와 경상도는 산사태 최고 위험 지역이다. 특히 산이 많은 지형적 특징과 태풍 길목이라는 지리적 여건이 큰 영향을 미친다. 조선 때는 벌채와 개간으로 산림이 황폐하고 치산치수(治山治水) 시설도 부족해 특히 산사태 피해 규모가 컸다. 최근에는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집중호우가 빈번해 산사태 위험성을 높이고 있다. 또 하나 눈여겨볼 대목은 재난 이후에는 구휼(救恤)과 문책(問責)이 뒤따랐다는 점이다. 조선의 조정은 산사태 피해 주민들에게 구호 물자를 보냈다. 전체 발생 건수의 17% 비율로 곡식과 장례비 지급, 농지세 감면 등의 지원을 했다. 책임도 물었다. 영조 때인 1752년에는 경기도 포천에서 발생한 산사태의 지형을 상세히 알리지 않은 관리를 처벌했다. 실록 속 기록처럼 지난해 또다시 경북에서 산사태가 발생했다. 순식간에 흙이 밀려와 마을을 밀어 버렸다. 피할 새도 없이 경북에서 29명이 목숨을 잃었다. 가족과 이웃은 망연자실했다. 1년이 지났지만, 재난에 대한 기억은 선명하다. 파괴된 흔적은 군데군데 남아 있다. 이런 가운데 산림청의 산사태 취약 지역 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최근 드러났다. 감사원 감사를 통해서다. 위험 조사를 형식적으로 하거나, 정작 위험도가 높은 곳을 취약 지역으로 지정하지 않았다. 또한 주민 대피 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거나, 위험 구역 내 시설을 대피 장소로 지정하는 등 허술함이 확인됐다. 이와 같은 국가와 사회의 엉성한 대비가 재난을 키운다. 퍼붓는 비와 무너지는 산을 넋 놓고 보는 '천수답'(天水畓) 대책이나, 피해 이후에야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처방은 더는 없어야 한다. 잘못된 행정은 책임을 물어야 한다. 집을 잃은 피해민을 위한 구휼도 필요하다. 임시 거주 시설의 기한이 점점 다가온다. 또다시 장마가 시작됐다. 늦기 전에 대비하고, 하루빨리 지원해야 한다.

    2024-07-04 18:21:27

  • [미망:未忘] 산사태 취약지역의 취약한 점들… 앞으로의 숙제는?

    [미망:未忘] 산사태 취약지역의 취약한 점들… 앞으로의 숙제는?

    지난해 여름 경북 곳곳에 큰 피해를 준 산사태는 취약지역 지정 과정에서의 어려움과 그 자체가 가진 한계를 여실히 보여줬다. 아울러 예측 시스템 정교화, 대피 체계 개선 등 앞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도 함께 남겼다. ◆취약지역 지정됐지만…소유주 동의 못 얻어 사방공사 좌절 지난달 27일 감사원은 '산사태·산불 등 산림재난 대비실태' 감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경북 내에서 집중호우에 의한 산사태로 인명피해가 발생한 11곳 중 여전히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곳이 9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된 2곳도 피해를 비켜가진 못했다. 그중 1곳은 지난해 7월 15일 2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경북 봉화군 학산리이다. 이곳의 경우 2017년 취약지역으로 지정됐으나 사방사업은 이뤄지지 않았다. 봉화군 산림소득자원과 관계자는 "취약지역으로 지정된 곳 아래에 경작지가 있다. 사방사업을 추진하려면 그 경작지를 통해 중장비 등이 들어와야 하는데, 경작지 소유주가 동의하지 않아 사방사업을 추진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유지에 사방사업을 추진하려면 당연히 소유주 동의가 필요한데, 통상 10명 중 5명은 동의하지 않는 것 같다. 아무래도 소유주는 땅을 소유만 하고 있을 뿐 다른 지역에 사는 경우가 많아 위험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같은 필지라도 취약지역 제외…면적 넓게 지정할 수 없어 취약지역 중 다른 1곳은 지난해 7월 15일 1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던 문경시 수평리 산68번지다. 문경시에 따르면, 수평리 산68번지 내 393.8㎡ 상당과 수평리 산73 내 855㎡를 합친 1천248㎡ 부지가 2014년 취약지역으로 지정됐고, 2016년 사방댐이 준공됐다. 다만, 취약지역이 산68번지 전체 필지 면적(36만4천508㎡) 중 극히 일부만 지정됐고, 이에 따라 인명피해가 발생한 곳은 사방댐이 조성된 취약지역과 같은 필지로 묶이지만, 결국 취약지역에 포함되지는 않게 됐다. 이기하 경북대 건설방재공학과 교수는 "국유지에선 산림청이 산사태 취약지역 지정, 사방사업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데, 사유지는 '땅값'을 우려한 소유주의 반대로 좌절되거나 제한을 받는 경우가 많다"며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강제할 수 없다. 소유주가 산사태 예방 설비를 자체적으로 설치할 경우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순 있지만, 실효성을 장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감사원에 확인한 결과, 2019~2021년 기초조사와 실태조사를 거쳐 산사태 취약지역 지정 심의 대상지로 판정된 3천216곳 중 315곳이 지정위원회 심의에서 부결돼 지정 대상에서 제외됐다. 부결된 315곳 중 135곳은 '소유주 등 반대'가 이유였다. 경북은 부결된 30곳 중 20곳이 소유주 등의 반대로 취약지역으로 지정되지 못했고, 대구 역시 28곳 가운데 16곳이 소유주 등의 반대로 취약지역 지정이 이뤄질 수 없었다. ◆경북 1만5천여 곳 기초조사 우선 지역서 제외 그런가 하면, 인명피해 가능성이 큰 지역이 기초조사 우선 지역에서 제외된 문제점도 적발됐다. 감사원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산림조합은 기초조사 우선 지역 선정 당시 산지와 주민이 사는 집의 연접거리(맞닿은 거리)가 50m 이내에 해당하는 12만6천464곳을 선별했다. 그러나 이 중 11만6천809곳이 경북을 비롯한 10개 지자체에 편중돼있다는 이유로 산림청과 협의하지 않고 해당 지자체에 있는 6만9천682곳을 임의로 제외했다. 감사원으로부터 추가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 제외된 곳 중 경북은 22.0%(1만5천318곳)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고, 이어 경남 17.5%(1만2천217곳), 경기 13.6%(9천465곳) 순이었다. 경북에서 제외된 지역 중 지난해 7월 산사태로 2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던 경북 봉화군 서동리도 포함돼있었다. 감사원은 "산지와 인가의 거리가 50m 이내로 산사태 발생 시 인명피해 위험이 있는 지역들이 기초조사 우선지역에서 부당하게 제외되면서 취약지역으로 지정·관리되지 못한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산사태는 취약·비취약지역 가리지 않아… 결국 예측이 답 전문가들은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관리되지 않는 곳에서 피해가 대부분 발생한 만큼, 정확한 예측과 이에 따른 신속한 대피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정군우 경북연구원 연구위원은 정확한 산사태 예측을 위해선 계측기의 기술이 지금보다 더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연구위원은 "지표 변위계, 경사계 등 표면에 일부가 드러나 있는 계측기의 경우 그 주변을 지나가던 등산객이나 짐승이 건들려 계측에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며 "땅에 완전히 묻는 형태로, 오류가 적고 토질에 대한 정보를 잘 파악할 수 있는 광섬유 센서가 기술 발전을 통해 더욱 보편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예측과 대응'을 중시하는 기조는 대구시와 경북도의 추진 대책들에서도 잘 나타난다. 지난해 재해로 '혼쭐'이 났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올해 산사태 대책으로 현재 2단계(주의보, 경보) 예측정보 체계에 '예비경보'를 추가해 대피 시간을 1시간 더 추가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경북 역시 주민들이 정보를 쉽게 접하고 신속히 대피할 수 있도록 '스마트마을방송' 시스템을 확대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도규명 경북도 산림정책과 과장은 "기존 재난 안내는 문자로 이뤄졌는데, 스마트마을방송 시스템은 담당 부서가 작성한 문자를 음성으로 변환해 주민들에게 휴대전화나 집 전화로 안내해 특히 어르신들에게 효과적이다"며 "2022년 9곳 시군에서 시작해 지난해 3곳 시군을 추가했다. 올해는 포항, 경주, 영덕 등 3곳을 또다시 추가하는 등 점진적으로 늘려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기획탐사팀

    2024-07-02 20:37:19

  • [미망:未忘]

    [미망:未忘] "그 소리가 들렸어요" 생존자들이 말하는 산사태 발생 징후

    '쿵쿵쿵, 잠에서 깨 필사의 탈출…간발의 차이로 구사일생' 지난달 경북 봉화군 한 카페에서 만난 주희원(가명·50), 심지애(가명·48) 씨 부부는 긴박했던 그날의 밤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부부는 2011년도부터 봉화군 학산리 농촌 마을에서 사과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 지난해 여름도 이전과 별 다를 바 없는 평범한 날들이었다. 7월 14일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그날 저녁부터 비가 세차게 쏟아지더니 오후 11시쯤부터 돌 굴러가는 소리가 들렸다. '쿵, 쿵, 쿵' 둔중한 땅의 울림이었다. 마을에서 10년 넘게 살면서 처음 들어보는 소리였다. 뭔가 심상치 않다고 느낀 희원 씨는 새벽까지 깨어 있었다. 그러다 15일 오전 3시쯤 희원 씨가 꾸벅꾸벅 졸고 있던 그때, 이번엔 아내 지애 씨가 놀라 눈을 떴다. 쿵~쾅! 하는 소리가 귀를 때렸다. 밖을 확인하려고 현관문을 열었으나, 이미 토사에 가로막힌 문은 열리지 않았다. 대신 살짝 벌어진 문틈으로 진흙이 무섭도록 흘러 들어왔다. 지애 씨는 서둘러 남편을 깨우고 현관 반대편에 있는 안방으로 갔다. 다행히 열린 창문을 통해 부부는 집 밖으로 빠져나왔다. 마침, 전날 '비가 많이 오면 마을회관으로 대피하라'는 안내방송이 떠올랐던 부부는 각자 승용차와 화물차를 운전했다. 지애 씨보다 나중에 출발한 희원 씨의 화물차가 토사에 절반쯤 묻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해 진땀을 빼기도 했다. 륜 기어로 바꾼 뒤 가속 페달을 세게 밟자, 차가 순간적으로 튀어 나가며 빠져나올 수 있었다. 희원 씨는 "사륜구동이 아니었으면 빠져나오지 못했을 것 같아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고 회상했다. 폭우를 가르며 구불구불한 외길을 달린 부부. 보이는 것은 서로의 전조등, 후미등 불빛뿐이었다. 그 희미한 빛에 의지하며 부부는 무사히 마을회관에 다다를 수 있었다. 지난해 여름 경북 곳곳에서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가 많은 비극을 낳았지만, 이처럼 산사태 발생 징후를 포착하고 생사의 갈림길에서 목숨을 구한 사람들도 있다. 전문가들은 호우 및 산사태 예보에 따른 신속한 대피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군우 경북연구원 연구위원은 "대표적인 산사태 발생 징후로는 '소리'가 있는데, 산비탈에서 흙이나 돌 등이 떨어질 때 나는 소리, 돌 등이 깨지면서 겨울에 얼어붙은 저수지가 갈라지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릴 수 있다"며 "산사태는 발생 이후에는 대피가 어렵기 때문에 결국 장기적으로 '예측'이 중요하다. 즉, 빠르게 예측하고 신속하게 대피를 시켜 인명피해를 막는 것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획탐사팀

    2024-07-02 20:31:16

  • [미망:未忘] 산사태, 막을 순 없어도 피할 순 있다…주민 행동 요령

    [미망:未忘] 산사태, 막을 순 없어도 피할 순 있다…주민 행동 요령

    해마다 전국적으로 산사태 피해가 막대한 만큼, 이에 대비한 행동 요령을 미리 숙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산림청 소속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선 최근 40년간 매년 약 400㏊(1㏊는 1만㎡) 규모의 산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매년 30여 명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고 있으며, 피해액은 약 350억 원에 달한다. 최근 기후변화로 산사태 주요 원인인 국지성 집중호우와 강도가 큰 강우가 갈수록 빈번해지고 있으며, 산지 주변 개발 및 훼손 면적도 늘고 있어 향후 산사태 피해는 더욱더 증가할 전망이다. 이러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산림청이 강조하는 "산사태, 막을 수 없지만 피할 순 있다"는 구호처럼, 사전 대비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 우선, 산사태취약지역 등 산사태 위험이 있는 곳에 거주하는 주민은 미리 배수시설을 설치하거나 점검하고, 위험 요인을 발견하면 행정복지센터 등 행정기관에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관련 신고는 소방서(119)나 중앙산림재난상황실(042-481-4119), 행정복지센터 등 행정기관 등에 가능하다. 비상사태 시 대피할 장소와 경로, 사용할 비상 연락 수단을 알아 두는 것도 잊어선 안 된다. 위험예보 발령의 경우, 우선 산사태 주의보에선 행정기관이 안내한 대피장소를 기억하며 간단한 생필품 등을 미리 준비한다. 집 주위 경사면에서 물이 솟는 등 산사태 전조 현상이 있는지 살피고, 이상을 발견하면 즉시 대피한 뒤 산림청 등에 신고한다. 경보 단계로 격상되면 산사태 취약지역에 사는 주민은 미리 대피해야 하며, 이때 화재 등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가스와 전기를 차단해야 한다. 기상정보를 계속 확인하는 것도 중요한데, 산사태 관련 정보와 산사태 예보 및 경보 발령 현황 등은 '산사태정보시스템'이나 '스마트산림재해' 앱을 통해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산사태가 발생하지 않아 현재는 위험성이 느껴지지 않더라도, 행정기관의 대피 지시와 안내에 협조하는 태도 역시 중요하다. 경북 한 기초지자체의 산사태 업무 담당자는 "비가 100㎜ 이상 내린다는 예보에 따라 미리 대피를 시켰는데, 실제로는 그에 못 미치는 강수량을 기록할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될 경우 주민들이 대피 안내에 비협조적으로 돌아선다"며 "주민 안전을 위해 과잉대피를 할 수밖에 없는 만큼 대피 유도에 협조적으로 응해주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기획탐사팀

    2024-07-02 17:19:40

  • [미망:未忘] 산사태 위험등급 높고, 취약지역 많은 대구경북… 완전한 안전지대란 없다

    [미망:未忘] 산사태 위험등급 높고, 취약지역 많은 대구경북… 완전한 안전지대란 없다

    "여름마다 보수하는 데 지금까지 수천만 원은 쓴 거 같다." 경주시 외동읍 녹동리의 정각사. 이곳은 1천㎡ 규모의 작은 사찰이다. 신라 시대 충신 박제상 장군의 부인이 지아비를 그리워했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치술령산에서 40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산의 녹음과 사찰 옆으로 흐르는 작은 개울이 어우러져 정취를 자아내지만, 여름마다 집중호우와 태풍으로 시름이 깊은 곳이기도 하다. 지난 26일 정오쯤 도착한 정각사는 매해 반복된 수해에 덧대고 복구한 흔적이 곳곳에 가득했다. 개울 옆 축대에는 시멘트가 덧씌워졌고, 포장한 도로 바닥 일부는 모래가 유실되며 울퉁불퉁하게 변형된 상태였다. 주지 스님과의 인연으로 27년간 정각사를 왕래하며 일을 도와온 박해신(가명·73) 씨는 "절 입구 쪽 다리는 지난 2022년 태풍 힌남노 때 상류에서 떠내려온 나무들로 인해 붕괴돼 새로 설치했다. 진입로도 피해를 입어 레미콘 기사를 직접 고용해 복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피해가 거의 여름마다 있었는데, 최근 2~3년간 더 심해지고 있다. 여기가 사유지다 보니까 절에서 사비를 들여 복구할 수밖에 없다"며 "올여름 비도 걱정이다"며 한숨을 쉬었다. 경주시에 따르면, 정각사 인근 외동읍 녹동리 산 242번지 등 12개 필지 1만1천56㎡ 상당의 부지가 지난 2015년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이곳에는 지금까지 사방댐 조성이 이뤄진 적은 없다. 경주시 산림경영과 관계자는 "현재 경주에만 산사태 취약지역이 517곳에 달하기 때문에, 모든 곳에 사방댐 공사를 추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산사태 위험 '1등급' 면적 넓은 대구경북 지난해 경북 북부 지역 수해 참사의 주요 원인 중 하나였던 산사태는 경북 북부만의 문제는 아니다. 산사태 위험등급은 전국의 산사태 발생 결과를 종합한 뒤 로지스틱 회귀분석(사건의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는 통계기법)을 통해 산출한 등급이다. 산사태 가능성이 매우 높은 1등급부터 ▷2등급(높음) ▷3등급(보통) ▷4등급(낮음) ▷5등급(매우 낮음) 등 5단계로 구분된다. 산림청의 지난해 산사태 위험지도 현황에 따르면, 1등급 면적은 전국 17곳 시도 중 강원이 14만3천249㏊(1㏊는 1만㎡)로 가장 넓었고, 경북이 9만3천322㏊로 두 번째를 차지했다. 경북의 2등급 면적(22만6천161ha)도 강원(25만6천375ha)에 이어 2위였다. 대구는 특별·광역시 중 산사태 위험 면적이 가장 넓었다. 대구의 1등급은 3천771㏊로, 특별·광역시 중 두 번째로 넓은 울산(2천333㏊)과의 차이도 상당했다. 2등급 면적 역시 특별·광역시 중 대구(1만2천85ha)가 가장 넓었다. 이태형 구미대 소방안전과 교수는 "최근 난개발로 지반이 약해져 집중호우로 나무들이 떠내려와 교량 등 구조물에 걸려 댐처럼 물을 가두는 공간이 형성될 수 있다. 거기서 결국 범람 피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경북 내륙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며 "대구 역시 지난해 편입된 군위군이 있고, 또 달성군 등 산지가 특히 많아 안전하다고 할 수 없다. 그렇기에 절개지 등 지반이 약한 곳을 각 지자체가 미리 파악해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 지난해 7월 18일 대구 달서구의 와룡산 흙과 돌이 경원고를 덮치기도 했다. 당시 학교를 둘러싸고 있던 암벽의 축대가 무너지면서 체육관과 급식소, 운동부 숙소 일부가 파손됐다. 다행히 학생과 교직원 등 인명피해는 없었다. 집중호우로 약해진 지반이 흘러내린 사례다. ◆매년 늘어가는 산사태 취약지역…한계도 존재 위험등급이 높은 지역이 많은 만큼, 산사태 취약지역이 가장 많은 곳 역시 경북이었다. '산사태취약지역'이란 산사태(토석류 포함)로 인명 및 재산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을 산림보호법에 따라 지정해 고시한 지역이다. 지난 2012년 8월부터 지정하기 시작했다. 지자체(국유림관리소)에서 5년마다 산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지역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이고, 이 결과를 토대로 '산사태취약지역 지정심의 위원회'의 심의와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최종 지정된다. 산사태취약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사방댐 조성 등 사방사업을 우선 시행하고, 연 2회 이상 점검을 진행하는 식으로 관리된다. 산사태취약지역 지정은 매년 확대되고 있다. 2021~2023년 전국 산사태취약지역은 2만6천923→2만7천400→2만8천988곳으로, 매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경북의 산사태취약지역 수는 2021년 4천832곳, 2022년 4천867곳이었다가 2023년엔 5천283곳으로 전년 대비 큰 폭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대구에서도 87→91→262곳으로 산사태취약지역으로 지정된 곳이 늘었다. 그러나 산사태 취약지역을 늘려가는 것만으로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취약지역으로 지정하기 위해선 고시 기간을 거치는데, 이 동안 토지 소유자 등 해당 지역에 이해관계가 있는 이들로부터 이의가 제기되기도 한다. 이로 인해 최종 지정까지 과정이 길어지거나, 면적을 넓게 지정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해 경북에서 산사태로 인명피해가 발생한 11곳 중 9곳은 당시 산사태취약지역으로 지정된 곳이 아니었다. 특히 영주와 예천 등 2곳의 경우 실태조사 결과 취약지역 지정 대상으로 판정됐으나, 심의에서 부결돼 취약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상북도 산림자원과 관계자는 "'산 1번지'라는 지역을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한다고 가정했을 때, 그 산이 사유 재산일 경우 실제 산 1번지의 전체 면적만큼 취약지역을 넓게 설정할 수가 없다"며 "그래서 산에서 물이 내려오는 유출구로 한정해 취약지역으로 지정하는데, 그 산의 범위가 넓다 보니 지정한 취약지역 반대편에서 산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산사태 발생에 직접 영향을 주는 비가 이번 여름도 많이 내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지난해와 같은 수해 참사가 발생하진 않을지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국지성 집중호우가 늘면서 우리나라의 산사태 피해도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최근 기후변화 등의 영향을 받아, 전국적으로 시간당 강수량 50㎜ 이상 폭우가 내린 횟수가 1970년대 7.1회에서 2000년대 18.0회로 30년간 2.5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 7, 8월 역시 대구경북을 비롯한 전국에서 평년 수준 이상의 비가 내릴 것이란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대구기상청 관계자는 "올해 여름 대구경북 지역은 발달한 저기압의 영향과 대기 불안정으로 비가 오는 날이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평년 범위'는 과거 30년간 연도별 강수량 평균값에서 산출하는데, 올해 지역 7·8월 강수량은 평년보다 많거나 비슷할 확률이 각각 40%에 달한다"고 말했다.

    2024-06-30 18:55:00

  • [미망:未忘]

    [미망:未忘] "다른 곳 바쁘겠지만 여기도…" 대구경북 곳곳서 커지는 산사태 우려

    〈em〉#안동시 도투막길 OO번지에 친정어머님이 살고 계십니다. 장마철에 산에서 토사와 도랑물이 어머님 집으로 흘러 내려옵니다. 지난주 80살 노모가 산에서 흘러내린 토사를 치우다 허리를 다쳐 지금도 거동이 불편하십니다. 배수로 설치를 여러 번 건의한 바 있습니다. 여름이 다가오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작성자: 임OO, 작성일: 2024년 4월 8일〈/em〉 〈em〉#안동시 정하동 산OO 번지 부근 택지 조성 공사 현장 주변에 사는 주민입니다. 비만 오면 통행하는 길에 토사가 유출돼 강처럼 흐릅니다. 토사 유출로 공사 현장의 축대가 붕괴해 사고가 발생할까 두렵습니다. 작성자: 전OO, 작성일: 2023년 5월 30일〈/em〉 산사태의 주요 원인인 집중호우가 최근 증가 추세를 보이며 지역 주민들의 불안도 높아지고 있다. 경북 22곳 시군과 대구시의 자유게시판을 모니터링한 결과, 산사태를 우려하는 민원들이 심심찮게 보였다. 지난해 지역 내 산사태 피해 현황을 살펴보면, 이러한 민원들이 괜한 기우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산림청에서 제출받은 '최근 10년간 대구경북 산사태 피해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대구경북의 산사태 피해 면적은 점점 넓어지고 있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대구경북에선 모두 445.42㏊(1㏊는 1만㎡)에 달하는 지역이 산사태 피해를 입었다. 연도별로 보면, 2014년 1.1㏊에서 2016년 6.2㏊, 2018년 21.9㏊, 2019년 107.0㏊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는 62.4→10.2→26.7㏊로 증감을 반복하다, 지난해는 210.1㏊로 최근 10년 중 최고치를 찍었다. 산사태 피해가 커진 원인으로는 집중호우가 늘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기상청의 1991~2023년 대구경북 종관기상관측망(12곳 누계) 자료에 따르면, 7~8월 하루 강수량이 100㎜ 이상을 기록한 횟수가 지난해 13회였다. 이는 최근 33년 중 2002년(22회) 다음으로 많은 기록이다. 특히 지난해 영주(3회)와 문경(2회), 봉화(2회) 등 경북 북부지역에 비가 집중됐다. 산림청 소속 국립산림과학원은 "산사태는 적은 강우라도 오랜 시간 내리는 경우와 짧은 시간에 폭우가 내리는 경우 모두 발생할 수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최대 시간당 강수량 30㎜, 하루 강수량 100㎜, 연속 강수량 200㎜ 이상일 때 산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24-06-30 18:11:00

  • [미망:未忘] 아직도 절반 복구…

    [미망:未忘] 아직도 절반 복구…"올해 장마 버틸까" 경북 주민들 공포

    지난 17일 경북 문경시 산북면에 있는 가좌리마을회관으로 향하는 길. 왕복 1차로 도로를 따라 펼쳐진 대하리천은 황폐했다. 지난해 폭우 당시 급격히 불어났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가냘픈 물줄기만이 돌무더기 사이를 겨우 비집고 졸졸 흘러가고 있었다. 그 뒤로 보이는 나무들은 앙상한 뿌리를 드러낸 채 기울어져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했다. 도로 한 편에 마련된 공간엔 전봇대처럼 생긴 길쭉한 자재들이 쌓여 있고, 공사 현장 옆 담벼락엔 '주민 협조는 튼튼한 복구와 빠른 일상 회복의 기초가 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 하지만 '빠른 일상 회복'은 올해 장마철을 훌쩍 넘기고 나서야 이뤄질 예정이다. 대하리천 수해복구 공사 현장소장은 "내년 상반기 공정률 70%를 목표로 지난 4월부터 공사에 필요한 준비에 돌입해 현재는 석축 쌓기 단계"라며 "본격적인 교량 공사는 집중호우로 붕괴할 위험 때문에 장마철이 지난 올해 10월부터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제 갓 절반을 넘어선 경북의 재해 복구율 지난해 6~7월 이어진 기록적인 폭우와 태풍 카눈은 경북 지역의 산과 밭, 도로와 건물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인 피해를 남겼다. 특히 북부지역에 많은 비가 쏟아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6월 26~30일 사이 영주에 330㎜, 봉화에 260.5㎜의 비가 퍼부었다. 그다음 달 7~18일 문경은 575㎜의 누적 강수량을 기록했다. 이 같은 호우로 인한 경북의 공공시설 피해 금액은 모두 2천326억원에 달한다. 불어난 물로 인해 하천‧소하천에서 발생한 피해가 1천278억 원이었고, 산사태‧임도(348억 원)와 도로‧교량(229억 원)의 손실도 컸다. 다시 올해 장마철이 코앞이지만 경북의 복구율(복구사업 대비 준공 건수)은 아직 절반 수준에 그친다. 경상북도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경북도와 17개 시군이 진행 중인 복구사업은 모두 2천342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55.0%인 1천288건만이 공사가 마무리됐다. 이는 행정안전부가 밝힌 전국 평균 복구율(중앙부처 사업 포함) 66.8%에 못 미치는 수치다. 경북의 복구사업 중 42.7%(999건)는 여전히 공사 중이며, 2.3%(55건)는 아직 설계 단계에 머물러 있다. 경북도는 "미준공 사업 1천54건에 대해선 오는 6월 말까지 416건을, 올해 연말까지 591건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초지자체별로 보면, 문경시가 234건 중 47건만 준공해 복구율이 20.1%로 가장 낮았다. 피해 규모가 가장 컸던 예천군의 복구율도 54.2%(168건 중 91건)에 그쳤다. 마찬가지로 피해가 집중된 영주시의 경우 63.1%(449건 중 279건), 봉화군은 78.1%(398건 중 311건)다. 문경시의 대표적인 복구사업인 수평지구 지구단위종합복구사업(이하 수평지구사업)은 지난 7일 겨우 착공이 이뤄져 현재 공정률은 5%에 불과하다. 총사업비 133억원(국비 108억7천만원, 지방비 24억5천만원)이 투입되는 수평지구사업은 소하천 2.55㎞, 교량 재가설 11곳, 리도 201호선 2.0㎞, 사방댐 7곳, 계류보전 1.2㎞ 등의 복구를 골자로 한다. 대규모 공사인 만큼 완료 기간은 2027년 5월까지다. 수평지구사업 중 산림환경연구원이 추진하는 사방댐 조성 공사는 당초 이달 말에 마무리할 예정이었으나, 지난 5월 문화재 지표조사에서 문화재가 발견돼 시공이 지연됐다. 내달 초까지 사방댐 2곳 중 1곳의 공사를 완료하는 게 목표지만, 현재 공정률은 40%에 머물고 있다. 이대학 문경시 안전재난과장은 "현재 공사 중인 사업 대부분이 마무리 단계여서 실질적인 복구율은 80% 정도라고 볼 수 있다"며, 수평지구사업에 대해선 "올해 장마철에 대비해 교량, 도로 등 공공시설에 대한 응급 복구는 마쳤다. 지난 5월 재난감시용 폐쇄회로TV를 설치하는 등 피해 방지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마 전에 끝날까요?…사방댐·배수로 간절한 주민들 지난해 집중호우로 예천에서 17명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고, 이 가운데 5명이 효자면 백석리에서 발생할 만큼 피해가 컸다. 백석리마을회관으로 가는 길 내내 공사 현장이 펼쳐졌다. 분주히 땅을 파는 굴착기, 도로 난간에 위태롭게 걸터앉은 인부 등의 모습이 이어졌다. 특히 '백석도로(리도 201호선) 재해복구사업' 현장은 처참했던 당시 상황을 실감케 했다. 새로 짓고 있는 다리 너머로 보이는 뚝 끊긴 오솔길은 산꼭대기에 간신히 매달려 비명을 내지르는 듯했다. 인명피해가 발생했던 마을은 마을회관에서 비좁은 오르막길을 걸어서 20분 정도 오르면 도착할 수 있는데, 이곳에서도 '효자 백석리 농로 (012)재해 복구사업'이 한창 이뤄지고 있었다. 공사기간은 지난 4월 26일부터 오는 10월 24일까지로, 장마철을 지난 뒤에야 준공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백석리 산39번지 일원에 사방댐을 세우고, 경사를 완화해주는 구조물(바닥막이)을 조성하는 공사가 내달 초 준공을 목표로 경북산림환경연구원이 진행하고 있다. 효자면이 실시하는 배수로 설치와 도로 정비도 지난 21일 시작해 오는 7월 20일 준공 목표로 이뤄지고 있다. 이곳에서 한평생을 살아온 마을 주민 이모(65) 씨는 "사방댐 공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돼야 공사를 시작할 수 있다고 해서, 배수로 설치는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며 "본격적으로 장마가 시작되기 전에 배수로를 만들면 좋을 텐데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올여름도 걱정이다"며 불안을 호소했다. 한편, 백석리와 마찬가지로 인명피해가 발생했던 감천면 벌방리 일대에서도 예천군이 사방댐을 조성하고 있으나 여전히 더딘 실정이다. 지난 11일 찾은 벌방리 임시주택 단지 옆 담장엔 '토석류방지시설(=사방댐) 3월 말 착공 예정임을 알려드립니다', '수해 피해지를 안전하게 복구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라는 현수막 2개가 나란히 걸려있었다.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 3월 28일 착공한 벌방지구 사방댐 공정률은 64%로, 모두 9곳 중 2곳만 완료됐다. 나머지 7곳은 내달 중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선 사방댐 공사를 우선적으로 마쳐야 해 어쩔 수 없이 마을 정비 공사가 후순위로 밀리는 측면이 있다. 두 공사를 동시에 진행할 경우 공사 차량, 장비 등이 좁은 외길로 한꺼번에 들어와야 하는데 그러면 둘 다 추진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마가 시작되는 6월 말까지 전체 복구사업 준공률을 72.8%까지 끌어올릴 것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획탐사팀

    2024-06-26 20:31:00

  • [미망:未忘]

    [미망:未忘] "산 전체가 떠내려왔어요" 불안·트라우마·현실 걱정에 잠 못 이루는 사람들

    〈strong〉미망(未忘). '잊으려 해도 잊을 수 없다'는 뜻이다. 〈/strong〉〈strong〉지난해 여름, 거대한 〈/strong〉〈strong〉자연 재해로 〈/strong〉〈strong〉소중한 사람과 보금자리를 잃은 이들이 있다. 〈/strong〉〈strong〉흙과 모래에 모든 것이 사라졌다. 〈/strong〉〈strong〉그날의 상처가 여전한데, 미망의 계절이 돌아왔다. 〈/strong〉〈strong〉매일신문 기획탐사팀은 〈/strong〉〈strong〉지난해 폭우 피해가 컸던 지역들을 찾아 재해 복구 실태와 안전 대책을 담은 〈/strong〉〈strong〉시리즈를 3회에 걸쳐 보도한다.〈/strong〉 지난해 6, 7월 여름 경북 지역 곳곳에서 산사태가 발생했다. 마을들이 흙에 쓸렸고, 주민들이 목숨을 잃었다. 1년이 지났지만 재난에 대한 트라우마와 불안, 새 보금자리 마련에 대한 고민 등으로 피해민들은 여전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26일 경상북도에 따르면, 지난해 6~7월 집중호우로 경북에서 모두 29명이 세상을 떠났다. 예천이 17명으로 가장 많고, 영주(5명)와 봉화(4명), 문경(3명) 등 대부분 북부지역에서 희생자가 나왔다. 재산피해도 상당했다. 도로와 교량, 하천, 주택 등 2천945억원 상당의 피해가 발생했다. ◆"올해 여름은 어떻게…" 불안에 시달리는 사람들 지난해 집중호우로 특히 피해가 집중됐던 마을 주민들의 불안은 장마철이 다가올수록 심해지고 있다. 지난 17일 오전 11시 30분쯤 찾은 경북 문경 산북면 가좌리. 산북면사무소에서 1차로 길을 따라 차로 20분 정도 달려 가좌리마을회관에 도착했다. 마을은 조그마한 집들이 가파른 경사면 위에 띄엄띄엄 자리를 잡고 있었다. 평화로워 보이는 이 작은 마을에선 지난해 7월 집중호우로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이 마을로 이사를 오고자 헌 집을 수리하던 70대 남성 A씨가 갑자기 집으로 들이닥친 산사태 때문에 세상을 떠난 것이다. 현재 A씨의 집이 있던 자리는 터만 남아 있고, 산과 맞붙어 있는 집터 뒤편으로는 옹벽 설치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김상동 가좌리 이장은 "A씨는 다른 지역에서 건축 관련 일을 했는데, 마을 주민 중 집수리가 필요하면 무료로 고쳐 주고 싶다고 할 정도로 인상이 좋고 따뜻한 사람이었다"며 "올해는 마을에 재해가 없어야 할 텐데 걱정이다. 작년 산사태도 순식간에 발생했기 때문에 올해도 불안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을에 배수가 원활하지 않아 비가 오면 물이 도로 위로 쏟아져 나온다. 집과 집 사이 하수로가 잘 조성돼 있지 않다. 하루빨리 시설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른 주민들도 마을 전체적으로 배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불안을 호소했다. 지난해 인명피해가 발생한 곳에서 도보로 1분 거리에 사는 신모(77) 씨는 "집들이 계단식으로 층층이 있다 보니 비가 내리면 물이 윗부분부터 길을 따라 우리 집 뒷마당으로 고스란히 흘러 들어오곤 한다"며 "심할 땐 마당에 있는 화장실 변기까지 물이 차올라 난리가 벌어진다. 혼자 살기 때문에 밤에 비가 오면 혹시 자다가 대피를 못 할까 봐 너무 무섭다"고 했다. ◆"그날, 산이 주저앉았어요"… 트라우마 안고 사는 사람들 다행히 목숨은 구했지만, 수해 당시 상황을 직접 겪은 주민들의 트라우마도 상당하다. 지난 19일 방문한 경북 영주시 풍기읍. 금계1리마을회관에서 용전동못 위쪽으로 비좁은 외길을 따라 차를 타고 5분 정도 올라가면 유모(59) 씨의 '집'이 나온다. 유 씨는 지난해 7월 집중호우와 산사태로 어린 시절의 소중한 추억이 서려 있던 집을 잃었다. 그는 현재 산사태가 휩쓸고 간 텅 빈 집터에 마련한 6평짜리 컨테이너에서 홀로 생활하고 있다. 컨테이너 앞엔 그 당시 내려왔던 커다란 바위가 아직도 자리를 잡고 있다. 집 앞에 있는 100년 넘은 느티나무 기둥에도 산사태 때 생긴 상처가 생생하다. 이처럼 그날의 기억은 유 씨의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유 씨는 "여기서 태어나서 평생 살고 있다. 어머니가 쓰시던 장독대 등 추억이 서려 있던 것들이 집과 함께 모두 사라져 버렸다"며 "집 앞 나무는 두 팔을 벌려도 다 안지 못할 만큼 굵고 튼튼했는데, 그날 이후로 뿌리가 다 드러나고 기둥 옆에 무언가에 긁힌 상처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운 좋게 탈출했지만, 산 전체가 주저앉고 수십 그루의 나무가 흙과 함께 내려오는 모습 등 당시 상황이 계속 떠오른다"며 "올해 3월부터 사방댐 공사가 진행돼 이달 초 마무리됐는데, 공사가 완료되기 전까지는 잠도 제대로 못 잤다. 만약 사방댐이 세워지지 않았다면, 장마철 한 달 동안 여인숙에 나가서 살려고 했다"고 토로했다. ◆"아직 계획이 없어요…" 갈 곳 없는 사람들 집을 잃고 새로운 거처를 마련해야 하는 사람들의 고민도 깊다. 지자체에서 마련한 임시거주 시설에서 지내고 있는 경우라도 무기한으로 머무를 순 없기에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은 무거워진다. 지난해 집중호우로 가장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던 예천군은 수재민을 위한 임시조립주택과 LH임대주택 등 임시거주 시설을 조성했다. 이달 기준 예천군 내 10개 동네에 조성된 임시조립주택 27가구(벌방리 10가구, 백석리 5가구, 명봉리 4가구 등)에는 모두 40명이 거주 중이고, 호명읍에 있는 LH임대주택에 1가구(2명)가 생활하고 있다. 임시조립주택의 경우 입주일로부터 1년, LH임대주택은 6개월을 각각 거주할 수 있으며, 연장 신청을 해도 최대 2년 동안만 살 수 있다. 최대한 연장해도 내년 하반기 중에는 임시거주 시설을 떠나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 11일 찾은 예천군 효자면 명봉리. 마을회관에서 걸어서 2분 정도 가니 작은 컨테이너 건물 4채가 나란히 붙어 있었다. B(51) 씨는 세를 들어 살던 집이 지난해 7월 수해로 사라져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최근 예천군에서 주택 지붕에 특수도료를 칠해 건물에 열기가 쌓이는 걸 막아주는 '쿨루프'를 설치했지만, 8평짜리 비좁은 컨테이너집에서 생활하기란 여전히 고통스럽다. 그러나 이곳 생활조차 B씨에겐 감지덕지인 상황이다. B씨는 "나는 올해 9월 1일까지 살 수 있는데 비용 문제로 아직 살 곳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집을 지을 계획도 지금으로선 없다"며 "임시주택에 사는 이웃 중에는 소유한 땅에 집을 마련해 나가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땅마저도 없다. 정부 보상금 역시 세입자인 나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예천군 안전재난과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신고자 본인 소유의 사유재산에 대한 피해를 신고해 보상을 받는 건데, 세입자에 대해서도 '세입자 보조금'으로 6개월간 임대료를 지급해 주는 조항은 있다"며 "신고주의라서 신고가 들어온 건에만 보상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기획탐사팀

    2024-06-26 19:21:00

  • [미망:未忘]

    [미망:未忘] "아내를 잃은 곳에 다시 돌아갈 수 없다"…끝나지 않은 재난

    "어떻게 다시 살 수 있겠어요. 아내를 잃은 곳에서…." 경북 예천군에선 지난해 6월 26일부터 7월 18일까지, 23일 중 무려 19일 동안 비가 쏟아졌다. 전례 없던 '극한 호우'에 예천에서만 17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 가운데 5명이 효자면 백석리에서 발생할 만큼 특히 피해가 컸다. 지난 21일 찾은 백석리 마을. 마을회관에서 소형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의 좁고 가파른 도로를 따라가니 커다란 보호수 한 그루가 보였다. 그 뒤로 컨테이너 건물과 민가가 뒤섞인 작은 마을이 있었다. 마을 쪽으로 더 들어가면 '효자 백석리 농로 재해복구사업'이라고 적힌 공사 안내판이 서 있고, 옆엔 빈터가 보였다. 바로 김연호(가명·70) 씨의 집이 있던 곳이다. 농사를 지으며 아내와 단둘이 살고 있던 연호 씨는 지난해 7월 15일 새벽 문득 잠에서 깼다. 바깥의 낌새가 심상찮아 현관문을 열고 확인하려는 순간, 집이 무너져 내렸고 현관문에 부딪힌 연호 씨는 마당 쪽으로 내동댕이쳐졌다. 모든 게 갑작스럽게 일어났다. 연호 씨는 "아내가 잠들어 있는 집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으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주위는 암흑처럼 캄캄했다. 우선 119에 신고해야 한다는 생각에 속옷 바람으로 이웃집으로 달렸다"며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떠올렸다. 119구조대·구급차가 도착하기 전까지 김 씨는 이웃 주민들과 함께 무너진 집 속에서 아내를 꺼내려 안간힘을 썼다. 맨발로 진흙탕을 헤매느라 두 다리는 피투성이가 됐다. 그로부터 1년이 다 돼가지만, 연호 씨의 다리에는 주홍빛 생채기가 여전히 선명하다. 발목부터 종아리까지 남아 있는 상처처럼 아내에 대한 기억도 아직 또렷하다. 그날 가까스로 아내를 구조했지만, 도로가 군데군데 끊겨 이송이 늦어졌다. 아침 7시가 넘어 읍내 병원에 도착했고 결국 아내는 숨을 거뒀다. 연호 씨는 "미리 대피했다면 좋았을 텐데 산사태가 일어날 것이라곤 상상조차 못 했다"며 "구급차 안에서 아내의 몸이 따뜻해 병원에만 도착하면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고 의사가 말했다. 그렇게 따뜻했는데"라며 슬픈 표정을 지었다. 그는 현재 예천군이 마련해준 비좁은 임시 컨테이너 주택에서 홀로 생활하고 있다. 내년 9월 1일까지만 지낼 수 있어 새로운 거처를 알아봐야 하지만, 그에겐 아무런 계획이 없다. 예천군이 감천면 벌방리 일대에 조성할 이주단지에 분양을 받을 수 있었지만 포기했다. 생계 때문이다. 이주단지는 연호 씨의 일터와 차로 30분이 넘는 거리여서 오가기가 어렵다. 임시주택의 다른 이웃 중엔 원래 집이 있던 자리에 새집을 지어 돌아간 사람도 있지만, 연호 씨는 집을 지을 생각이 없다. 무너져 내린 산과 집을 삼킨 진흙더미, 그 아래 깔려 고통스러워했을 아내. 1년 전 그날의 아픔이 생생하기 때문이다. 올여름 장마가 시작됐다.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산사태의 공포가 다시 밀려오지만, 그는 갈 곳이 마땅찮다. 그렇게 피해가 복구되지 않은 마을에 다시 비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기획탐사팀

    2024-06-26 18:04:50

  • "3대 문화권 콘텐츠 개선‧수익성 확보 등 대책 시급"

    혈세 낭비라는 지적을 받는 3대 문화권 사업(매일신문 5월 16~29일 보도)에 대한 개선 방향이 국책 연구기관에 의해 제시됐다. 막대한 운영비 부담과 관광 매력도 저하, 지역 간 연계 부족 등의 한계를 극복하려면 콘텐츠 개선과 수익성 확보, 홍보마케팅 등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13일 안동에서 마련한 '광역관광개발 활성화 포럼'에서 3대 문화권 사업의 개선 방안들이 나왔다. 이날 인사말에 나선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대구경북의 관광지들을 둘러보며 정부의 관광정책 수립에 있어 확실한 변화를 꾀할 때가 됐다고 느꼈다. 지금까지 하드웨어적인 부분에 투자를 집중했다면 이제는 이를 잘 운영할 인력이 필요하다"며 "시설은 이미 넘칠정도로 조성돼 있다. 어떻게 관광객들을 불러모을 수 있을지 발상을 전환해야한다"고 했다. 주제발표에 나선 김영준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콘텐츠 경쟁력 저하 ▷광역 연계협력 부족 ▷관광 마케팅과 상품 개발 미흡 등 3대 문화권 사업의 한계를 지적했다. 특히 관광 매력 저하→방문객 감소→재투자 미흡→콘텐츠 퇴락 등의 악순환을 우려했다. 이러한 3대 문화권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개선 방안을 밝혔다. 가장 먼저 지역 정체성을 담으며 차별화가 가능한 콘텐츠를 집중적으로 육성하면서, 협력 기관을 활용해 낡은 콘텐츠를 리뉴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수익성 확보를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수익을 위해 체험 중심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또 식당과 숙박 등 관광객 행동 분석을 바탕으로 편의시설을 확보해 고객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김 선임연구위원의 분석에 따르면 3대 문화권 사업의 2017~2023년 누적 수입은 331억4천만 원으로, 누적 지출 1천332억8천만 원의 24.9%에 불과하다. 방문객 1인당 기준으로 보면, 수입은 2천895원인데 지출은 1만1천644원이나 될 정도로 경영 상황이 열악한 형편이다. 나아가 적극적인 홍보마케팅과 지역 간 연계협력을 주문했다. 고객 시장 조사를 통해 마케팅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고, 축제와 이벤트 등 맞춤형 전략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접근성 개선으로 지역 내 관광자원들의 연결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안정적 운영을 위한 제도화와 운영역량 강화도 요청했다. 조례 제정으로 시설 관리 운영에 필요한 재원 근거를 마련하고, 콘텐츠 기획을 위한 전문인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속적인 운영관리 주체(조직)와 중장기 운영관리 계획 수립도 요구된다. 김영준 선임연구위원은 "3대 문화권 사업은 관광 목적을 상실하거나 콘텐츠가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는 등 문제점을 보였다"며 "여러 개선 방향 중 가장 핵심은 '인력'이다. 홍보와 새로운 콘텐츠 도입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갖춘 인력의 양성과 조직 구성에 우선 순위를 둬야한다"고 말했다. 기획탐사팀

    2024-06-13 16:22:08

  • 버스·도시철도 동반성장 길 찾아야…환승·연계 시스템+대중교통 유입책

    버스·도시철도 동반성장 길 찾아야…환승·연계 시스템+대중교통 유입책

    지난 10년간 대중교통을 외면한 시민들은 승용차로 눈을 돌렸다. 시내버스와 도시철도는 경쟁이 아니라 동반 성장해야 하는 관계다. 떠나가는 승객을 불러 모을 공동의 대책이 필요하다. 이에 전문가들은 환승 시스템 구축과 함께 승용차 억제 등 대중교통 활성화 정책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줄어든 대중교통 승객…승용차로 떠나 지난달 22일 오후 6시쯤. 평일 퇴근 시간에 맞춰 시내버스를 타고 수성구 신매네거리에서 반월당네거리까지 13㎞를 이동했다. 또 직접 승용차를 몰아 같은 구간을 움직였다. 시내버스는 승·하차 교통카드를 찍은 시점을 기준으로 했고, 승용차는 규정 속도를 준수했다. 시내버스로 목적지까지 도착하는 데 걸린 시간은 46분 35초였다. 승용차로 운행한 결과 40분 33초가 걸렸다. 운행구간 중 담티고개~수성교 9.4㎞ 구간은 버스전용차로가 있었지만, 목적지까지 걸린 시간은 시내버스가 6분 이상 더 길었다. 시내버스와 승용차의 주행 속도는 큰 차이가 없었다. 대신 시내버스가 승객을 태우고 내릴 때마다 시간이 지연되며 승용차에 뒤처졌고, 또 가장자리 차로를 주로 이용하는 탓에 우회전이나 주‧정차 차량의 방해를 받았다. 여기에 시내버스는 운행 시간뿐만 아니라 승차 대기와 도보 이동까지 더하면 승용차보다 15~20분은 더 소요된다. 이 같은 이용 불편은 대중교통 승객이 승용차 등으로 돌아서는 선 이유다. 실제 대구시의 대구사회조사(격년 조사)에 따르면 대중교통(시내버스+도시철도)을 이용한다는 응답이 2015년 47.8%에서 지난해 35.9%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승용차‧승합차를 꼽은 비율은 36.2%에서 47.0%로 늘었다. 대중교통이 줄어든 만큼 자가용 자동차가 늘어난 것이다. 교통수단 이용률을 세부적으로 보면 2015~2023년 사이 시내버스는 34.9%에서 25.4%로, 도시철도는 12.9%에서 10.5%로 모두 비중이 줄었다. 시내버스의 경우 코로나19의 영향으로 2021년 23.2%로 저점을 찍었다가 지난해 소폭 반등했다. 도시철도는 2017년 14.1% 이후 줄곧 하락 흐름을 보였다. 승용차 선호는 도로 교통 체증으로 이어지고, 시내버스의 정시성 확보가 어려워지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대구사회조사에서 대중교통 이용 시 문제점으로 '접근성 및 노선 부족'을 꼽은 응답자가 22.8%로 가장 많았다. 이어 20.6%가 교통체증(통행시간 증가 및 정시성 저하)을 지목했다. 황정훈 미래도시교통연구원장은 "승용차가 다니기 좋은 도시를 만들어 놓고 대중교통을 활성화하자고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이야기"라며 "4차 순환도로 개통 등 대구 내에서 승용차를 운행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된 점도 대중교통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대중교통 활성화, 승용차 억제 병행해야" 전문가들은 시내버스 증차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결국 승용차 억제 정책과 환승·연계 체계 개선을 통해 대중교통 수요를 확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대구의 자가용 수송 분담률은 55.3%로 서울(30.9%)과 부산(49.4%)보다 높았다. 수송 분담률은 육상의 모든 교통수단 수송량 중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승용차 등 자가용의 경우 1대당 수송 인원이 대중교통(버스, 도시철도)보다 적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대구 도로에서의 승용차 비중은 훨씬 더 높다. 이에 도시 외곽에 환승 거점을 마련해 도심으로의 승용차 유입을 억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대구 외곽에 승용차와 대중교통을 연결하는 환승주차장을 조성함으로써, 대중교통 이용을 유도하면 대구뿐 아니라 경산과 영천 등 경북의 대중교통 수요까지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도심의 교통체증을 완화하면서 시내버스의 정시성 부족 문제까지 해결하는 선순환 구조도 기대할 수 있다. 서울시의 도봉산역 환승센터와 청량리 환승센터, 구파발역 환승센터 등 도시 외곽에 대규모 주차장을 동반한 환승 거점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외부에서 서울로 들어오는 교통수요를 환승 거점을 통해 승용차에서 대중교통으로 전환할 목적으로 조성됐다. 윤대식 영남대 명예교수는 "인근 도시에서 대구로 들어올 때 승용차를 두고 대중교통을 통해 유입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대구의 경우 2호선 임당역과 3호선 종점 등이 적당한 위치다"며 "승용차 유입을 억제하면 시내버스 경쟁력을 충분히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시내버스와 도시철도 함께 살리기 대구시와 대구교통공사는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승용차로 돌아선 시민을 다시 시내버스와 도시철도로 불러들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시는 지난해부터 승용차요일제와 연계한 대중교통 마일리지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일주일 중 하루 승용차를 쓰지 않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교통비를 지원하고 있다. 자체 앱을 통해 차량 운휴를 신청하면 교통비의 80%를 마일리지로 받아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이에 지난해 1만210대가 참여했다. 이는 등록 승용‧승합차의 0.9%로 참여율은 아직 낮은 편이다. 올해 통합이동서비스(MaaS)도 추진한다. 시내버스와 도시철도, PM(개인형 이동장치) 등 다양한 이동 수단을 한 플랫폼에 묶어 이동 수단 간 연계성을 높인다는 취지다. 이용 편의성을 높여 대중교통 수요를 확대한다는 목적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승용차요일제는 올해 1만5천대까지 신청자를 늘리는 게 목표다. MaaS의 경우 실시간 교통상황을 반영해 적절한 교통수단을 안내·결제하는 앱이다. 대중교통 환승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올해 말 광역철도 개통과 연계해 대구경북 공동생활권 대중교통 광역환승제도를 확대 시행한다. 현재 대구와 경산, 영천 등 3곳에 적용하는 무료 환승을 모두 9곳으로 늘린다. 구미와 김천을 비롯해 청도, 고령, 성주, 칠곡 등이 추가로 참여할 예정이다. 대구형 수요응답형교통(DRT)도 추가로 도입할 계획이다. 대중교통 취약 지역의 접근성을 높인다는 취지다. 앞서 지난해 10월 연호역~율하역~의료R&D지구(동구 율암동)를 오가는 45인승 버스 4대를 투입했다. 오는 8월부터는 첨단의료복합단지와 수성알파시티에 7대(25인승 3대, 16인승 4대)를 추가할 예정이다. 대구교통공사 관계자는 "대구는 인구 감소와 승용차 증가 등 대중교통이 자가용 차와 경쟁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결국 대중교통의 경쟁력을 높여 자가용 이용 시민들을 다시 불러와야만 한다. 이를 위해 버스 노선을 조정하는 한편 도시철도와 연계한 수요응답형 교통을 곳곳에 도입해 이용 편의성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시내버스 업계에서는 노선 조정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남운환 대구버스운송사업조합 전무는 "도시철도가 갈 수 없는 취약 지역과 더불어 유동 인구 등 다수 시민의 편의를 고려한 버스노선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2024-06-12 22:4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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