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석민 선임기자의 Focus On】 대구경북연구원과 지역혁신

"지식네트워크를 통한 '혁신창조형 지식사랑방'으로 변신을 기대한다"

석민 선임기자
석민 선임기자

다음달 9일 제 10대 이주석 대구경북연구원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교수들의 이름이 오르내리는가 하면 관료 출신이나 자유한국당에서 '낙하산'이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별 근거 없어 보이는 소문도 있다. 이제 30년 역사를 가진 조직인 만큼 원장을 내부 발탁할 때도 되지 않았느냐는 주장 역시 무성하다.

'누가 원장 자리를 치지하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이지 않을까? 요즘 대구경북연구원이 정체기를 맞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대구경북연구원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는 대구경북 전반의 문제와 이슈를 다루는 거의 유일하다시피한 싱크탱크이기 때문이다. 중앙집권시대에는 정책 형성과 결정·집행·평가가 중앙관료와 중앙정부 싱크탱크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이런 흐름은 분권과 지방자치가 강조되면서 중앙과 지방의 관료, 중앙과 지방의 싱크탱크 간 협업 체제로 변화하고 있다. 지역의 문제와 이슈에 대해 지역사회가 해법과 대안,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기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대구경북연구원의 양적 질적 성장은 괄목할 만하다. 박사급 연구원만 65명이 이르러 지방자치단체 연구기관으로선 서울·경기 다음으로 규모가 크다. 연구역량도 많이 성장했다. 그러나 대구경북의 수많은 난제와 이슈를 제대로 다루기에는 역부족이다. 규모를 더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대구경북연구원에게 자체 연구역량과 더불어 지식네트워크의 허브이자 관리자로서의 역할이 요구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우선 대구경북 내 전문가·지식 네트워크의 구심점으로서 역할과 입지를 확고히 해야 한다. 대학의 우수한 인재와 시민사회단체 지도자, 언론, 공무원 등이 머리를 맞댈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인프라를 견고하게 갖추어야 한다.

돈줄을 쥔 지방정부 입맛에 맞는 용역보고서 작성이 역할의 전부여서는 안 된다. 물론 지방정부의 정책을 뒷받침 하는 역할이 핵심적이고 중요하지만, 미래를 향한 선제적이고 자율적인 연구와 논의 역시 게을리 할 수 없다. 전문가·지식인 그룹의 네트워크와 공론장이 활성화 될 때 비로소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지식의 축적이 이뤄질 수 있고 정치권과 결탁된 사이비 전문가·지식인의 횡포를 막을 수 있다.

견고한 대구경북 내 지식네트워크는 대구경북연구원을 '혁신창조형 지식사랑방'으로 탈바꿈 시킬 것이고, 네트워크의 범위는 국내를 넘어 세계로 뻗어갈 수 있을 것이다. 집단학습을 통해 대구경북의 과제와 이슈를 해결할 지식을 창출하는 '대구경북민의 지식사랑방' 대구경북연구원을 고대해 본다.

대구경북이 열심히 애쓰고 노력하는데도 불구하고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맴도는 이유 중 하나가 지식과 경험의 축적 및 전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동일한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지적 결핍 때문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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