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역'은 현대판 '비내리는 고모령(역)' 아닐까요. 오고가는 수많은 이들의 사연과 부모, 가족, 연인, 친구들의 애틋한 감정이 켜켜이 쌓여 있으니까요."
지난해 말 '동대구역' 음반을 내고, 종횡무진 활약(각종 방송 및 행사 출연)하며 인생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대구 출신 가수 현정화(51). 이 노래는 30년 전에 영남대를 다녔던 여학생이 서울 남자친구와 애틋하게 헤어졌던 동대구역의 가슴아픈 사연을 담고 있다. 종이학 1천마리를 접어 대구 여친에게 선물하려던 그 서울 남자친구는 불의의 사고로 죽음을 당하고, 그 여학생은 그 남자친구의 생사조차 모른다. 그녀는 남남이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동대구역에 갈 때마다 그 남자친구를 찾고 그리워한다. 이 스토리는 가사를 쓴 최병철 작사가의 실제 친구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 가사에 애절한 음을 입힌 것은 젊은 권주일 작곡가다.

현정화 가수는 이 노래를 자신의 인생노래처럼 여기고 있다. 특히 대구를 대표하는 만남과 헤어짐의 장소인 동대구역을 널리 알릴 수 있는 노래이기 때문에 더 그렇다. 자신 또한 동대구역을 오갈 때마다 자녀를 향한 애잔함을 갖고 있다.
"서울에서 공부하는 두 딸을 위해 1년 넘게 동대구역을 오가며, 역사 또는 플랫폼에 자식을 생각하는 애틋한 마음을 흘리고 다녔습니다. 역에는 기쁨, 설렘, 이별, 눈물 등 다양한 감정이 섞여 있기도 하고, 일터(직장)를 향해 오가는 사람들의 마음도 담겨 있습니다. 하루에 수만 명이 오가는 '동대구역'을 제가 부를 수 있어 행운으로 여깁니다."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여주인공도 사실 가수 현정화의 둘째 딸 김민지(계명대 성악과 1년) 양이다. 현정화는 "사실 우리 딸이 성량도 풍부하고, 노래를 굉장히 잘한다"며 "엄마보다 더 뛰어난 가수로, 대구가 낳은 실력파 인기가수가 되어주길 바란다"고 바랐다.

현정화는 1일 역장까지 체험할 정도로 동대구역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다. 지난해 11월23일 하루 동안 회의를 주재하고, 개찰 업무도 해보고, 즉석 음악회까지 열었다. 이후 동대구역 역장은 안전교육 때마다 '동대구역' 노래를 들려준다.
새해 들어서는 빠른 템포의 '동대구역' 버전(Version)도 준비중이다. 기존 노래가 너무 느리고, 애절해서 역사 주변에서 들을 때, 분위기가 처질까봐 박수를 치며 따라부를 수 있는 빠른 비트로 편곡해 새 버전을 내놓는다.
현정화의 인생 또한 이채롭다. 정화여고 합창부 단장 출신으로 경북대 심리학과 재학생 시절인 1987년 대학가요제에 '안개꽃'이라는 노래를 불러, 본선에 올랐다. 이후 주부로 지내다 16년 전에 현정화 노래교실을 운영했다. 낮에는 노래강사, 오후에는 학원 경영, 밤에는 영어·수학 과외를 할 정도로 열정적으로 살았다. 더불어 악극 '비내리는 고모령', '수성못 페스티벌' 등 수성구 주최 행사에 출연하기도 했다.
2015년에는 갑상선 수술로 중년의 위기가 찾아왔지만, 잘 극복했다. 이제 현정화는 '동대구역' 노래로 대구 대표가수로 제2의 삶을 시작하려 한다. "수술 이후 기적에 가까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예전보다 목소리가 더 잘 나옵니다. 제 남은 인생, 대구를 위해 노래하는데 바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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