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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의 시사로 읽는 한자] 煮豆燃箕(자두연기): 콩깍지를 태워서 콩을 삶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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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 고려대 사학과 초빙교수
김준 고려대 사학과 초빙교수

난세의 간웅이라 불렸던 조조(曹操)에게는 문학적 소양이 뛰어난 두 아들이 있었다. 둘째 아들 조비(曹丕)와 넷째 아들 조식(曹植)이다. 중국 문학사에서는 이들 셋을 삼조(三曹)라 한다. 둘은 아버지의 자리를 두고 경쟁했다. 조비가 아버지를 이었고 나중에 위나라의 초대 황제가 되었다. 그리곤 동생 조식을 늘 괴롭혔다.

어느 날 조비는 동생을 불러 즉석에서 현 상황을 묘사한 시를 지으라 했다. 칠보 내에 시를 짓지 못하면 죽인다고 했다. 조식은 그 자리에서 후일 칠보시(七步詩)라 불리는 시를 읊었다. "콩을 삶아 죽을 만들고(煮豆持作羹), 메주를 걸러 즙을 낸다(漉豉以爲汁). 가마솥 밑에서 콩깍지가 타오르니(箕在釜下燃), 솥 안의 콩은 우네(豆在釜中泣). 본래 한 뿌리에서 태어났거늘(本自同根生), 어찌 이리 급하게 볶아대느뇨(相煎何太急)." 이 시를 듣고 조비는 자책하며 울었다. 동생을 죽일 생각도 거두었다고 한다. 콩깍지를 태워서(燃箕) 콩을 삶는다(煮豆)는 자두연기(煮豆燃箕)의 유래이다. 지금은 친족 상잔이나 동족상잔, 골육상쟁을 비유해서 쓴다.

예나 지금이나 권력 쟁탈을 위한 형제간의 처절한 싸움은 있다. 김정남 암살사건을 보고 혹자들은 자두연기를 생각하며 슬퍼했을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미국, 일본, 중국 등에서 온 외국인에게는 좋은 낯으로 대한다. 그러나 동족을 찾아온 중국 동포인 조선족이나 북한 동포인 탈북자들에게는 어떻게 하는가. 무시하고, 차별하고, 속이지 않는가. 그들은 가슴속으로 칠보시를 읊고 있을지 모른다. 동족에 대한 관용마저 없는 사회가 다문화, 세계화를 논할 수 있을까. 6·25전쟁이 끝나고 65년이 지나도 이념 논쟁으로 자신들의 공동체를 콩 삶듯이 한다. 한국은 가장 가까운 타자도 품지 못하고, 자기만을 생각하는 고립의 섬이라고 하면 지나친 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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