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지구의 그림자에 가려지는 개기월식 때, 달이 붉게 보이는 현상을 적월(赤月) 또는 블러드 문(Blood moon)이라고 한다. 이때 달이 지구의 그림자에 가려서 태양빛을 직접적으로 받지 못하지만 빛이 완전히 차단되는 것은 아니다. 태양빛 중 파장이 짧은 푸른 빛은 대부분 지구를 통과하면서 대기 속에 흩어지지만, 파장이 긴 붉은 빛만이 지구의 대기권을 지나 달까지 다다르게 되어 달이 붉게 보여진다.
어떠한 그림자에 가려져 고통으로 사라져버린 의지보다는 더욱 깊이 있는 마음의 힘으로 그 꿈에 닿기를 바라며 적월을 생각한다. 열정의 붉은 빛, 붉은 빛이 되어 달에 닿기를, 이 몸 안의 뜨거운 피로 모두의 마음을 녹일 수 있기를!
나의 곡 '밀양아리랑 주제에 의한 국악관현악, 적월(赤月)'의 곡해설이다. 이 곡의 주제가 된 밀양아리랑은 밀양의 명소와 설화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대표적인 우리 민요로서 세마치장단의 흥겨운 장단과 누구나 알고 쉽게 부를 수 있는 노래선율로 인해 비교적 많이 알려져 있다. 얼마전에 머리도 식힐 겸 밀양을 다녀왔다. 그 곳에서 본 위양지라는 연못은 새로운 영감을 얻기에 충분했다. 하늘과 나무와 연못과 그 한가운데에 있는 완재정이라는 정자는 한 폭의 그림처럼 한데 어우러진 아름다운 곳이었다.
또한 밀양에는 진주 촉석루, 평양 부벽루 와 더불어 우리나라 3대 누각으로 칭송받는 영남루가 있다. 우리 건축의 아름다움을 멋지게 보여주는 이 영남루는 강물 위 절벽에 위치하여 멋진 풍경을 자아낸다. 밀양아리랑은 이 영남루의 비화(悲話)에서 발생하였다고 한다. 여기에 깃든 아랑의 전설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아랑은 밀양부사의 딸로 어려서 어머니를 여의고 유모에게서 자랐는데, 재주가 남달리 뛰어날 뿐만 아니라 용모 또한 아름다워서 명성이 자자했다. 어느 날 밤 관아의 심부름꾼인 주기라는 남자가 신분도 잊은 채 그녀를 흠모하다가 결국 유모를 꾀어내어 달구경 나온 아랑을 욕 보이려하였고, 그녀는 결사코 항거하다가 끝내는 칼에 맞아 죽고 대나무 숲속에 버려진다. 이에 밀양부사는 딸을 찾다가 결국 마음의 병으로 죽었는데, 그 뒤로 밀양에 오는 신임 부사마다 부임하는 첫날밤 의문의 주검으로 발견되어 모두 그 자리를 꺼리게 되었다. 이는 죽은 아랑이 원귀가 되어 새로 부임하는 부사에게 원수를 갚아달라고 나타났고, 그때마다 처녀귀신에 놀라 그 자리에서 죽고 만 것이다. 그러다가 이상사(李上舍)라는 담이 큰 사람이 밀양부사를 자원하여 왔고 부임 첫날밤에 나타난 아랑은 원한을 풀어달라 간청하였다. 그는 곧 주기를 잡아 자백을 받아내 처형하고 아랑의 주검 또한 찾아내어 장사 지내니 그 뒤로는 원혼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도 영남루 밑에는 아랑의 혼백에게 제사 지낸 아랑각(阿娘閣)이 있고, 밀양아리랑 가사로도 다음과 같이 전해진다.
'남천강 굽이쳐서 영남루를 감돌고 벽공에 걸린 달은 아랑각을 비추네/ 영남루 명승을 찾아가니 아랑의 애화가 전해 오네.' 이정호 국악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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