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하루 연차휴가를 내 어제까지 사흘을 쉬었다.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제1차 한·메콩 정상회의 강행군으로 지친 몸을 추스르기 위해서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장고(長考)할 수밖에 없는 처지로 내몰린 것이 휴가의 진짜 이유일 것이다. 자유한국당 울산시장에 대한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과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감찰 중단이 정권의 뇌관(雷管)이 된 탓에 문 대통령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오늘 청와대에서 열리는 수석·보좌관 회의 또는 내일 국무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두 사건에 대한 입장을 표명할 가능성이 크다. 가장 우려되는 시나리오는 문 대통령이 정상적인 처리 절차에 따랐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오히려 검찰 수사를 압박·비판하는 것이다. 벌써 이를 예견하게 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청와대 비서관이 검찰에서 한 진술이 중계방송 되는 듯한 현 상황은 분명하게 비정상적"이라며 "어떤 부적절한 의도가 있지 않기를 우리는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검찰이 선택적·정치적·자의적 수사를 반복하며 불공정의 상징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국 사태 때 문 대통령은 "성찰하라" "수사 방식도 개혁해야 한다"며 검찰을 비판한 바 있다. 이번에도 검찰 개혁을 앞세워 검찰 수사를 압박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당위성을 강조하는 카드를 들고나올 개연성이 있다.
두 사건은 조국 전 장관 일가 비리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중차대한 사안이다. 국정농단, 국기문란, 권력의 사유화와 직결되는 문제인 데다 의혹과 관련돼 거론되는 5명이 친문(친문재인)을 넘어 진문(진짜 친문) 중의 진문으로 꼽히는 인사들이기 때문이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정권이 뿌리째 흔들릴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이 조국 사태처럼 검찰을 압박하고 나선다면 의혹을 덮으려는 시도로 보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오해를 받지 않으려면 문 대통령은 검찰을 향해 한 점 의혹도 남기지 말고 수사하라고 독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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