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사회가 이데올로기 프레임에 빠져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안의 진위를 떠나서 이데올로기를 먼저 내세워 사건, 사물이나 가치를 판단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죠. 이로인해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지요. 왜 이렇게 됐을까요? 제가 유학을 갔던 독일과 비교하면, 우리는 갈등을 극복하는 방법을 배울 기회가 없었습니다."
박병욱 대구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대구중앙교회 위임목사)은 이념·계층·노사·세대·남녀 갈등으로 대한민국이 파편화 되고 있다는 우려와 함께 진단을 내놨다.
-사회적 갈등을 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가 독일에서 10여년을 공부하고 생활하면서 경험한 게 도움이 될지 모르겠네요. 독일의 학교는 어린 학생 때부터 집요할 정도로 공감교육을 합니다. 학교 뿐 아니라 TV프로그램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타인에게 어떻게 접근하고, 다른 사람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를 가르칩니다. 예를 들면 어떤 아이가 길에서 아파하고 있으면, 왜 그런지 묻고 도와주도록 유도하는 것이죠. 이런 독일식 공감교육은 아마 나치 시대가 준 교훈 때문일 겁니다. 독일은 교육의 힘을 믿고 있고, 이를 실천하는 나라입니다.
-일종의 시민교육이면서, 공동체교육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성적 중심과 입시경쟁으로 치우쳐 있는 우리의 교육현실과는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한국은 '다름'에 대한 교육도 부족합니다. 우리는 오랜 세월 동안 한민족, 한뿌리만 강조해왔지요. 늦은감은 있지만 이제는 다른 민족. 다른 사람, 다른 생각, 다른 가치를 가진 사람과 어떻게 함께 어울려 살것인지를 가르쳐야 합니다. 오랫동안 지켜온 생각을 바꾸기는 힘들죠. 그래서 의도적으로 체계적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제도권 교육에서도 이런 커리큘럼을 만들어 운영해야 됩니다. 얼마전 다문화 가정 아이가 왕따로 인해 죽음에 이른 가슴아픈 사건이 있었습니다. 사건이 터지면 그때뿐입니다. 우리사회를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됩니다. 우리는 독일을 비롯한 유럽을 잘 공부해야 합니다. 그들이 종교와 문화, 민족과 국가가 다른 구성원들과 어떻게 함께 잘 살아가고 있는지.
-증가하는 이주노동자, 탈북자, 그리고 난민 문제 등으로 국내에 찬반 여론이 뜨겁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종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그네를 환영해야 합니다. 하지만 두 가지를 놓치면 안됩니다. 첫째는 환대, 둘째는 통합입니다. 통합을 이룰 수 없으면 받아들이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난민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사회통합이 어려울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난민으로 인해 자기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불행해진다면 난민 포용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난민 또한 그런 환경에서 행복할 수 있을까요? 단순히 난민 포용에 찬성하고 반대하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정치인들은 이 문제를 이용해 편가르기를 하면 안됩니다. 통합을 위한 준비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종교의 역할이 중요하겠지요. 종교는 사회적 대립을 완화하는 일을 해야 합니다.
-그동안 난민을 포용했던 유럽에서도 난민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독일은 상대적으로 유화적입니다. 경제력 때문 만은 아니겠지요.
▶그렇지요. 독일은 난민을 받아들이고 통합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는 것 같습니다. 독일 사람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느낄 수 있어요. 그들은 사회통합에 대한 자신감이 강합니다. 우리도 다른 사람과 함게 살아가는 방법을 연구하고 훈련해야 합니다.
-남북이 긴장 국면에서 협력적인 관계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북한을 불신하는 여론도 많습니다.
▶보수든 진보든, 평화 분야를 많이 연구한 사람들은 어느 선까지는 일치하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문제는 평범한 국민들입니다. 이 분들은 자신들의 경험과 상처, 선입견이 있어서 전문가들의 얘기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과학기술, 산업이 발전하면서 인간소외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4차산업혁명으로 인해 전통적인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란 위기감도 있습니다.
▶일자리 소멸은 표면에 드러나는 경제현상입니다. 그보다는 도구적 사고, 경제제일주의, 목적합리성의 추구 등이 더 위험합니다. 4차산업혁명이 본격화 되면 세계경제가 재편될 것이며, 인간의 생활과 의식구조도 완전히 바뀌게 될 겁니다. 기술과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는 대신, 인간은 더 높은 차원의 노동을 담당하게 되겠지요. 또한 부가가치는 훨씬 커질거고요. 여기서 생긴 부가가치를 공유하지 않으면 엄청난 재앙이 될 것입니다. 대자본만 돈을 벌고, 나머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업자로 전락할 수도 있습니다. 나눌 때 만이 인간다운 세상이 될 것입니다.
-대구경북이 악조건 속에서도 혁신을 추진하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지역사회에 용기가 될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지역적인 것이 세계적이다'라는 글로벌 시대의 구호가 있습니다. 이 말은 사실입니다. 대구경북에서 최고면 대한민국에서 최고며, 대한민국에서 최고면 세계에서 최고입니다. 더욱이 수도권 중심적인 우리나라에서는 대구경북만의 자부심을 갖고 지역적 특성을 살리는 것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입니다. 3·1운동 당시 기독교인들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특별히 준비하고 있는 사업이 있습니까.
▶대구의 3·1운동길에서 재현행사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여러 차례 세미나와 학술대회를 개최했습니다. 국내에는 기독교 유산이 아주 많습니다. 기독교 단체들은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한국 기독교 문화유산의 유네스코 등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청라언덕을 중심으로 한 대구의 3·1운동 유적이 포함돼 있습니다.
-교회의 세습, 대형화 등에 대한 비판도 있습니다.
▶대답하기 곤란하네요. 단면만 보고 모든 것을 판단해서는 안됩니다. 일부의 문제를 일반화 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교회의 세속화를 지적함으로써 교회가 깨끗해 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교회는 그렇지 않습니다. 일부의 문제가 모든 교회가 나쁜 짓을 하는 것처럼 각인되면 선입견 때문에 사람들이 마음의 문을 닫습니다. 비판의 대상이 된 교회보다 오히려 다른 교회들이 더 큰 피해를 보게 됩니다. 교회에 대한 비판을 할 때는 핵심을 지적해야 합니다. 그래야 개혁이 가능합니다.
-마음에 담고 있는 성경 구절을 소개해주시죠.
▶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데살로니가전서 5장 16~18절). 지역민들 모두 기뻐하고 기도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김교영 편집국 부국장 kimky@imaeil.com
정리·김봄이 기자 bo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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