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①범사회적 인성교육 실천하기
②작은 것부터 실천하기
③관계회복을 통한 행복하기
④인성교육 중심 교육과정(놀이연계) 운영
[인성교육 시리즈 자문위원]
배현진(대구고 교사) 김민중(다사초 교사)
김보은(월성초 교사) 박성호(포산초 교사)
여한기(내당초 수석교사)
'소확행(小確幸)'이란 말이 널리 쓰인다.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에 나오는 말이다. 일상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나 그런 행복을 추구하는 경향을 뜻한다. 2018년 서울대 소비트렌드연구소가 '2018년 우리 사회 10대 소비 트렌드' 중 하나로 소확행을 선정하면서 이 말에 시선이 더 쏠렸다.
인성교육이 그렇다. 요란하고 거창한 게 아니다. 그럴 필요도 없다. 마치 소확행처럼. 마음을 열고, 소통하고, 배려하는 걸 알려주면서 그렇게 할 기회를 만들어 주면 된다. 이에 매일신문은 대구시교육청과 함께 '소확행 인성교육'을 주제로 교육 현장에서 어떻게 인성교육을 해나가고 있는지 매달 한 번씩, 모두 네 차례에 걸쳐 조명한다.
◆감사하기는 인성교육의 기본
'대구 교육이 역량을 집중해야 할 교육 정책은 인성교육'. 지난 6월 1일 대구시교육청이 마련한 '대구미래교육 500인 대토론회'에서 나온 결과다. 이 행사는 앞으로 펼쳐나가야 할 교육 정책의 방향을 탐색하고 정책 과제를 발굴하기 위한 자리였다. 그런데 지극히 평범한(?) 인성교육을 답으로 제시한 이들이 참가자 중 28.4%로 가장 많았다.
대구시교육청은 지난해부터 감사하기 운동을 펼쳐왔다. 여러 덕목의 기본, 인성교육의 기본이 감사하기라는 생각에서다. 감사에는 엉킨 감정을 풀고, 서로 이해하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고마움을 전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먼저 다가갈 수 있는 용기, 진심을 전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시교육청이 나서서 감사하기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이유다.
올해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갔다. 기존에 시행하던 감사하기 운동에 무게를 싣기 위해 아예 이름을 '1-3-3 감사하기 프로젝트'라고 붙였다. 하루(1)에 세 사람(3)에게, 세 번(3)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하자는 의미다. 감사하기의 중요성을 알리고 학교 현장을 넘어 가정과 지역사회에도 이 바람이 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시교육청 미래교육과 이소림 인성교육 담당 장학사는 "감사의 바람이 학교에서만 지속되는 게 아니라 지역사회까지 확산, 범국민적 운동이 되길 기대한다"며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 감사하는 행동이 불씨가 돼 사회 전체가 서로 감사하고 존중하는 분위기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런 기대의 종착점은 '공동체의 회복'일 것"이라고 했다.

◆'감사 일기'를 통해 성장하는 경상고 학생들
'아직까지 아픈 나를 대신해서 성현이가 급식판을 들어주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장난도 많이 치고 고맙다는 말도 잘 해주지 못하는데…. 마음속으로는 정말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안한 마음도 많이 듭니다. 성현이는 매일 식판 2개씩을 들고, 잔반 처리까지 해주기 힘들텐데 아무런 불평도 없이 잘 해주고 있습니다. 내일은 성현이에게 고맙다는 말을 꼭 직접 해줘야겠습니다. 성현아 고맙다.'
경상고등학교(교장 권효중)의 한 학생이 쓴 감사일기다. 감정 표현이 서툴다는 경상도 남자치곤(?) 제법 살갑다. 이곳 학생들은 친구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는 게 익숙하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학생들이 이렇게 된 건 지난해 3월부터 매일 쓰기 시작한 '감사 일기'덕분이다.
처음엔 감사 일기에 대한 반응이 시큰둥했다. 학생들은 하나의 과제로만 여겼다. 하지만 꾸준히 감사 일기를 쓰면서 학생들은 달라졌다. '버스기사님께 고개 숙여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다'고 쓰는 등 글에 학생들의 진심이 담기기 시작했다.

2학년 장호원 학생은 "감사 일기를 쓰기 위해 내 삶과 일상을 자세히 살펴보게 된 게 가장 큰 변화다. 눈을 뜨면 짜증이 나고 귀찮다는 생각보다는 포근한 이불과 베개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이 먼저 들기 시작했다"며 "생각이 변하면 행동과 습관이 변한다는 말을 실감한다"고 했다.
감사 일기를 처음 시작한 김기환 교사는 '감사의 기적'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는 "이 일기로 가장 많이 성장한 것은 나 자신이다. 이 일을 시작한 뒤 매사에 '감사'를 입에 달고 다니게 됐다"며 "서로 감사한 마음을 주고받으면서 선배와 후배 사이에 정이 생기게 됐다. 나 자신과 나를 둘러싼 세상을 사랑하는 마음도 갖게 됐다"고 했다.
◆1-3-3 감사하기, 학생들의 삶을 바꾸다
'택배, 퀵배달 기사님! 감사합니다! 기사님들이 배달해주시는 정성담긴 물건들이 대구고 발전의 밑거름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저희들은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대구고등학교(교장 서재용)의 한 냉장고 옆에 적힌 문구다. 이 냉장고는 지난 6월부터 중앙현관 행정실 옆에 설치돼 방문객을 맞는다. 냉장고 이름은 '대구고 우물가'. 옛날 길가던 나그네가 잠시 쉬어가며 목을 축일 수 있었던 그 우물을 연상케하는 이름이다.
이 냉장고는 학생들이 '청소 여사님' '택배기사님' 등 학교를 찾는 외부인들을 위해 마련한 것이다. 작은 행동 실천 프로젝트 '1-3-3 감사하기'를 시작한 뒤 감사하는 마음을 실천해보자며 벌인 일이다.

대구고 우물가는 비즈쿨 동아리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설치했다. 비즈마켓 등 동아리 활동을 통해 얻은 수익금 일부를 활용한 것이다. 동아리 학생들은 매일 커피, 생수, 음료수 등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확인하고 빈자리를 꽉꽉 채워둔다.
대구고 관계자는 "무더운 대구 날씨에 학생들이 사용할 물품을 챙겨주시는 택배, 퀵서비스 기사들과 청소 용역 직원 등에게 학생들의 고마움이 전달될 수 있게 한 것"이라며 "냉장고 안에 시원한 음료를 다양하게 채워 넣었고,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짧은 문구도 적어뒀다. 작은 정성이지만 많은 이들에게 유쾌한 울림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변화의 바람은 초등학교도 비껴가지 않고 있다. 동도초등학교(교장 서정하) 학생들만 해도 인성교육 실천 주간(4월 1~5일)을 맞아 자신의 감정을 진솔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배웠다. 그리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가족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는 시간도 가졌다.
학생들은 "화를 낼 때보다 친구들이 내 마음을 잘 이해해줬다"는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주환(4학년) 학생은 "부모님에게 감사하다는 마음을 얘기했더니 반가워하셨다. 나도 기분이 더 좋아졌다"며 "서로 마음을 가라앉히고 말하다 보니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것도 훨씬 더 편해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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