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옛 대동타워, 역사의 뒤안길로…건물 헐고 주상복합 예정

대동은행 본점 사옥으로 건립…은행 부도 후 20년 만에 철거
232가구 규모의 주상복합아파트로 신축 예정

4일 대구 수성구 중동 DFC빌딩(구 대동은행) 철거작업이 한창이다. 이 자리에는 29층 높이의 주상복합아파트가 신축될 예정이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4일 대구 수성구 중동 DFC빌딩(구 대동은행) 철거작업이 한창이다. 이 자리에는 29층 높이의 주상복합아파트가 신축될 예정이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한때 대구를 대표하는 랜드마크였던 수성구 중동 대구파이낸스센터(옛 대동타워)가 온갖 풍파 끝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부동산개발업체 제이에프개발은 최근 대구시 건축위원회에 대구파이낸스센터 자리에 주상복합아파트를 짓는 내용의 건축심의를 신청했다. 현재 이 건물은 내부 철거를 마치고 외부 철거에 들어간 상태다.

제이에프개발측은 건물을 헐고 지하 4층, 지상 29층 2개동으로 이뤄진 주상복합아파트를 지을 계획이다. 아파트 156가구와 오피스텔 76실 등 232가구를 공급하며 오는 2022년 준공할 예정이다.

1995년 준공한 대동타워는 98년 IMF 외환위기에 휩쓸려 부도를 내고 국민은행과 통폐합된 옛 대동은행 본점 사옥이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로 건물이 넘어갈 당시 감정평가금액만 760억원에 달할 정도로 가치가 높았다. 이탈리아에서 수입한 마감재에 내진 설계 등으로 100년을 버틴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은행 부도로 주인잃은 건물은 손바뀜을 거듭했다. 176억원에 대동타워를 인수한 캠코는 100억원 가량 들여 10층까지 비어있던 건물 중앙부를 개보수해 사용했다.

이어 2000년부터 9차례에 걸쳐 공개 매각을 추진했지만 입찰자가 없어 번번히 무산됐다. 2007년 6월에야 영국계 부동산 펀드회사인 트라이시스유동화전문회사(SPC)에 412억5천만 원에 매각됐다.

부침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듬해 7월 다시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어트의 뉴트라이엄프(SPC)로 소유권이 이전됐고, 2014년 6월 또다른 부동산투자회사에 매각했다.

당시 이 건물은 비즈니스호텔로 개보수하는 방안이 추진됐다. 실제 건물 인근에 위치한 초등학교로 호텔 설립이 어렵게 되자 협의 끝에 설립 허가를 내준 '민원 처리 우수사례'로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보고되기도 했다.

그러나 호텔 설립은 차일피일 미뤄졌고, 결국 2017년 12월 하나자산신탁로 소유권이 넘어갔다가 공매를 거쳐 지난 6월 제이에프개발측이 347억원에 낙찰받았다.

대동은행에서 근무했던 이들은 부도 후 20여년 만에 사옥이 사라지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대동은행 마지막 비서실장을 지낸 박경수 계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처음에는 대동타워를 볼때마다 가슴이 아팠다"며 "근무 당시 기억이 여전한데 건물까지 사라진다니 느낌이 이상하다"고 했다.

제이에프개발 관계자는 "대구의 역사적인 건물이 사라지는건 안타깝지만 세입자가 없고 유동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 상업용 건물로 쓸 순 없었다"면서 "도시의 변화에 맞춘 기능을 공급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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