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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창] 골든아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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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훈 경북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이장훈 경북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이장훈 경북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의사가 쓴 책이 세간에 화제다. '골든아워'는 그 책의 제목이다. 골든아워는 환자의 생사를 결정지을 수 있는 사고 발생 후 수술과 같은 치료가 이루어져야 하는 최소한의 시간을 의미한다. 흔히 골든타임이라고 한다. 골든아워는 외상 외과 분야 의사 이국종이 생사를 넘나들며 사람을 살려내는 중증외상센터의 기록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꽤 최근까지의 일도 담고 있어 현장감이 높다. 또한 열악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환자를 열정적으로 치료하는 모습에 읽는 이로 하여금 기대감마저 갖게 한다.

하지만 의사의 입장에서 볼 때 이 책은 비극적이다. 비극은 개인과 세상의 싸움에서 개인이 패배하는 이야기들이다. 불행한 책이다. 그는 이미 방송과 언론에 여러 차례 노출되어 유명해졌고 중증외상센터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 높지만 생사를 넘나드는 환자를 마주하며 부딪치는 한국의 의료 현실은 여전히 참담하다. 그의 책 표지, 체념한 듯 고개 숙인 의사 이국종의 뒷모습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다.

2012년 정부는 권역외상센터 설립에 수백억을 지원하기로 결정하였다. 현재 전국 광역시와 도별 1개소씩 17개소의 권역외상센터가 지정되어 13개소가 운영 중이다. 하지만 이들 권역외상센터의 현 주소는 중증외상환자를 살려내는 TV속의 화려함과는 거리가 있다. 센터 1개소의 외상외과 전문의를 비롯한 전담의사는 10여명 내외인데 일부 외상센터는 관련인력이 부족하다.

반대로 인력, 장비, 시설이 충분하나 환자 수가 적어 외상환자를 위한 전담 인력이나 장비를 일시적으로 타 용도로 전용하는 편법을 쓰고 있는 센터도 있다. 당연히 부실운영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의료기관들은 연이은 언론의 질타를 받았다.

그러나 과연 그 책임을 일부 의료기관의 도덕적 해이나 일탈행위로만 돌릴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예견된 부실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계획입안 단계부터 정부의 잘못된 수요예측과 공급과잉이 의료서비스의 내용과 질을 부실하게 만드는 단초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이미 권역심뇌혈관센터의 경험에서 이러한 과정을 목격한 바 있다.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는 환자의 응급처치는 물론, 24시간 365일 전문의 상주 당직, 환자 예방 교육, 재활치료, 지역사회 사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예산이 12억원에서 9억원, 그리고 5억원대로 떨어지더니, 2019년에는 지원이 중단될 위기에 있다가 겨우 쪽지예산으로 3억 5천만원이 배정 되었다. 정부 지원 사업이라는 화려함 뒤에 적절한 보상 없이 24시간 당직으로 번-아웃 된 의료진의 그림자가 공존하고 있다. 정부정책이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역주행 하는 사이 심뇌혈관질환은 암을 제외하고, 국내 사망원인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줄탁동시(啐啄同時)'라는 말이 있다. 병아리가 알에서 깰 때 안에서 껍데기를 쪼는데 이것을 '줄(啐)'이라 하고, 어미 닭이 동시에 밖에서 껍데기를 함께 쪼아주는 것을 '탁(啄)'이라고 한다. 줄탁동시는 일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혼자의 힘으로 무엇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타이밍에 서로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다. 보건의료 행정의 난맥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정부가 뒷걸음질 치며 현장 전문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사이 건강사회를 위한 골든아워가 지나가고 있다.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다.

이장훈 경북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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