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장 높이 벽면에 걸린 어두운 색의 부엉이 그림 '새벽', 날렵한 날개와 날카로운 부리를 가진 매를 품으려 꿈틀거리는 나무와 숲과 바다를 그린 '새벽', '비농오름-깊은 잠', '공의 뜰' 등 작품이 예사롭지 않다. 고흐가 해골을 품은 숲을 바라보고 있는 '반 고흐의 숲2'는 더욱 심상찮다. 심미적 재현이라기보다는 몽환처럼 초현실적인 심상의 생생한 회화는 리얼리즘과 초이성적 경계를 넘나든다.
봉산문화회관은 2019 기억공작소Ⅰ '김성룡, 흔적-비실체성'전을 2층 4전시실에서 3월 31일(일)까지 열고 있다.
김성룡은 필기구인 유성 볼펜을 이용해 현상 이미지를 정밀하게 그려온 작가이다. 평론가 김종길에 따르면 김성룡의 작품은 현실이라는 리얼리티를 집요하게 파고들어 부조리한 세계의 찰나를 붙잡으려는 세계인식을 통해 슬픔, 공포, 죽음, 어둠의 색채들로 구성된 회화들이 기쁨, 환희, 삶, 빛의 세계로 나아가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작가 김성룡 자신도 "지금 내 앞에 놓여있는 장소에서 그 형태를 본다는 의미는 존재론적 사유의 비실체적 세계의 경계 너머까지 걷게 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따라서 이번 전시에서 소개되는 '비실체성'에 관한 김성룡의 그림들은 산 것과 죽은 것, 현실과 비현실, 실체와 비실체의 몽환적 경계 상태에서 숲과 사물을 살펴보며 걷는 행위의 '흔적'을 통과하는 지점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일례로 석류와 표범이 그려진 '섯알오름'은 제주 4'3사건의 아픔을 간직한 민간인 학살터에서 풍기는 비극적인 현대사의 흔적과 더불어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헤매며 어슬렁거리는 표범의 흔적으로 비유해 그 넋의 비실체성을 다루고 있다.
또한 '고흐의 숲' 연작은 순수 영혼으로서 인간 고흐와 그의 회화에 대한 경외심을 중심으로 정형화된 회화의 경계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역사의 축으로 재편했던 비실체적인 힘에 관한 탐구의 흔적이다.
이번 전시 '흔적-비실체성'에서 김성룡의 미술행위는 공간의 틈새마다 느껴지는 푸른 공기의 흐름처럼 작가의 시선 속에 포착되어진 역사적, 신화적, 현재적으로 감도는 정령의 숨결 같은 대상들과의 조우로 작동한다. 숲 역시도 자연과 이어지고 자연과 통하게 하는 비실체성의 통로이며 인간의 초월적 영역에 관한 경외심의 또 다른 흔적이다.
관객들에게 팁을 하나 주자면 이번 전시는 몽환적인 회화들을 관람하는 시각체험을 통해 상상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관객 스스로 이미지에 대한 감수성과 의미와 힘을 찾아내는 새로운 리얼리즘을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문의 053)661-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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