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구미시가 돌배나무 숲 조성하면서 문화재 파손 사실 감춰

문화재청 "구미시 무을면 송삼리·무수리·무이리 일대 고분군 유물 훼손"
고분군 주위 토기 조각 등은 신라시대 토기, 고려시대 청자, 조선시대 분청사기 등 추정

구미시가 구미 무을면에 돌배나무 특화숲을 조성하는 지역에서 고대 유물들이 무더기로 파손된 채 발견됐다. 독자 제공
구미시가 구미 무을면에 돌배나무 특화숲을 조성하는 지역에서 고대 유물들이 무더기로 파손된 채 발견됐다. 독자 제공

구미시가 150억원을 들여 돌배나무 특화숲을 조성(매일신문 3월 27일 자 8면)하면서 개발지역 내 산재한 유물을 무더기로 훼손하는가 하면 이런 사실을 지금까지 숨겨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구미시는 농촌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새로운 산림경영 특화 모델을 만든다는 목적으로 2016년부터 2025년까지 구미 무을면 일대 460㏊에 돌배나무를 심고 가로수길(14㎞)과 숲길(20㎞), 임도(4㎞) 등을 조성하는 '무을 돌배나무 특화 숲'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이 사업은 70%가량 진행됐다.

하지만 사업 과정에서 해당 지역 유적지의 유물들이 무더기로 훼손된 사실이 최근 한 향토 사학자의 신고로 밝혀졌다. 이 사학자의 신고로 문화재청이 지난 16일 긴급 현장조사에 나섰고 유물 훼손을 확인한 것이다.

문화재청은 현장조사에서 특화숲 조성사업 지역인 송삼리·무수리·무이리 등 7만여㎡에는 고분군이 산재해 있으며, 이 중 송삼리의 고분군 유물들이 훼손된 것으로 보고 있다.

고분군 주위에 널브러져 있는 토기 조각 등은 신라시대 토기와 고려시대 청자, 조선시대 분청사기 등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문화재청은 구미시에 특화 숲 공사중단 및 보전 조치를 통보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구미시가 문화재 분포지역에서 사업을 시행해 유적·유물이 훼손됐다는 사실을 구두로 통보했고, 22일쯤 공문을 발송할 예정"이라며 "현장 확인 사항을 정리한 뒤 관련 법령을 검토해 위반 사실이 드러나면 법적 책임도 물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훼손 사실을 신고한 사학자 장영도 씨는 "유적지인 산을 포크레인으로 파헤쳐 고분군 봉분의 뚜껑 돌이 부서지고 땅 속에 묻혀 있던 토기 등 유물들이 훼손됐다"며 "구미시가 현행법을 위반한 것은 물론, 문화재 보존의 중요성조차 망각한 몰지각한 행위를 저질렀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구미시는 "사업추진 전에 면밀한 검토를 하지 못했다. 유물 훼손은 공사하기 전에 도굴로 의한 것일 수 있다"고 해명했다.

구미시가 구미 무을면에 돌배나무 특화숲을 조성하는 지역에서 고대 유물들이 무더기로 파손된 채 발견됐다. 독자 제공
구미시가 구미 무을면에 돌배나무 특화숲을 조성하는 지역에서 고대 유물들이 무더기로 파손된 채 발견됐다.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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