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침투한 정보기술 공유경제
어떤 방법으로도 막을 수 없는 물
컴퓨터와 경쟁에 무너진 택시기사
새로운 시대로 유연하게 이끌어야
한 택시기사가 분신 끝에 사망했다. 카풀 서비스 도입에 대한 분노의 표출이라고 알려졌다. 먼저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한다. 오죽하면 그럴까 싶지만 어떤 명분이든 목숨을 담보로 한 투쟁은 안 될 일이다. 한 생명이 천하보다 귀하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파장이 큰 것만은 분명하다. 오늘부터 본격 카풀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던 카카오 모빌리티는 내년으로 출시를 연기했다. 정부와 여당은 택시 월급제 전면 도입 등 대책을 서둘러 내놓았다. 극단으로 치닫기 전 무언가 해결책을 내놓을 수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한편으로는 쉽게 대책을 내놓기 어려웠던 입장도 이해할 수 있다. 그만큼 이 문제는 어려운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난도 높은 사안이다.
표면적으로는 카풀 서비스에 대한 택시기사들의 저항이 문제를 촉발했다. 시야를 넓히면 세상을 휩쓰는 4차 산업혁명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고성능 컴퓨터인 스마트폰을 모든 사람들이 손안에 들고 다니는 시대다. 스마트폰 앱으로 가능한 서비스는 이미 우리 삶에 혁명적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정보기술을 바탕으로 한 공유경제도 일상 깊숙이 침투한 지 오래다. 어떤 방법을 써도 결국 저지할 수 없는 물결인 것이다. 방파제로 쓰나미를 막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산업혁명 시절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 기계를 파괴한 러다이트 운동의 결과는 잘 아는 대로다. 카풀을 넘어 미국 등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자율주행 택시 도입도 시간문제일 뿐이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운용 한 축인 혁신성장은 대폭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공유경제에 대한 새로운 규제 강화는 이와 반대로 가는 방향이다. 카풀 서비스 전면 금지를 선택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제는 정부의 역량이다. 햇빛이 강할수록 그림자도 짙은 법이다. 화려한 기술 발전의 그늘에는 그로 인해 불이익을 받는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한다. 택시기사들도 그중 하나이다. 아니 택시기사들은 컴퓨터와의 경쟁에서 속절없이 파도에 휩쓸려 가는 사람들의 상징이다. 정부의 역할은 여기에서 찾아야 한다. 최대한 고통을 줄이면서 모든 사람들이 유연하게 새로운 시대로 편입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하는 게 정부의 할 일이다.
극단으로 치닫는 선택은 단순히 카풀에 대한 반대만이 아니다. 불합리하기 짝이 없는 택시업계의 현실에 대한 불만과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정부가 카풀 대책이 아닌 사납금제 폐지와 전면 월급제 도입을 내세운 것도 그 때문으로 보인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사납금제와 월급제 논란은 택시업계의 고질병에 해당한다. 택시요금 인상 때마다 정부가 부르는 고정 레퍼토리이기도 하다. 기사들의 처우 개선, 고객 서비스 향상을 위해 월급제를 시행한다는 신문기사는 1997년부터 찾을 수 있다. 그저 똑같은 내용의 메뉴를 이번에도 내놓은 것은 지금까지 정부가 공수표를 남발해 왔다는 증거에 다름 아니다. 식상함을 넘어 진정성까지도 의심케 한다. 뜨거운 감자를 잠시 식히기 위한 방편으로 보일 뿐이다.
진지한 고민을 통해 그동안 택시기사 월급제가 실패해 온 원인이 무엇인지 분석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마련했어야 한다. 이른바 '적폐청산'은 이런 때 써야 하는 말이다. 기사들의 어려움, 택시회사들의 고충, 소비자들의 바람은 무엇인지 종합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카풀에 반발하는 택시기사들도, 택시를 이용하는 소비자들도 모두 국민들이다. 이런 문제 하나 똑 부러지게 해결 못 하면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정부를 자임하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자유한국당 사정도, 사법개혁도, 선거구제 개편도 중요하다. 그 모든 걸 제치고 이 주제로 칼럼을 쓰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민생대책'의 핵심이 바로 이런 데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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